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다섯

국립국악관현악단 이음 음악제
<2022 오케스트라 이음>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활발하고 생생하게
비비드(Vivid)란 주제 아래 만들어진 이음 음악제에서 동시대 음악을 가장 생생하게 담아내고 창작음악계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두 편의 공연을 올린다. 레퍼토리의 신선한 해석과 상생을 도모하는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까.

젊은 연주자들이 그리는 ‘생생’한 국악 <2022 오케스트라 이음> 09.25.일 15:00

지난해 첫선을 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이음 음악제의 핵심은 바로 ‘이음(connect)’. 국립국악관현악단은 9월 25일 음악제의 두 번째 무대로 한국 창작음악의 미래를 이어나갈 청년 연주자의 무대 <2022 오케스트라 이음>을 무대에 올린다. 차세대 국악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한국 창작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다.

<2021 오케스트라 이음> 공연 사진

어떤 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바통을 이어나갈 다음 세대와 소통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들과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올해도 이음 음악제의 일환으로 청년 오케스트라를 꾸려 그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선보인다.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바로 ‘비비드(Vivid)’. 20대 연주자들의 강한 개성과 단합은 참여 예술가의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이번 음악제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년 연주자 50여 명은 약 10주간의 연습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된다. 즉,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어 해오름극장 무대에 서는 귀중한 경험을 쌓는 것. 악장 및 수석 단원들의 코칭부터 김성진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무대에 오르는 전 과정까지, 젊은 연주자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2022 오케스트라 이음>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레퍼토리 확산이다. 동시대 우리 음악이 계속 연주될 수 있도록 이번에는 청년들의 신선한 해석으로 악단의 대표곡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공연의 문을 여는 곡은 김창환의 국악관현악 ‘취(吹)하고 타(打)하다’는 2019년 <3분 관현악>에서 위촉 초연된 이후 국립국악관현악단 무대에 꾸준히 오르는 작품이다. 궁중 의식이나 잔치 때 연주하던 연례악 중 하나인 ‘취타’를 모티프로 한 곡으로, 취타의 메인 선율이 다채롭게 변주돼 흥을 돋운다. 제목 그대로 관악기와 타악기의 역할이 특히 두드러진다.
첫 곡의 흐름은 ‘Moto Perpetuo(무궁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궁동(無窮動)은 서양의 기악음악 장르로 32분음표와 16분음표처럼 음가가 짧은 음표들이 빠른 속도로 연주되는 것이 특징이다. LA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과 작업하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작곡가 김택수는 무궁동 속에 한국의 바쁜 현대사회를 단순하지만 섬세하게 그려냈다. 포스트미니멀리즘 성격을 전통악기로 구현했으며, ‘청춘가’의 가락이 사용된 것도 작품의 별미.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을 담아낸 작곡가의 또 다른 작품 ‘Pali-Pali!!(빨리빨리!!)’를 감상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어지는 세 곡 - 가야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흩어진 리듬(Scattered Rhythms)’, 국악관현악 ‘이슬의 시간’, 국악관현악 ‘Haru(하루)’ 는 자연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대작이다. 황호준의 ‘이슬의 시간’은 지난해 이음 음악제 - 관현악시리즈Ⅳ <상생의 숲>을 위해 위촉 초연한 곡으로 작곡가가 쓴 동명의 자작시를 바탕으로 한다. 다음은 시구의 마지막이다. ‘그렇게 잠깐 나타나서 스스로 사라지는 / 이슬의 시간 / 아… 생명의 시간.’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찰나의 순간을 그린 이 작품은 찰현악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색채의 음향을 그려낸다. 또한 목관악기군과 발현악기군은 구간별로 적절히 조합돼 축소와 확장을 교차해 색채감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2022 오케스트라 이음> 오리엔테이션

