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사람들

홍보팀 온라인홍보 담당자
화려한 조명 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수면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백조의 물갈퀴처럼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극장 곳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호기심 가득한 트렌드세터

네모난 모니터 속 세상이 궁금해지는 시간, 마침 내가 생각해 오던 무언가에 대한 광고 혹은 정보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화면에 떠오른 경험이 있는가. 콕 집어 생각해 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내 스타일이다 싶은 것들로 화면이 가득했던 적은?
온라인 세상에서 당신을 현혹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이 뒤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이해하고, 누구보다 나의 재미와 흥미에 관심이 많은 사람, 바로 온라인 홍보 전문가다. 국립극장에도 관객의 니즈를 찰떡같이 헤아리는 프로 소통러가 있다. 국립극장의 온라인 홍보 담당자 강은빈을 만나봤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홍보’라고 하면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수익사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극장에서의 온라인 홍보는 국립극장의 이미지를 대표하기도 하고, 공연 정보뿐 아니라 수익성 없는 사업의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며, 역으로 관객의 소리를 극장에 전하기도 한다. 즉,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극장의 소식을 일반에 전하고, 일반의 의견을 극장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문화예술기관에서 온라인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매체(채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국립극장 역시 페이스북과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홍보를 갈음했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채널 그리고 유튜브 등이 그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 극장도 그에 발맞춰 채널을 다양화했다. 또한 텍스트 중심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콘텐츠가 변화하는 흐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영상 콘텐츠 제작은 더욱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았다.

강: 처음 입사 했을 당시(2018년)만 해도 국립극장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중심이었고, 유튜브도 아카이빙이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인스타그램과 카카오+ 친구, 유튜브 또한 메인 채널로 자리 잡았죠. 관객을 더는 텍스트로만 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변화도 커요. 파리 오페라나 뉴욕 발레단 등의 해외 예술단체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 단체의 특징과 미감을 살린 이미지와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어요. 그런 해외 유수의 단체를 보면서 우리도 국립극장만의 특징을 살리고, 정보뿐 아니라 진짜 읽을거리들을 제공해 주자는 생각이 들었죠.

국립극장에서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네이버 포스트·네이버TV·유튜브 등 8개의 공식 홍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극장의 공연 이미지를 활용해 국립극장 세 개 전속단체 공연을 소개할 뿐 아니라 홍보 영상을 기획·제작해 올리기도 하고, 팬데믹 시즌에는 ‘미술관에서 여우락’이라는 이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여우락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중계하기도 했다. 소위 있는 정보를 온라인에 업로드하고, 공개하는 데 그치는 식의 온라인 홍보가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온라인 홍보 담당자에게 요구되는 것도 더 많아졌다.

강: 기본적으로 온라인 매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거기에 내가 무엇을 홍보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죠. 국립극장의 경우 제작극장이니만큼 해당 공연에 대한 정보와 그 공연이 기획 단계부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해요. 영상 제작만 해도 ‘홍보영상’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안에는 메이킹 영상·웹예능·댄스필름 등 다양한 종류의 영상이 있어 어느 시기에 무엇을 제작해야 하는지 취사선택해야 하고, 채널마다 담아야 하는 텍스트의 길이나 깊이도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적절한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공연과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만 하는 거죠. 또, 어느 시기에 어떤 콘텐츠를 업로드할 것인지도 무척 중요한 요소예요. 간단한 예로, 우리도 모르게 아주 루틴하게 휴대폰을 보게 되는 시간대가 있어요. 그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이동하기 전후예요. 그래서 되도록 그 시간대를 노려 퇴근 전후, 점심 휴게시간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려고 하고 있어요.

‘온라인 홍보’라는 영역에는 채널과 콘텐츠가 다양화하고 변화함에 따라 크고 작은 여러 업무가 포함돼 있다. 일명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곳이다. 텍스트를 추리고, 카피 문구를 쓰고, 영상 편집이나 페이지 디자인을 확인해야 하기에 그렇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온라인 홍보 담당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런 능력을 시험하고 고양시키기 위한 자격증이라도 존재하는 걸까.

