깊이보기

친환경을 실천하는 예술
세계 국립극장의 기후 위기 대응
기후 위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러한 화두 속에서 예술계 역시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중 미국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환경행동계획’, 영국 국립극장의 ‘시어터 그린북’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

2008년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와 협력해 브로드웨이 리그(Broadway League)의 특별 위원회로 만들어진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Broadway Green Alliance)’는 친환경적인 공연 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비단 공연뿐만 아니라 극장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환경교육, 동기부여, 구체적인 실현 방안 등을 모색하고 격려한다.
이들은 100% 친환경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서 더욱 친환경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는 ‘그리너 리오프닝 툴킷(Greener Reopening Toolkit)’이라는 친환경 공연을 위한 교육 매뉴얼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브로드웨이가 재개장을 앞둔 2021년 6월, ‘그리너 리오프닝 툴킷’은 새롭게 업데이트됐다.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개장한다(Reduce, Reuse, Reopen)’는 주제 아래, 환경보전과 안전, 백스테이지와 공연, 식품 및 물 공급 부문으로 나눠 설명한다. 개인위생부터 컴퍼니 매니지먼트·무대·조명·음향·분장·오케스트라·그린 룸까지 파트별로 친환경적으로 개선할 방안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전염 위험성에 따른 변화된 지침도 이야기한다.

브로드웨이 극장가 ⓒEQRoy / Shutterstock.com
낡은 패브릭을 업사이클링해 뉴욕시 동물 보호소에 제공하는 ‘토토를 위한 수건’ 프로젝트.(왼쪽) ⓒbroadwaygreenalliance
그린 캡틴으로 활동하고 있는 알도라 닐.(오른쪽) ⓒbroadwaygreenalliance

또한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는 브로드웨이의 모든 조명을 LED와 CFL 조명으로 바꿔, 10만 개 이상의 전구 교체를 통해 매년 700톤 이상의 탄소를 절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브로드웨이 공연에 ‘그린 캡틴’을 참여시킨다. 그린 캡틴은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에서 관련 교육과 지원을 받은 후, 자신이 속한 공연에서 각종 재활용 및 친환경적 행동 실천을 담당한다. 그린 캡틴은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 지역 극장, 대학 등지로 확대돼 현재 총 80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는 매년 타임스퀘어에서 전자 폐기물과 섬유 재활용 행사를 무료로 개최하는 등 크고 작은 친환경 행사를 주최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Tony_Pap / Shutterstock.com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환경행동계획’

호주 시드니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는 환경보전, 국토·해양·대기환경 보전, 물·수자원·상수도 이용 관리, 자원순환, 기후변화, 타 커뮤니티와의 협력 등 여러 방면에서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친환경 행보를 보인다.
2013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10년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실시, 순차적으로 건물 내외부의 업그레이드 공사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콘서트홀을 새롭게 단장했다.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80%는 재활용됐고, 리뉴얼을 통해 만들어진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 전체 전력의 85%를 생산한다. 이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2017-2019 환경행동계획(Environmental Action Plan)’의 성과로 기록돼 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단지 보기 좋은 문화재로 머물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3년 주기로 발표하는 ‘환경행동계획’ 덕분이다. 이 계획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환경 지속가능성 목표와 실행을 담은 종합계획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에너지·물·자원 구매·쓰레기·교통·기후환경 변화, 지속 가능한 경영, 안전, 자연환경, 파트너십 및 관람객 참여 등 세부 분야의 목표와 성과를 ‘환경행동계획’을 통해 제시한다. 2020-2023시즌 환경행동계획의 목표는 에너지 20% 절감, 폐기물 재활용률 85%,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개발 시행, 생물다양성과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이니셔티브 활동 추진, 두 건 이상의 환경 관련 어린이 및 가족 참여 프로그램 개발, 최소 65% 이상의 지속 가능한 재료로 만든 크리에이티브 플레이 프로그램 제작, 친환경 고효율 건축물의 증표인 호주 그린스타 제도(Green-Star)의 6스타 등급 획득 등(현재 5스타 등급)이다. 이렇듯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경영과 정책 전반에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조를 결합해 단지 공연장의 변화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에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사례로 평가된다.

