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2022 ‘여우락 아카데미’ 멘토 리마이더스 인터뷰
또 다른 미래를 발견하는
또 하나의 여우락
막연했던 앞날을 한층 선명하고 폭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는 값진 시간.
6월 말 해오름극장에서 만난 ‘여우락 아카데미’ 출신 멘토 리마이더스는
‘여우락 아카데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여우락 아카데미’로 돌아온 ‘시나위 듀오’

Q. 먼저 ‘월간 국립극장’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김민영안녕하세요! 거문고를 하는 저와 가야금을 하는 박지현 연주자가 마음을 모아 결성한 연주팀 리마이더스입니다. 저희는 시나위 정신을 바탕으로 기존 음악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즉흥 방식의 창작과 연주를 지향하는데요. 2020년 결성한 뒤 지난해 첫 번째 정규 음반 「ESSENTIAL」을 발매했고, 지금껏 즉흥 음악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어요.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에서는 또 다른 가야금·거문고 연주팀 달음과 함께 <네 개의 점(點)>이라는 공연을 펼치게 됐죠.

Q.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과 더불어, ‘여우락 아카데미’에서 멘토로도 활약하게 되셨어요.

박지현저와 김민영 연주자 모두 2015년 ‘여우락 아카데미’ 3기를 거쳤어요. 이후 꾸준히 가까이 지내고 팀을 결성하며 ‘우리도 언젠가는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자로, 여우락 아카데미 멘토로 활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서 정말 감회가 남다르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얼떨떨하네요. 하루라도 빨리 참가자들을 만나고 싶어요!(웃음)

2022 <여우락 페스티벌> 중 리마이더스가 달음과 함께한 <네 개의 점(點)> 공연

Q. 올해 ‘여우락 아카데미’는 이전보다 색다른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박지현일단 참가자 수를 기존 20명 내외에서 14명으로 변경했어요. 아울러 2019년부터 모집 대상도 대학생에서 30세 이하 국악 전공자로 달라졌는데요. 더욱 깊이 있는 멘토링과 창작 실습을 위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김민영수료 공연 대신 교육과정에서 창작한 연주곡을 바탕으로 일종의 뮤직비디오인 아트 필름을 제작하기로 했다는 것도 올해 ‘여우락 아카데미’의 특징이죠. 예술의전당 공연영상 스튜디오와 협업해 수준 높은 영상을 제작하는데,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 유튜브에 업로드될 예정이에요.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아티스트에게 아주 귀중한 경험이 될 겁니다.

Q. 멘토로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이신가요?

김민영박우재·이아람 감독님이 경험 많은 아티스트로서 ‘여우락 아카데미’의 중심을 잡아주신다면, 저희는 참가자들과 비슷한 또래의 멘토로서 현업에서 쌓은 생생한 경험을 전달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저희의 경험상 ‘여우락 아카데미’에 합류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앞으로의 예술 활동을 한층 심도 있게 고민하는 분들이거든요. 그런 고민을 마음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멘토가 되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방향성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다면 멘토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죠.
박지현7년 전 ‘여우락 아카데미’에 왔을 때, 연주 활동의 전환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비슷한 상황의 다른 참가자들과 다양한 창작 경험을 쌓으며 사고의 틀을 빠르게 허물었죠. ‘여우락 아카데미’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즉흥 음악도 없었을 거예요. 저희도 참가자들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내 안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예술 카페인’

Q. 두 분이 2015년 ‘여우락 아카데미’에 참가한 이유가 궁금해요.

김민영대학교 3학년을 막 마친 시점이었는데, 본격적인 연주 활동을 앞두고 마음이 혼란스러웠어요. 내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아티스트가 돼야 하는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요. 그때 ‘여우락 아카데미’에 참가했던 지인들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참가하기를 추천했어요. 2014년에 한 번 떨어진 뒤 재수까지 하며 ‘여우락 아카데미’에 들어간 이유죠.(웃음)
박지현국악을 하는 대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여러 대회에 출전하고, 무형문화재나 예술단체 정단원을 목표로 삼는데요. 자유분방한 제 성격상 그런 진로가 와닿지 않았어요. 대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만의 무언가를 구축해 나가려고 했는데요. 이런 와중에 “너는 ‘여우락 아카데미’와 잘 맞겠다”는 한 선배의 말에 곧바로 참가 신청서를 냈어요. 덕분에 김민영 연주자의 지인들처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어요.

