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만드는국립극장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 시즌 프리뷰
함께 만드는 ‘가치’
지난 2021년 12월, 국립극장은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 공연예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차세대 창작자 발굴 및 양성을 목표로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이라는 이름의 중장기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창작자를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이 각 단체의 개성에 따라 멘토와 멘티를 선발하고 각각 ‘작창가 프로젝트’ ‘안무가 프로젝트’ ‘지휘자 프로젝트’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2022년 10월 <정오의 음악회> 무대에 서는 ‘지휘자 프로젝트’의 지휘자를 시작으로 2022년 12월 ‘작창가 프로젝트’의 쇼케이스 등 그 결실을 하나둘 관객 앞에 풀어놓을 예정이다. 그전에 세 전속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작창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멘토, (왼쪽부터) 고선웅·배삼식·이자람·한승석

국립창극단-‘작창가 프로젝트’

한국 고유의 소리,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창극(唱劇)은 새롭게 짠 소리와 대본에 연출의 다양한 미장센이 더해져서 완성되는 이 시대의 종합예술이다. 형식적 관점에서 오페라나 뮤지컬과 비교되기도 하고, 전통문화 관점에서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의 창극은 지난 100여 년의 역사 동안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 10여 년 전부터 창극이 하나의 독보적인 예술 장르로서, 그야말로 힙(HIP)해졌다. 아직 창극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관객은 있어도 한 번만 본 관객은 없을 만큼 그 매력에 빠져들면 계속 보고 싶은 장르가 되었다.
기존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깨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소재, 새로움을 더한 창극의 파격적 시도는 뮤지컬·연극·영화 등 장르를 불문한 국내외 창작자들과 협업한 결과였다. 창극의 신작은 때론 파격적으로, 때론 신선하게 관객에게 다가갔고, 그것이 실험에 그치지 않고 완성도 높은 예술 작품으로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창극이 뮤지컬·오페라 등 서양 음악극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강력한 콘텐츠로 특화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소는 판소리 창법에 뿌리를 두되, 전통 판소리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소리를 새롭게 창작해 관객과 교감한 것이었다. 국립창극단이 최근 다양한 신작 제작을 통해 창극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창극이 동시대를 대표하는 장르로 성장하기 위해 신진 창작자 양성과 숙련도 향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 노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국립창극단은 2022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NTOK Connect)’을 계기로 작창가에 주목한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작창가를 양성,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자양분을 제공한다. 현재 작창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규 교육과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립창극단의 창작 현장이야말로 성장하는 창작자들에게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배움의 장, 그들의 창작 실험실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창극 제작 현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4명의 창작자(고선웅·배삼식·한승석·이자람)가 작창가 부재의 심각성과 창작자 양성 필요성에 공감해 팔을 걷어붙이고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어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2년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의 참가자는 2021년 12월, 국립극장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모집을 진행했고, 총 14명의 신청자 중 멘토들의 심사(포트폴리오 서류 심사, 면접)를 거쳐 총 4명(박정수·서의철·유태평양·장서윤)이 선발되었다. 이들은 1년 동안 창작 단계별 작품 구성, 제작, 창본 작업, 작창 멘토링, 국립창극단원과의 작창 워크숍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오는 12월 11~12일 이틀에 걸쳐 작창 쇼케이스를 연다. 전달력 있는 작창을 위해 글발 있는 중견 작가(김민정, 김민정, 김풍년, 이철희)들도 힘을 보탰다. 이번 작창 작업을 위해 새롭게 쓰인 대본은 신진 작창가들에게 창작의 활력과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한 명의 작창가가 탄생해 성장하고, 좋은 소리를 짜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소리를 부르는 소리꾼이,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는 관객이 있다면, 신진 작창가들도 내일의 무대를 위해 한 대목 작창할 수 있는 용기를 낼 것이다.

‘넥스트 스텝’을 통해 발굴한 안무가 이재화의 <가무악칠채>

국립무용단-‘안무가 프로젝트’

