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문화예술계 국제교류 동향
함께 찾아가는 지속 가능성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문화예술계를 뒤흔드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특히 국제교류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는 그야말로 혼돈의 결정체였다.

국제교류는 물리적 거리로 인해 원활한 소통이 어렵고, 프로젝트를 실현하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자해야 하는 분야다. 일시적 멈춤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되며 유행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문화예술단체와 기관들은 발 빠르게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교류 본격화

코로나 이전에도 국제교류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거리감과 시차를 이유로 주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소통해 왔다. 비대면 의사소통에는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로 서면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는 점에서 줌(Zoom)이나 구글미트(Google Meet) 같은 화상회의 시스템의 도입은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었다. 특히 개인 대 개인을 넘어 다수의 사람과 소통하며 시청각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화상회의 형태가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식으로 고려되었다. 그중의 한 사례로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개최된 <Korea Connections>을 들 수 있다. 영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XTRAX(영국의 거리예술 기관)’가 추진한 코리아 커넥션 프로그램은 모두 ‘온라인 대담’ 형식으로 개최됐다. 영국과 한국의 거리예술가 및 프로듀서 그룹이 온라인(Zoom)을 통해 교류하고, 양국의 거리예술 작업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주최 측은 온라인으로 참여할 때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1시간짜리 세션을 5개로 구성해 2주에 걸쳐 편성했다. 또한 사전부터 참가자들의 소개와 연락처가 담긴 자료를 소책자 형식으로 양측에 배포함으로써 향후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데 유리하도록 했다.

컴퍼니 퀴담-허벌트의 꿈 ⓒCie des Quidams
스토커 시어터(STALKER TEATRO)-프로스페로 ⓒSTALKER TEARO(왼쪽), 그룹 푸하-카오스모스(오른쪽) ⓒREGNUM

대면 중심에서 온라인 결합 형태로 운영, 국내 대표 축제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광장과 노들섬에서 개최된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적용된 첫 주말에 개최돼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2020년에 포럼을 개최하고 아카이빙 책자를 발간하긴 했으나 오프라인 축제를 취소하고, 2021년에는 온·오프라인으로 축제의 구성을 전환한 것에 비하면, 2022년 올해 열린 축제는 본래 축제의 색깔과 장점을 거의 되찾은 모습이었다.
이번 축제에는 프랑스 ‘컴퍼니 퀴담(Compagnie des Quidams), 스페인 ‘그룹 푸하(Grupo Puja)’, 그리고 이탈리아 ‘스토커 시어터(STALKER TEATRO)’까지 총 3개 팀이 한국을 찾았다. 축제 직전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해외 공연 팀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아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나, 과정상에는 여전히 위험 요소가 남아 있었다. 축제의 심현주 프로그래머는 “비록 해외 공연 팀이 입국하는 시점에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긴 했지만, 현지 출국 24시간 전에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불안한 요소였다.”며 “일부 공연자가 양성 판정을 받아 불가피하게 공연을 축소해야 할 경우, 그에 따른 행정적 고려 사항 등을 미리 정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45개국에 달하는 국가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한 바 있는 그룹 푸하(Grupo Puja)의 예술감독 헤마 세구라(Gema Segura)는 “코로나의 여파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대형 작품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서울거리예술축제 공연이 팬데믹 이후 최초로 진행하는 대형 공연이라 기쁘고, 앞으로 해외 투어가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10월 1일부터 입국 후 코로나19 PCR 검사 의무도 해지된 만큼, 향후 국제교류 및 해외 공연 팀 초청은 한결 원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한국 예술가의 해외 진출도 한층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월 19일부터 10월 21일까지 노들섬 및 온라인에서 개최된 ‘2022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는 글로벌 쇼케이스, 비즈니스 워크숍, 비즈매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내 뮤지션의 세계 진출을 위한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특히 비즈매칭은 현장에서 운영되는 것 이외에도 온라인으로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최대한 많은 이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었다. 대부분의 국제행사가 대면을 중심으로 속속 재개되고 있지만, 더욱 안전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온라인과 결합된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브러쉬씨어터가 라이선스를 수출해 초연된 중국판 <두들팝(DOODLE POP)> ⓒ브러쉬씨어터