2015년 ‘여우락 아카데미’에 참여한 박지현(좌), 김민영(우)

Q. ‘여우락 아카데미’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나요?

박지현당시 이아람 감독님이 진행하신 즉흥 음악 수업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요. 주제가 ‘비’였는데, 참가자들이 별오름극장에서 둥그렇게 둘러앉아 각자의 악기로 소리를 냈는데요. 같은 주제였는데도 소리가 제각각이었어요. 그 순간 ‘이 모든 게 비와 관련된 소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았죠. 즉흥 음악 수업을 한 뒤 숙소로 돌아와서 스마트폰에 녹음한 소리를 함께 들으면서 ‘이 부분이 좋았다’고 서로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어요. 이 소리에는 이 소리가 어울린다는 둥, 다음 시간에 네가 이 소리를 내면 나는 이 소리를 내겠다는 둥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즉흥 음악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Q. ‘여우락 아카데미’에서 어떤 것들을 얻으셨나요?

박지현앞서 살짝 이야기한 것처럼 국악과 창작을 바라보는 시야가 상당히 넓어졌어요. 다양한 곳에서 모인 참가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리마이더스가 하는 즉흥 음악의 싹도 ‘여우락 아카데미’에서 피어났죠. 국립극장에서 마련해 주신 양질의 커리큘럼도 큰 도움이 됐어요. ‘어, 이거 뭐였더라?’ 싶은 순간마다 당시 받았던 교재를 펼쳐보면 어김없이 그 내용이 담겨 있더라고요.(웃음)
김민영예술 활동의 든든한 동반자들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에요. ‘여우락 아카데미’가 끝난 후에도 계속 만나며 서로가 가진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의 힌트를 얻었어요. 그래서인지 3기를 거친 다수의 아티스트가 꾸준히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죠. 즉흥 음악에 관심이 컸던 박지현 연주자를 만나 리마이더스를 꾸릴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여우락 아카데미’ 덕분이에요. 이렇게 되짚어 보니 새삼 ‘여우락 아카데미’에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2022 ‘여우락 아카데미’에 멘토로 참여한 리마이더스

Q. ‘여우락 아카데미’에 관심 있거나 참가하려고 하는 국악인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김민영‘여우락 아카데미’는 잠들어 있던 내 안의 또 다른 예술 세계를 일깨우는 ‘예술 카페인’이에요. 하지만 일깨우는 데에서 멈추면 안 돼요. ‘여우락 아카데미’를 출발점 삼아 예술 활동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맺은 인연을 귀중하게 여기면서 서로의 생각과 장점을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비로소 나만의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죠. 모든 교육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여우락 아카데미’에서 배운 도전 정신을 꼭 붙잡고, 한발 한발 굳게 앞으로 나아가세요. 저희도 이런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답니다. 우리가 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Q. ‘월간 국립극장’ 독자들에게 리마이더스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박지현올해 10월에 <여우락 페스티벌>과 영국 <K-뮤직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협력사업에 선정돼 영국 런던으로 첫 번째 해외 투어를 갑니다. 뒤이어 11월에는 리마이더스의 첫 단독 콘서트도 예정돼 있는데요. 코로나19와 함께 출발한 비운의 그룹이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해서 커다란 행운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저희에게 이런 용기와 열정을 심어준 ‘여우락 아카데미’! 정말 고마워요!(웃음)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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