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여덟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6월 공연 지휘자가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 예정이던 지휘자가 권성택에서 이승훤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출연자 변경으로 공연 관람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관객 여러분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출연자 변경으로 인한 예매티켓 취소 또는 환불은 각 예매처를 통해 당일 공연 시작 전까지
수수료 없이 가능합니다.
※ 문의 02-2280-4114
국악을 통해 세상살이를 엿보다
인동초는 ‘사랑의 인연’ ‘헌신적인 사랑’ ‘부성애’라는 꽃말을 지녔다. 꽃말과 연결되는 각기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하나의 무대에 오른다. ‘일상을 살아내는 분주한 도시의 풍경, 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복이 온다는 진리,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의 힘….’ 인동초의 은은한 향을 전해 줄 6월, <정오의 음악회>를 만나보자.

먼저 방탄소년단(BTS) 이야기로 글을 연다. K팝을 이끄는 BTS의 성공 전략으로 ‘스토리텔링’이 주목받았다. BTS는 데뷔 초부터 ‘학교’ ‘청춘’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잡아 시리즈로 앨범을 발매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산업에서 스토리텔링은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확한 콘셉트, 그와 연관된 콘텐츠 생산은 대중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국립극장의 스테디셀러 공연인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오의 음악회>는 14년째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악 브런치 콘서트’를 표방한 <정오의 음악회>는 그간 쉽고 친절한 해설,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해부터는 공연의 레퍼토리를 특색 있게 연결하고자 ‘탄생화’와 ‘꽃말’을 차용해 기획하고 있다. 공연 당일에 해당하는 탄생화의 꽃말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 ‘스토리’가 들어간 <정오의 음악회>는 관객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고 있다.
6월의 <정오의 음악회>는 30일에 열린다. 이날의 탄생화는 6월이 오면 꽃을 피우는 ‘인동초(忍冬草)’이다. 뜻을 직역하면 ‘겨울을 견뎌내는 풀’. 겨울철에도 말라 죽지 않는 인동초는 ‘겨우살이 넝쿨’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사계절을 견디고 초여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험한 세상을 참고 이겨내는 모습을 인동초에 비유하기도 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프로그램

<정오의 음악회>는 프로그램 전체가 마치 하나의 교향곡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정오의 시작’은 10분 내외의 짧은 곡을 선별해 국악관현악의 매력을 강렬하게 전한다. 보통 교향곡은 1악장에서 곡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추진력 있게 몰고 간다. <정오의 음악회>가 4악장까지 구성된 교향곡이라고 한다면, ‘정오의 시작’은 1악장일 터. 이번 공연의 전체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주제를 엿볼 수 있다. 첫 곡인 김백찬의 ‘얼씨구야 환상곡’은 서울시민에겐 더없이 친근한 곡이다. 2009년부터 서울 지하철 환승역 안내방송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수도권 전체 지하철 환승역 알림곡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구의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대금과 해금이 주선율을 연주하고 가야금이 반주하는 흥겨운 곡이다. 역동적인 도시 한가운데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곡으로, 이번 무대를 통해 전곡을 감상하면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교향곡의 2악장은 보통 느린 악장이다. 그래서인지 대개 적적하기도 경건하기도 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창극단원인 소리꾼 왕윤정이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선보인다. 2021년,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왕윤정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무대 경험으로 탄탄한 소리를 연마했다. 그간 창극 <심청전> <나무·물고기·달> <리어> 등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박타는 대목’은 2021년 해오름극장 재개관 공연이던 국립국악관현악단 <천년의 노래, REBIRTH>를 위해 작곡가 최지혜에게 위촉한 버전이다. 보통 ‘박타는 대목’에서는 흥겨운 해학성을 기대하지만, 사실 삶의 애환이 제일 깊이 녹아든 대목이기도 하다. 흥보가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이기도 한 ‘박타는 대목’은 가난에 힘겨워하던 흥보 부부가 박을 타면서 부자가 되는 과정을 세세히 들려준다. 애잔한 슬픔이 담긴 선율로 시작해 점점 모던한 색채감을 주는 화성이 나타난다. 시간상 흥보가의 재담 소리와 아니리가 상당 부분 삭제됐지만, 시원한 우리 가락이 잘 구사된 곡이다.

  • 지휘 권성택
  • 협연 왕윤정
  • 협연 신승태

보통 춤곡이 삽입되는 교향곡 3악장은 활발한 변화를 보인다. 이어지는 ‘정오의 시네마’는 그야말로 교향곡의 3악장처럼 분위기를 바꿔 대중적인 곡을 선보인다. 이번 6월에는 1961년 제작된 뮤지컬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OST를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이 영화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을 가져와 새롭게 재창작된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뒷골목을 배경으로 갱단 ‘제트파’와 ‘샤크파’의 대립 구도에 사랑과 우정을 녹여냈다.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작업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무려 1년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삽입된 곡들을 메들리로 들려줄 예정이다.
교향곡의 4악장, 즉 마지막 악장은 그야말로 ‘피날레’. 엄밀한 구성에 얽매이지 않고 독특하고 자유로운 변형을 시도한다. ‘정오의 스타’는 대중가수·소리꾼·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무대를 꾸민다. 이번 달에는 트로트와 국악을 넘나드는 만능 재주꾼 신승태가 함께한다. 그는 경기민요부터 트로트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퓨전 국악 밴드 씽씽에서 활약한 그는 미국 공영방송인 NPR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KBS 2TV <트롯 전국체전>에 출연해 ‘트로트 야생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로트 가수로 정식 데뷔한 그는 이번 무대에서 ‘님은 먼 곳에’ ‘휘경동 브루스’ ‘민요 메들리’ 세 곡을 선보인다.
<정오의 음악회>를 마무리하는 ‘정오의 초이스’는 특별 앙코르이다. 월별 공연을 이끄는 지휘자가 직접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을 선곡해 들려준다. 6월의 지휘를 맡은 권성택은 작곡가 이정면의 ‘국악심포니를 위한 Corda’를 선택했다. 세종국악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18년 오작교 프로젝트를 통해 위촉 초연한 곡이다. 국악관현악에서 현악을 담당하는 가야금·거문고·아쟁 파트의 역할을 극대화해 현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악기 특유의 농현을 활용해 국악기만의 매력을 나타낸다. 무엇을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한 아름다움이라는 선조들의 음악 사상을 따라, 소리와 소리 사이의 여백 또한 음악의 일부분으로 다가오도록 했다.

인동초의 꽃말은 ‘사랑의 인연’ ‘헌신적인 사랑’ ‘부성애’다. 6월의 <정오의 음악회>는 꽃말에 담긴 ‘사랑·인연·부성애’의 키워드를 공연에 고스란히 담았다.
뉴욕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님은 먼 곳에’ 등에서 동·서양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의 이야기 엿볼 수 있고, 만남과 헤어짐에 비유되는 환승역의 안내방송 배경음악과 오작교 프로젝트에서 초연된 ‘Corda’ 등에서 ‘인연’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판소리 ‘흥보가’의 대목을 통해 ‘부성애’를 지닌 아버지 흥보의 애환을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작품 곳곳에 담겨 있는 키워드를 통해 은은한 인동초의 향을 느끼길 바란다.

글. 장혜선 『객석』 수석기자,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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