사람 대신 콘텐츠의 이동, 공연 유통 구조의 변화

코로나19로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해외 투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러면서 사람이 직접 가는 대신, 콘텐츠를 이동시키는 시도가 한층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창작 뮤지컬은 중국의 한한령과 팬데믹 상황이 악재로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장 작품을 중심으로 많은 작품이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되는 쾌거를 거뒀다. 대부분은 ‘논 레플리카(Non Replica, 원작을 현지 사정에 맞게 재구성)’ 버전으로, 현지 제작사가 중국어판 공연을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브러쉬씨어터는 팬데믹 이전에 중국과 공연 <두들팝(DOODLE PO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제작사의 계획에 따라 배우는 브로드웨이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고, 중국에서 작품의 연습과 제작을 진행하기로 했다. 2020년 1월, 계획대로 한국의 오리지널 프로덕션팀이 중국 제작사와 함께 브로드웨이에서 배우 오디션을 진행했고, 캐스팅을 완료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브로드웨이에서 캐스팅한 미국 배우들과 한국의 오리지널 창작진이 중국에 가서 연습 및 제작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중국의 방역 정책에 따라 2020년, 수개월간 공연장이 폐쇄되어 초연 일정도 불가피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제작사와 브러쉬씨어터는 변화하는 중국 현지 상황에 따라 미국 배우 대신 중국 배우 캐스팅으로 변경했다. 또한 오디션부터 연습, 그리고 제작 회의 및 리허설 점검까지 제작의 전 과정을 상호 간에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공연 촬영 영상을 보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그 결과 2020년 11월, 항저우에서 중국어판 초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는 팬데믹 속에서도 라이선스 판매 및 유연한 대응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간 대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 <부재자들의 회의(Conference of the Absent)> ⓒ예술경영지원센터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이동 방식의 대전환

2019년, 영국의 유명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는 환경보호를 위해 투어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년 뒤, 콜드플레이는 환경오염 요소를 대거 줄이는 방식으로 투어를 재개했다. ‘런던국제연극제 LIFT(London International Festival of Theatre)’도 지난해 ‘콘셉트 투어링(Concept Touring)’ 프로그램 공모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 레지던시를 표방하며, 예술가는 여행하지 않되 아이디어와 작업물이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예술가가 무대세트 및 소품과 함께 여행하며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전통적인 투어 방법론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지 않고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예술가들이 더불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작업 방식을 실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콘셉트 투어링은 팬데믹에 대응하는 즉각적인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지속 가능한 국제 협업과 투어의 방식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독일의 ‘그린 투어링 네트워크(Green Touring Network)’는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기여함으로써 지속 가능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업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사명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환경친화적 투어를 장려하기 위해 ‘그린 투어링 가이드(The Green Touring Guide)’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자료 안에는 환경보호에 유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 친환경 공간을 공연 장소로 활용할 것, 유기농 음식 혹은 채소를 섭취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올 10월 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열린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독일의 공연단체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의 <부재자들의 회의(Conference of the Absent)>가 대표 사례다. 환경과 기후 위기를 고려해 최소한의 창작진만 비행기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대신, 회의에 참여하는 연사들을 위한 대본과 원작 콘셉트를 기반으로 재창작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부재한 연사들을 대체하게끔 했다. 또한 공연에 등장하는 소품은 재활용 물품이나 기부 물품을 사용함으로써 환경오염의 요소를 줄였다.

지난 3년간 부진했던 국제교류 분야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완화와 함께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대면 중심의 프로그램이 속속 재개되고 있지만, 오프라인과 함께 진행되는 온라인 프로그램도 증가하는 추세다. 앞으로도 지난 시간 동안 멈춰야 했던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보다 지속 가능한 투어 및 국제교류를 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될 것이라고 본다.

참고
https://xtrax.org.uk/project/korea-connections
www.liftfestival.com/project/concept-touring
https://greentouring.net
글. 김연정 현 올웨이즈 어웨이크 대표. 10년 넘게 공연 기획과 홍보 및 해외 투어, 해외 예술단체와의 합작 및 국제교류, 여러 축제에서 일한 개인적인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기획 및 국제교류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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