도널드 워맥의 가야금 협주곡인 ‘흩어진 리듬’(협연 이지영)과 토마스 오스본의 ‘Haru(하루)’는 2016 국립국악관현악단 <무위자연>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들로, 우리 정서와 국악에 대한 외국 작곡가들의 탁월한 이해가 돋보인다. ‘흩어진 리듬’은 가상의 고대 제례를 중심에 두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하늘을 주제로 악곡이 펼쳐진다. 1악장은 서양의 리듬 패턴이, 2악장은 우리 산조의 리듬 체계가 두드러진다. 본공연에서는 2악장(하늘 한복판으로 가는 소용돌이)이 연주된다. 느린 템포로 시작해 점차 소용돌이치는 리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가야금의 화려한 독주 역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토마스 오스본의 ‘Haru(하루)’. 작곡가는 순환(Cycle)을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측면으로 여기며 본 곡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1악장 ‘해 뜨는 아침’, 2악장 ‘한낮의 폭풍우’, 3악장 ‘황혼’, 4악장 ‘보름달’까지, 자연의 서사성과 짙은 회화성은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4악장에서 정월대보름 축제가 펼쳐지는 가운데, 동이 트듯 반짝거리는 1악장의 선율은 수미상관을 이루며 다시 내일의 하루가 고개를 내민다. 두 작곡가는 국악 고유의 특징인 농현과 시김새, 우리 장단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살려내며 동서양의 ‘이음’을 작품 속에 실현했다.
초가을밤, 젊은 연주자들이 뿜어내는 활기찬 기운이 국립국악관현악단 레퍼토리와 만나 싱그러운 에너지를 가득 펼쳐낼 것이다.

항구도시 부산의 ‘활발’한 국악을 만나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9.28.수 19:30

올해 이음 음악제에서는 지역 교류 활성화를 위해 중앙과 지역을 잇는 행보를 선보인다. 9월 28일 이음 음악제의 세 번째 무대는 바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단독 무대. 항구도시 부산의 활발함이 살아 있는 작품과 더불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위촉 초연한 레퍼토리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그리 길지 않은 국악관현악 역사에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존재는 단연 빛난다. 1984년 부산시립예술단 소속으로 창단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70여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국내외 활발한 연주 활동은 물론 지난 30여 년간 80여 편의 위촉곡을 발표하며 전통음악 계승 및 창작음악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이음 음악제에서는 국악관현악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을 집중 조명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첫 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2021 리컴포즈> 위촉 초연작인 김백찬의 ‘Knock’로, 제목 그대로 한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어법을 ‘두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의 기반이 된 ‘전통음악 어법’은 5음 음계와 전통 장단을 포괄한다. 작곡가는 국악의 전통적인 5음 음계 구성(도·레·미·솔·라)에 조옮김을 적용해 다양한 색채감을 선율에 부여했다. 리듬에서도 최소 분박이 되는 2분박과 3분박의 경계를 제한 없이 넘나들며 다양한 전통 장단을 아우른다.
1부 마지막에 연주되는 이정호의 ‘바다’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바다’의 시초가 된 곡은 1984년 악단의 위촉으로 작곡된 김기수의 ‘청사포 아침해’로, 고(故) 김기수 만년의 대표작으로서 부산의 일출과 뱃고동 소리가 마음 한구석을 어루만진다. ‘청사포 아침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바다’는 악단을 상징하는 대표작으로서 작곡가의 부산에 대한 애착과 선배 작곡가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나는 곡이다.

사진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에서 총 세 곡의 협주곡을 선보인다. 협연자는 모두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구성해 단체의 역량을 집약해 드러낸다. 1부 두 번째 곡과 2부 첫 번째 곡은 각각 신주연의 거문고 협주곡 ‘비상’(협연 이대하)과 박상우의 판소리 협주곡 ‘자룡, 만경창파를 가르다’(협연 정선희). 긴장감 감도는 거문고 선율로 시작하는 ‘비상’은 작곡가의 거문고 산조인 ‘갈등’의 협주곡 버전이다. 독주곡인 ‘갈등’에서는 갈등의 절제를 표현했다면, 거문고와 관현악이 함께 어우러진 ‘비상’은 미세한 감정의 갈등과 그 갈등을 이겨내는 비상의 에너지가 두드러진다. ‘자룡, 만경창파를 가르다’는 판소리 ‘적벽가’ 중 박진감 넘치는 부분인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협주곡이다. 소리꾼 정선희의 맛깔나는 음악과 스토리텔링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김성국의 남도시나위에 의한 3중 협주곡 ‘내일’은 2015 국립국악관현악단 <리컴포즈> 위촉 초연작이다. 시나위의 생명은 바로 즉흥성. 자유로운 시나위의 3중주, 그리고 비교적 규제된 오케스트라의 합이 어우러지며 시나위의 고전적 형식과 변용을 넘나든다. 협연자로는 대금 한영길, 아쟁 최영훈, 거문고 오상훈이 오른다. 남도시나위는 전라남도 지역의 ‘굿음악’에서 파생되었다. 협주곡 ‘내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누군가는 간절히 바랐을 그 내일임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이음 음악제 무대를 통해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농도 짙은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글. 이세은 월간 『음악저널』 기자. 음악과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음악과 글을 대하고자 한다.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