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여섯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_무장애 공연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두 장애인 배우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농인 배우 이소별(별이 역)과 다운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영희 역)다. 비록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나 가족 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세상의 옳고 그름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자신의 몫을 해낸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이 가진 장애에 집중하지 않았고, 그들이 표현하는 한 사람의 어려움과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2021년 10월 <소리극 옥이>

1981년에 제정돼 69번의 개정을 거쳐 지금에 이른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목격한 일이 있는가. 생각해 보면,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을 발견하는 경우의 수가 얼마나 적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으레 거리에서 장애인을 발견하면 우리가 도와야 할 사람이라고 느끼거나 배척 혹은 외면해야 할 사람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 누구도 그들의 불편함을 이해하지 못했고, 일부는 출퇴근 시간 열차 지연에 불평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장애인에게 세상은 온갖 위험과 불편이 도사리는 정글이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안전이나 편리를 담보하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장애라는 표현에 신체적·정신적·감정적 어려움이 포함돼 있을 뿐 그들의 권리나 존엄성에 높고 낮음이 포함돼 있지 않음을 돌이켜 봐야 한다. 다행히 사람들이 변화하고 세상이 변하면서 소외계층을 없애고 사회 전반에 녹아들어 있는 편견을 깨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바로 이곳, 국립극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950년에 창설해 어느덧 72주년을 넘어서는 국립극장 역시 70년 넘는 역사 중에서 장애인이 배우로 참여하거나 주도적인 역할로 공연예술에 참여한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소리극 옥이>와 <함께, 봄>을 시작으로 일명 ‘무장애 공연’을 국립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올해 9월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에도 시·청각 정보를 제공해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4편의 공연이 확대 기획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전 음성 해설과 작품 내 ‘확장된 배리어프리(barrier free)’로서 정통 음성 해설이 아닌 음성 해설의 기능을 극 중 배역으로 녹여내기도 하고, 수어 통역사가 무대에 함께 오르며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한결 더 가깝게 만들어줄 것이다.

2022년 4월 <함께, 봄>
2022년 9월 음악극 <합★체>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첫 번째 무장애 공연은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사계절출판사, 2010)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2022년 9월 15~18일, 달오름극장)다.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를 둔 쌍둥이 형제 ‘오합’과 ‘오체’가 주인공이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놀림과 난쟁이로 불리는 아버지에 대한 주변의 시선 때문에 키가 크고 싶은 쌍둥이 형제의 재기발랄한 성장기를 담았다. 다음으로는 셰익스피어 비극 『리처드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각색한 마이크 루의 동명 희곡을 초연하는 <틴에이지 딕(Teenage Dick)>(2022년 11월 17~20일, 달오름극장)이다. 장애 때문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신체적 특징까지 이용하는 입체적인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작품의 연출 역시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연출가 신재훈이 맡았다. 다음은 지난 4월에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2023 함께, 봄>(2023년 4월 15일, 해오름극장)이다. 뷰티풀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장애·비장애 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 세브란스 오케스트라와 온라인 연주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함께, 봄>(2022)에서 피아니스트 임동민과 협연해 세간에 감동을 전했다. 실력도 개성도 제각각이지만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희곡 『우리 읍내』를 각색한 연극 <우리 읍내(Our Town)>(2023년 6월 22~25일, 달오름극장)이다. 움직임과 마임 등 신체 언어 활용에 독보적인 연출가 임도완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더욱 관심을 모은다.

2021년 10월 <소리극 옥이>

국립극장 무대에서 마주할 무장애 공연 네 편은 예술 안에서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며 우리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단면을 제시할 것이다. 나아가 장애인의 사회 활동 참여 증진과 사회 통합이라는 우리의 대의와도 가치를 공유할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소외계층의 소외는 상상 이상으로 깊고, 편견은 깨고 또 깨도 양파처럼 새로운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니 우리는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80년 전까지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중략…)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ENA의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대사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 더없는 공감과 감동을 느끼는 것은 이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장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그녀의 사랑스러움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곧 마주할 국립극장의 무장애 공연 역시 무대 안팎의 장애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편견도 불편함도 모두 뒤로한 채 무대 위 예술에 집중해야 함을 말해 준다. 그것이 진정한 무장애 공연일 테니까.

정리. 김보나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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