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여덟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가을은 사랑의 계절, 음악과 함께
흔히 가을을 두고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청명한 가을이 오면 마음이 넉넉해지기 마련이니까. 모든 것이 익어가는 계절, <정오의 음악회>에선 사랑의 형태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정오의 음악회>는 2021년 하반기부터 좀 더 명확한 콘셉트를 위해 ‘탄생화’와 ‘꽃말’을 차용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공연 당일에 해당하는 탄생화의 꽃말을 주제로 레퍼토리를 선별하는 것이다. 오는 10월 13일 공연의 탄생화는 ‘조팝나무’이며 꽃말은 ‘단정한 사랑’이다.

사랑은 같이 걷는 것

국립극장의 사랑은 ‘함께 걷는 것’이다. 그동안 국립극장은 다양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음악가들과 동행해 왔다. 올해부터는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 공연예술 저변을 넓히기 위해 차세대 창작자 발굴 사업인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NTOK Connect)’을 추진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프로 악단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젊은 지휘자를 위해 ‘지휘자 프로젝트’를 진행해 세 명의 지휘자(유숭산·이재훈·정예지)를 선정했다. 이들은 지난 상반기 동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습·공연을 참관했고, 연습 과정에서 지휘할 기회를 제공받았다. 아울러 지휘자 원영석·최수열과의 멘토링, 마스터 클래스, 워크숍 프로그램을 수료했으며 하반기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을 객원 지휘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10월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지휘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예지가 지휘봉을 든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휘자 정치용을 사사했고, 이후 미국 피바디 음악원(Peabody Institute)에서 세계적인 여성 지휘자 마린 알솝(Marin Alsop)의 첫 제자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 지휘 정예지
  • 협연 이응우
  • 협연 노사연

<정오의 음악회>의 시작과 끝은 국립극장과의 깊은 인연으로 빛을 본 곡들이 장식한다. 공연을 여는 ‘정오의 시작’에 오르는 작곡가 최지운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소소시(小小時)’ 역시 국립극장 창작지원 사업 ‘함께 가는 길’을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국립극장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민간 예술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가는 길’을 시행했고, 2021 이음 음악제에서 국악관현악 부문 선정 작품 중 총 6곡을 초연한 바 있다. 작곡가 최지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음악작곡과에서 공부했다. 2017년 온나라국악경연대회 입상, 2018년 ARKO한국창작음악제 당선, 2019년 대한민국대학국악제 대상을 수상하며 입지를 다졌다. 2019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3분 관현악>에 최연소 작곡가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소리앙상블 공∞과 앙상블 카덴자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악관현악을 위한 ‘소소시(小小時)’는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아주 작은 시간이 모여서 구슬처럼 굴러가는 심상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를 위해 시계 초침 소리를 모티프로 삼았고, 미니멀리즘 기법에 다양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더해져 시간의 신비로움을 표출한다. 곡의 템포를 ‘60’으로 설정한 이유는 ‘60초’라는 시간의 느낌을 온전히 제공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을 닫는 ‘정오의 초이스’에서는 작곡가 손다혜의 ‘하나의 노래, 애국가’가 연주된다. 이 곡은 2020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이해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연 <2020 겨레의 노래뎐>을 통해 발굴됐다. 손다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과 음악극창작협동과정에서 수학했다. 2014년 창작국악극 대상 작곡가상, 2015년 세종대왕 전통예술경연대회 일반부 우수상(무용음악작곡 부문)을 수상했으며, 2020년 국립극장 창작지원 사업 ‘함께 가는 길’과 2022년 ARKO한국창작음악제 국악 부문에 당선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외에도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당당’의 작곡을 맡는 등 국립극장 전속단체와 지속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나의 노래, 애국가’는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가 임시정부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에서 느낀 굳건한 의지를 담아냈다. 우리 민족은 노래를 통해 애국에 대한 마음을 보여왔다. ‘하나의 노래, 애국가’는 역사 속 애국가 세 곡을 엮어 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지킨 대한민국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 작품이다.

추억은 사랑만큼

오래오래 기억한다는 건 그만큼 사랑했다는 것. 이번 공연에선 지나간 향수를 꺼내 볼 수 있는 다양한 곡이 준비돼 있다. <정오의 음악회>는 국악관현악을 몰라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친숙한 무대를 매번 선보인다. ‘정오의 협연’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트럼펫 부수석인 이응우가 작곡가 이병욱의 트럼펫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추억’을 연주한다. 이 곡은 2005년 부산창작국악관현악축제 위촉작으로 바다의 기상과 해안가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꿈과 낭만, 갈매기와 뱃고동 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곡이다. 트럼펫 선율에 어우러지는 한국의 전통 소리가 매력적인데, 국악 연주법(시김새·요성·퇴성·추성)을 시도해 트럼펫으로 우리의 소리를 표현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이어지는 ‘정오의 시네마’에서는 김진환이 편곡한 영화 <모던 타임즈>의 OST를 우리 악기로 감상할 수 있다. 1936년에 제작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산업혁명을 날카롭게 비판한 무성영화다. 채플린은 추후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쫓겨나게 됐지만 영화는 크게 흥행했다.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채플린이지만 사실 그가 작곡가로도 활약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할리우드에 발을 들인 채플린은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를 즐겼다고 한다. 1914년 첫 영화를 발표한 이래 무성영화와 유성영화를 넘나들며 대작을 만들어냈고, 대부분 자신의 영화음악을 직접 쓰고 녹음했다. <모던 타임즈>의 사운드트랙 역시 채플린의 기발한 음악들이 녹아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로맨틱한 시간 여행을 할 것이라 장담한다.
‘정오의 스타’에는 가수 노사연이 함께한다. 노사연의 노래는 7080세대에게 아릿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노사연은 이번 무대에서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라는 가사로 유명한 ‘만남’, 중년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바램’, 제2회 MBC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곡인 ‘돌고 돌아가는 길’을 노래한다.
사랑의 여러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정오의 음악회>. 애틋한 이와 국립극장에서 <정오의 음악회>를 즐긴 뒤 곱게 물든 남산을 함께 걸어보기를. 모든 것이 충만한 가을이 되리라.

글. 장혜선 『객석』 수석기자,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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