강: 반드시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물론 대학에서 PR이나 홍보·마케팅을 전공할 순 있겠죠. 하지만 이 역시 절대적인 사항은 아니에요. 저 역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고, 따로 자격증을 취득하지도 않았어요. 그보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극장을 찾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것들에 대해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극장의 콘텐츠 역량과 스스로의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는 거예요. 저 역시 e커머스·영화사·마케팅 등으로 유명한 업체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마케터가 알아야 할 홍보 일정이 담긴 달력을 공유받기도 해요. 또 국립극장에 와서는 정부 부처 관련 강의도 많이 들었죠. 정부에서 하는 것이니 보수적인 방식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오히려 굉장히 트렌드하고 속도감 있는 강의가 많더라고요. 국립극장에 있으면서 누릴 수 있는 큰 혜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2018년 10월 국립극장이 ‘더파크’와 협업해 국립창극단 <우주소리>(2018)와 <패왕별희>(2019) 공연을 소개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후 많은 국립기관에서 ‘더파크’와 협업하게 됐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잔잔하지만 강한 인상을 업계에 남겼다. 이렇게 신선한 협업 역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담당자의 무던한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멀티태스커이자 트렌드세터로 존재해야 하는 온라인 홍보 담당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홍보 콘텐츠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강: 요즘은 콘텐츠가 쉽게 소비되는 만큼 쉽게 잊혀요. 그래서 더 자극적이고 더 화려한 것을 좇게 되는 거죠. 하지만 휘발성 높은 콘텐츠보다 길게 두고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냈을 때, 더 애정이 가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제게는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꼭지가 그런 콘텐츠예요.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빛나는 국립극장 세 개 전속단체의 단원들을 조명하고자 기획된 코너로 본래 『미르』에서 연재하던 기획기사였어요. 그런데 2021년 『미르』가 폐간되고 온라인 정기간행물 ‘월간 국립극장’으로 바뀌면서 짧은 영상으로 제작해 속재하고 있죠. 예술단체 단원과 직접 소통하면서 만드는 것이라 재밌기도 했고, 이들을 재조명할 기회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또 극장이나 단체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인 것 같아요.

온라인 매체에 대한 이해와 홍보 마케팅에 대한 그리고 국립극장의 공연과 각종 사업에 대한 사전 지식, 타 부서와의 협업과 소통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야 하는 온라인 홍보는 자신의 역량을 높이고 여러 분야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테지만 그에 버금가는 고충도 있기 마련이다. 온라인 홍보 담당자에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강: 온라인 홍보는 직접 대면하진 않지만 다른 의미에서 관객과 만나는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또 실시간으로 정보를 관객과 소통하고, 캡처 등으로 오류가 박제될 수 있는 일이라 늘 신중하게 되죠. 최근에는 공연이 취소될 때는 바로 공지를 올려 알리는 것이 무척 중요했어요. 팬데믹이라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긴 했지만, 누군가에겐 몇 달에 걸쳐 기대한 특별한 순간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전달하고 대응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이미 공개된 정보를 뒤늦게 수정 공지해야 할 때가 생기면 무척 힘이 빠져요.
그뿐만 아니라 판매율이 저조한 공연에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해 관객의 호응을 이끄는 것처럼 관객의 반응에 따라 계획에 없던 제작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근래 들어선 DM으로 공연 정보나 분실물에 대한 문의를 주시기도 해서 CS(Customer Satisfaction) 업무까지 일부 하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휴일에 업무 연락을 받는 것도 부지기수예요. 그런 점에서 온라인 홍보는 늘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계획이 변경되는 것에 대한 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해요. 사실 홍보팀 소속이라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죠.

마지막으로, 온라인 홍보를 비전으로 삼고 있는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한 마디를 남긴다면.

강: 온라인 홍보를 하려면 무엇보다 운영할 채널과 자신이 홍보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할 테지만, 어떤 변화든 받아들이고 무엇이든 겁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필요해요. 방대한 업무만큼 방대한 성장도 이룰 수 있는 분야이니 주저 없이 뛰어들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늘 같은 마음으로 매일매일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해요. 그러려면 내가 무엇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한층 더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거든요. 이 분야를 꿈꾸는 모든 이들과 현업에서 만나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위 기사는 국립극장 홍보팀 온라인 홍보 담당자 강은빈 님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글. 김보나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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