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여섯

<여우락 페스티벌>
3년 만에 돌아온 완전체
여우락이 3년 만에 완전하게 돌아온다. 국립극장의 여름을 대표하는 여우락은 이번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예정이다. 지난 2020년엔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지난해엔 거리두기로 가용 객석이 절반밖에 안 돼 아쉬움이 컸던 관객들은 올해 드디어 여우락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우재

2010년 시작해 올해 13회째인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은 그동안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함으로써 국악이 힙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새롭고 재밌는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으며 국악계 숙원인 ‘대중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 여우락은 지난해에 이어 독창적인 거문고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박우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여우락은 축제의 방향성을 더욱 명료하게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의 이원 체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인 체제로 변화를 꾀했는데, 그 첫 주인공이 실험성 강한 작업을 해오던 박우재다.
박우재는 거문고 연주자로서 강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형식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창작해 왔다. 지난 2014년 거문고 연주법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공연이 대표적이다. 박우재의 스승이 거문고의 양대 산맥인 고(故) 한갑득 명인과 고 신쾌동 명인에게 모두 배운 김무길 명인, 그리고 국악계에서 실험을 쉬지 않는 ‘이단아’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인 것을 고려하면 그의 행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06~2012년 국악기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펼친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에서 활동한 박우재는 2016년 두 명의 미디어아티스트 박훈규(뷰직), 홍찬혁(팀노드)과 EDM 프로듀서 신범호(이디오테잎)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무토(MUTO)를 결성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현대 예술의 독창성과 동시대성을 고민하는 무토는 그동안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소리를 융합하고 미디어아트로 표현해 왔다. 또한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으로서 한국 안무가 김남진, 벨기에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등 국내외 무용단에서 다양한 안무가들과 작업해 왔으며 일본·인도 뮤지션들과 아시아 악기의 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박우재는 바람곶 멤버로 제2회 여우락에 처음 참여한 이후 여러 차례 여우락 무대에 서면서 언젠가 예술감독이 된다면 ‘남들과 다름’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더랬다. 그리고 여우락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지난해 ‘선을 밟은 자들’ ‘규칙 없는’ ‘초연결’을 축제 키워드로 내세웠다. 가장 앞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아티스트들을 모은 그는 ‘디렉터스 픽’ ‘여우락 컬래버’ ‘여우락 초이스’ ‘디렉터스 랩’ 등 4개 콘셉트로 13개 무대를 선보였다. 무토·음악그룹 나무·추다혜차지스·그룹 해파리 등 개성 강한 출연진의 공연은 큰 호응을 얻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두 번째인 올해 박우재는 여우락의 키워드로 ‘확장’ ‘증폭’ ‘팽창’을 꼽았다. 지난해 여우락과 연결되면서도 장르·아티스트·공간의 확장 속에 전통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기발하고 개성 넘치는 무대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박우재는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및 새로운 실험 정신을 담은 공연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을 불러왔다. 동시대성을 스스로 증명하는 이들 아티스트야말로 여우락의 정체성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우락이 선정한 올해의 아티스트인 ‘여우락 초이스’에는 무토(MUTO)·박다울·임용주·서도밴드가 이름을 올렸다. 여우락에서만 볼 수 있는 협업 무대인 ‘여우락 컬래버’에선 리마이더스×달음·천지윤×상흠·팎(PAKK)×이일우(EERU)·차승민×장진아가 나오며, 장르와 공간를 확장해 새롭게 선보이는 ‘여우락 익스텐션’에는 밤 새(Baum Sae)·공명×이디오테잎·지혜리 오케스트라·여우락 Extension(2022 <여우락 페스티벌> 출연진 참가) 공연이 준비됐다. 예전 여우락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를 모은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지만, 이제는 참신한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워낙 많다는 점에서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판을 벌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2021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무토(MUTO)×입과손 스튜디오 <두 개의 눈>