국립무용단이 한국무용 안무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애써 온 역사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2001)부터 ‘엔톡 초이스’(2011), ‘국립극장 예술가시리즈’(2012) 등으로 이름과 방식은 바뀌어왔지만 평생 한국춤을 수련해 온 국립무용단원들로부터 참신한 창작의 가치를 발굴하고자 노력해 온 결은 같다. 최근에는 무용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1인무(홀춤)와 2인무(겹춤) 안무를 개발하는 ‘홀춤’(2020~2022 현재)까지 영역을 넓히며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전통무용의 창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처음 시작한 ‘넥스트 스텝’은 안무가의 핵심 영역인 창작 외에도 창·제작 전반에서 마주치는 실무적인 이슈들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체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창작 프로젝트다. 단순히 하나의 안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무용수의 몸을 통해 구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안무 공모전을 넘어서 조명·무대 등 제작에 필요한 실무 교육을 받고, 창작 자문단과의 밀도 높은 멘토링을 통해 작품을 숙성시키는 시간을 갖는다. 춤을 창작하는 핵심 역량은 물론 기획자이자 연출자로서의 역할을 포함해, 무대 기술까지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도 함께 함양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왜 국립무용단이 안무가를 육성하는가, 왜 국립극장 안에서 이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립극장은 무대 장치제작소와 전문 무대 기술 인력, 기획 및 운영 인력을 상시 고용하고 있는 제작극장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무용수들과 함께 전통 안에서 현대적인 담론을 발견하고, 이를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펼쳐내도록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난 4년간 ‘넥스트 스텝’을 통해 관객과 만나온 작품은 총 다섯 편, 이 중 이재화 안무작 <가무악칠채>는 국립무용단 레퍼토리로 당당하게 자리 잡아 국립극장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다시 한번 오른 데 이어 ‘MODAFE’(국제현대무용제)에 초청받아 객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으며 주목할 만한 젊은 안무가의 탄생을 알린 바 있다.
국립무용단은 2023년 ‘넥스트 스텝’ 세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외부에도 문호를 개방한다. 안무가 응모 자격을 국립무용단원에 한정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외부의 신진 안무가까지도 지원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이다. 외부 안무가에게 국립무용단의 수준 높은 무용수들과 협업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립무용단 내부의 안무가, 즉 단원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어 시너지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한국무용계의 고질적인 창작자 부족 현상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립무용단은 안무가로 하여금 예술 생태계 안에 정착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게 해 한국무용의 미래를 담보하는 본 프로젝트를 내년 4월, 작품으로 결과를 선보인다는 계획하에 올 9월, 극장 안팎의 안무가를 선발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안무가는 올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7개월간 실무 교육과 각 분야 전문가의 피드백을 교환하며 창작에 매진할 예정이다.

‘지휘자 프로젝트’에 선발된 유숭산·이재훈·정예지

국립국악관현악단-‘지휘자 프로젝트’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차세대 유망 지휘자를 발굴 및 육성하고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휘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악관현악은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호흡이 담긴 장단과 선율 등 국악 고유의 어법과 색채가 담겨 있어 서양음악과 다른 특성을 가졌기에 풍부한 음악적 경험을 지닌 지휘자가 필요함에도 적합한 지휘자를 찾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프로 악단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젊은 지휘자를 위해 마련한 기회다.
2021년 12월, 국내외 지휘전공 석사과정 이상 재학생 및 졸업생 또는 국내외 지휘자 혹은 음악대학 지휘과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선정된 지휘자에게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의 객원 지휘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성별과 연령, 전공이 다양한 지원자들이 9:1의 경쟁률을 보여 젊은 지휘자들의 무대를 향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2022년 1월 심사를 통해 3명의 지휘자를 선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정치용을 사사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국악 지휘를 전공하고 있는 유숭산, 한국음악 오케스트라 앙상블 바론 지휘자이자 타악 연주자인 이재훈, 미국 피바디 음악대학(Peabody Institute of Johns Hopkins)에서 마린 알솝(Marin Alsop)을 사사한 정예지가 그 주인공이다.
3명의 지휘자는 2022년 상반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습과 무대 리허설, 공연을 자유롭게 참관했다. 깊이 있는 국악관현악 작품을 선보여 온 김택수·황호준 작곡가와의 워크숍을 통해 작품 해석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을 익히고, 박범훈·임헌정 지휘자의 특강과 마스터 클래스도 거쳤다. 또한 국립국악관현악단원을 이끄는 연습 지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젊은 지휘자가 프로 악단을 직접 지휘해 볼 기회가 없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흔치 않은 기회다. 특히 원영석(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최수열(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등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지휘자들이 멘토로 참여해 연주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며 지휘자로서의 역량과 리더십을 훈련했다.
2022년 ‘지휘자 프로젝트’는 8월 11일 내부 시연회를 진행한다. 3명의 지휘자가 그동안 악단과 함께 연습하며 갈고닦은 기량을 내외부 전문가와 단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로, 시연회를 통해 각각의 지휘자가 지닌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다. 시연회를 거친 3명의 지휘자는 2022년 하반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설공연 <정오의 음악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공연을 앞두고 연주곡 선정 등 프로그래밍에도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지휘자는 관현악단을 이끄는 수장으로, 지휘자에 따라 악단의 음악적 색깔과 정체성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지휘자 프로젝트’를 통해 유망한 지휘자가 많은 연주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국립창극단 오지원 책임PD·국립무용단 우다슬 책임PD·국립국악관현악단 채인영 책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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