영국 런던 어퍼 그라운드에 위치한 맥스 레인 센터 ⓒElena Rostunova / Shutterstock.com

영국 국립극장의 ‘시어터 그린북’

2019년 11월 기후 위기 대응 행동에 동참하는 목소리를 낸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은 203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2021년 5월부터 ‘시어터 그린북(Theatre Green Book)’의 기본 표준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시어터 그린북은 지속 가능한 극장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영국의 건축·환경 전문 서비스 회사인 뷰로 해폴드(Buro Happold)와 함께 제작했다. ‘지속 가능한 프로덕션’ ‘지속 가능한 빌딩’ ‘지속 가능한 운영’ 등의 사항이 상세히 정리돼 있다. 재사용과 재활용을 핵심으로 새로운 아이템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고 해로운 화학물질의 대체재에 대한 안내, 실내 공연, 실외 공연, 투어, 장소 특정 공연에 대한 세부 지침도 제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극장은 1970년대 지어진 건물을 재건축한 후 태양과 풍력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한다. 지열을 이용한 시스템을 갖춘 맥스 레인 센터(Max Rayne Centre)를 통해 효율적인 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빗물 수집 탱크를 통해 건물 내 화장실과 도프만 극장(Dorfman Theatre) 등에 물을 공급한다. 또한 극장 안에 있는 바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를 모아 친환경 연탄을 만들고 지붕 녹화 작업과 양봉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실천하고 있다.
단기간에 혁신적인 친환경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국립극장이 잉글랜드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의 멤버라는 데 있다. 잉글랜드예술위원회는 2012년부터 환경 리포트를 발간하고 관련된 정책 사업을 추진해 국가예술기구로서 환경 정책 거버넌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잉글랜드예술위원회는 기후 위기 행동을 하는 NGO 단체 ‘줄리스 바이시클(Julie’s Bicㅁcle)’에 환경 정책 평가를 의뢰해 예술 문화계의 적극적인 탄소제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에 대한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기후와 예술을 융합한 기후 위기 캠페인인 아르코 공공예술사업 ‘기후시민 3.5’를 진행했다. 미술·건축·디자인·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극지연구소 등의 연구기관, 국내외 시민단체 600여 곳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국립극단은 2022년 시대정신에 따른 화두를 ‘기후위기와 예술’로 정하고, 지난 5월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다.
더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곳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지속가능한 ACC 콘텐츠 창제작 가이드 라인개발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나의 전시를 만들 때 창작자, 내부 관계자, 관람자 등이 이동·운송, 홍보·배포, 제작·설치, 전시·운영, 철수·폐기 다섯 가지 과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방법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었다. 또한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 기획자 창작자를 위한 ACC 그린뉴딜 가이드북’을 제작해 3단계에 따른 문화콘텐츠 창·제작 실천법을 명기했다.

미국·호주·영국의 친환경 사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인식 제고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기후 전문가와 예술가들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게 주된 공통점이다. 예술적 상상력은 언제나 세상을 바꿔왔다. 이제 그 창의성이 지구의 내일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참고자료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broadwaygreen.com)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operahouse.com)
영국 국립극장(nationaltheatre.org.uk)
줄리스 바이크(juliesbicycle.com)
기후시민 3.5(climatecitizens.org)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go.kr)
노영순,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2021.
글. 김효정 공연 전문지 『더뮤지컬』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제작했으며, SK행복나눔재단과 우란문화재단에서 공연 인재 육성 및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콩칠팔새삼륙> <레드북> <우주대스타> 등의 창작뮤지컬 제작 PD로 활동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고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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