개막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디어아트와 우리 음악의 융·복합 공연 팀인 무토가 맡았다. 무토는 지난해 판소리 창작집단 ‘입과손 스튜디오’와 함께 「심청전」을 맹인 심학규의 관점에서 바라본 <두 개의 눈>을 거대한 LED 스크린, 레이저 조명과 함께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 채수현 등과 협업하는 <GROUND>(7월 1~2일 달오름극장)를 준비했다. <GROUND>는 거장 연주자들이 경기잡가 ‘유산가’, 대금 독주 ‘청성곡’, 판소리 단가 ‘만고강산’ 등을 전통대로 보여주는 동안 무토가 LED 스크린 등을 활용해 이를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여우락이 무토에 이어 올해의 아티스트로 초청한 서도밴드는 서도(보컬)·김성현(건반)·연태희(기타)·김태주(베이스)·이환(드럼)·박진병(퍼커션)으로 이뤄진 6인조 밴드다. ‘조선팝 창시자’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세련되고 울림이 강한 국악 크로스오버를 추구하는 서도밴드는 지난해 JTBC 국악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풍류대장>에서 우승한 바 있다. 여우락의 <조선팝 지도>(7월 9~10일 달오름극장) 공연에서도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국악을 즐길 수 있다.
여우락 초이스에서 박다울과 임용주의 솔로 무대도 놓쳐선 안 되는 무대다. 박다울은 지난해 여우락이 개성 강한 젊은 거문고 연주자 3명을 초청한 ‘고고고’에 심은용·황진아와 함께 출연한 바 있다. 이후 JTBC <슈퍼밴드2> 의 준우승팀 ‘카디’의 멤버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박다울이 이번 여우락에서 실험적인 솔로 무대 <거문고 패러독스:거문고는 타악기가 아니다>(7월 2~3일 하늘극장)를 펼칠 예정이다. 그리고 월드뮤직 그룹 공명의 멤버 임용주 역시 <울릴 굉(轟)>(7월 8일 하늘극장)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공연을 보여준다. 2020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전통예술 선정작인 <울릴 굉(轟)>은 전자음악과 유율타악기, 전통 국악기의 짜임새 있는 조화가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우재
공명·이디오테잎-<공TAPE:Antinode>

여우락 컬래버는 매년 뜻밖의 장르와 예술가 조합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네 개의 점(點)>(7월 6일 달오름극장)은 거문고와 가야금으로 구성된 여성 듀오 팀이 만나는 드문 기회다. 김민영(거문고)-박지현(가야금)의 리마이더스와 황혜영(거문고)-하수연(가야금)의 달음은 섬세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그룹 잠비나이의 피리·기타 연주자인 이일우(EERU)와 권위 있는 록밴드 팎(PAKK)이 만나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고요한 씻김>(7월 15일 하늘극장), 기타로 우리 음악의 음색과 주법을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 상흠과 그룹 비빙의 멤버이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선보이는 해금 연주자 천지윤의 협업 무대인 <비몽사몽(Lucid dream)>(7월 12일 하늘극장)이 이어진다. 그리고 대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차승민과 F&B 브랜드 디렉터이자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장진아가 음악과 음성의 만남을 추구하는<Base Is Nice>(7월 19일 하늘극장)에서 조우한다. 두 사람은 각각 여행과 음식에 대한 책을 낸 작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우락 Extension은 올해 여우락의 키워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버클리음대 출신 재즈 뮤지션 이지혜가 우리 음악의 선율과 장단을 빅밴드 재즈 오케스트라 형식으로 해석하는 <너나:음양>(7월 20~21일 달오름극장),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드러머 서수진과 거문고 주자 황진아 그리고 판소리 보컬 김보림이 이번 여우락을 시작으로 정식 활동하며 결성한 트리오 밤 새(Baum Sae)의 <Communication>(7월 14일 달오름극장), 월드뮤직 그룹 공명과 일렉트로닉 록밴드 이디오테잎이 함께 지난해 여우락의 대미를 장식했던 <공TAPE:Antinode> 공연을 올해 야외인 문화광장 무대에서 다시 선보인다. <공TAPE:Antinode>(7월 16일 문화광장)는 여름밤 파워풀한 사운드와 유쾌한 퍼포먼스로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들 예정이다. 끝으로 여우락의 피날레는 축제의 주요 출연진이 함께하는 <여우락 Extension>(7월 22~23일 하늘극장)이 장식한다.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매력을 동시에 감상할 드문 기회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준말이다. 그리고 여우락이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음악’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국악기가 연주 안에 포함되거나 전통적 정서를 담는 등 표면적인 것을 연결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주제 의식 등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것까지 범위가 확장됐다”는 게 박우재의 자랑이다.

글. 장지영 1997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현재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공연을 담당하면서 그 매력에 빠졌으며, 지금은 다양한 공연 현장과 정책을 다루는 공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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