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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_국립국악관현악단
소통과 의지로 도약하는 국악관현악
독창적인 기획력과 진지한 고민으로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온 국립국악관현악단.
이제 새로운 시즌을 통해 진정성 있는 고민의 성과를 만나볼 시간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2022-2023 시즌 공연은 <이음 음악제>로 시작된다. <이음 음악제>는 관현악시리즈I <비비드(Vivid) : 음악의 채도> <2022 3분 관현악>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 <2022 오케스트라 이음>이다.

먼저 관현악시리즈I <비비드(Vivid) : 음악의 채도>는 양승환·이신우·이정호에게 위촉한 작품을 장윤성(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의 지휘로 연주한다. 전통악기가 가지고 있는 갖가지 독특한 음색을 작곡가들의 음악적 색채로 표현하고 다시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을 더한 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력으로 완성되는데, 이를 통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국악관현악의 채도’를 표명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국립단체로서 새로운 창작 국악관현악 만들기에 앞장서 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지속적인 신작 발표의 중요한 축으로, 미래의 국악관현악단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2 3분 관현악>은 이미 2019년에 처음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매우 기발한 기획성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기존의 국악관현악의 연주 시간이 평균 10분 내외였다면 3분이라는 파격적인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국악관현악 만들기라는 차원에서 매우 참신했다. 그간 긴 호흡으로 곡을 만들어온 작곡가들에게도 다소 어색한 시도일 수도 있었겠으나 길어서 장황해질 수도 있는 요소를 제거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경제적이고 심플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공연이다. 이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방법이 ‘국악관현악으로 진지하게’라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도 새롭게 10명의 작곡가가 만든 재기발랄하면서도 예술성 넘치는 작품을 기대해 본다.

2021년 4월 이음 음악제 <오케스트라 이음>

<이음 음악제> 공연 중 의미의 경중을 굳이 따지자면 가장 중요한 비중을 <2022 오케스트라 이음>에 두고 싶다. 이는 한국 창작음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오케스트라의 무대다. 차세대 연주자들이 창작음악에 관심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창작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자리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50여 명의 청년 연주자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이는 국악을 전공한 많은 젊은 연주자에게 꿈의 무대인 동시에 음악인으로서 희망을 갖게 하는 디딤돌 역할을 충실히 하는 음악회다. 매년 배출되는 각 대학의 국악 전공생은 이미 오래전부터 취업난을 겪어왔다. 이는 경제적 문제로 이어졌고 청춘을 바친 전공에 대한 포기로 연결됐다고 할 수 있다. 국립단체의 단원이 되는 기회는 요원하고, 객원 또는 인턴 단원이 되는 것도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에 동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청년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도 있고, 또 이 공연 하나에 참여했다고 해서 경제적·사회적 위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2022 오케스트라 이음>을 통해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온 청년 음악인들에게는 진정한 차원의 ‘지원’이 될 수 있고,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국립단체로서 예술성과 실험성 높은 작품 개발에 앞장서 온 국립단체로서 주변 청년 음악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심 어린 손을 내밀어 ‘국악관현악단의 이음’으로서뿐만이 아닌 동시대를 사는 ‘음악인으로서의 이음’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박수 받아 마땅하고 기대되는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성진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아 청년 예술인으로서는 실제 국립단체 단원을 체험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관현악시리즈Ⅱ <역동과 동력>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 거문고 명인 정대석, 가야금 명인 지순자, 하피스트 황세희 등 동서양의 발현악기 협연 무대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예술가를 칭하는 ‘비르투오소(Virtuoso)’들과 협연함으로써 국악관현악단의 섬세한 예술성을 통해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관현악시리즈Ⅲ은 <탐(耽)하고 탐(探)하다>로,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은 레퍼토리를 선정해 해당 작곡가의 대표 레퍼토리와 위촉한 초연곡을 선보이는 공연이다. 기획·상설 공연에서 연주된 관현악곡 중에서 원곡이 국악관현악 편성이 아니거나 작고한 작곡가를 제외하고 최다로 연주된 곡의 세 작곡자, 박범훈·김대성·황호준이 함께한다. 이는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내밀하게 탐험하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 국악관현악곡의 탄생을 만나게 되는 공연이 될 것이다.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는 로봇이 지휘하는 공연이다. AI 시대의 로봇 지휘는 어쩌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닐 것이다. 잠깐 재미 삼아 이벤트로 로봇의 지휘를 기획할 순 있지만 실제 이를 무대에 구현하고 국립단원들이 로봇의 지휘에 맞춰 연주한다는 일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과감하게 이를 실천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로봇이 국악관현악단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역할이 합해져야 한다. 이미 피날레 등 악보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 연주가 가능했던 차원을 넘어서야 하는 작업이기에 로봇에 전문적인 정보를 입력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 얼마만큼 정교하게 곡 해석과 정보를 입력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역할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협업하지만 음악적인 지시어 등은 실제 음악인, 전문가의 영역이 더해져야 기술과 예술의 멋진 합작이 이루어질 수 있기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이 실험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공연이라 할 것이다. 공연 제목인 <부재(不在)>는 ‘사람이 지휘하는 역할이 없는 부재’의 의미지만 실제 국악관현악에서 ‘지휘자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묻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어 더욱 궁금해지는 공연이다.

2022년 5월 <정오의 음악회>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인기 공연인 <정오의 음악회>는 명실공히 MC계의 국악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회자 이금희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공연이다. 이미 해오름극장이라는 대극장을 일대일 대화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사랑방으로 만들어버린, 관객 맞춤형 공연이라는 점에서 <정오의 음악회>는 성공을 보증하는 공연이라 할 것이다. 이외에도 <2023 신년 음악회>와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2>는 예술성과 대중성, 흥행성을 모두 갖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공연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립단체로서 맏형의 역할과 더불어 창작음악 발전의 견인차 역할, 대중의 예술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하는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독창적 기획력과 진지한 고민,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나타낸다. 국악관현악이라는 장르의 미래를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고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새로운 시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글. 유은선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재)국악방송 본부장·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자·국악전문 방송작가 및 MC로 활동했다. 현재는 국악 작곡가이자 평론가이며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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