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음악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다가가는 법
음악이라는 촉진제
음악적 경험으로 얻게 되는 충만한 하루가 인생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한다.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아동 청소년 삶의 질 OECD 국가 중 꼴찌… 청소년 4명 중 1명, 중등도 이상 우울 겪어’(2022. 3. 30, 연합뉴스)

이제 우리는 이런 기사에 놀라지도 않을 만큼 주변에서 이런 소식을 쉽게 접하고 있다. 미래의 희망이라던 우리의 아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많은 전문가가 아이들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아동, 청소년에 대해 ‘어렵다’ ‘잘 모르겠다’는 공통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 Adolescent의 어원은 ‘성장한다’ ‘성숙되어 간다’는 의미이다. 단어의 의미처럼 이 시기에는 신체적·심리적·행동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슈이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혹독한 청소년기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며 이때 음악은 이들에게 친구이며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청소년에게 음악은 매우 일상적인 경험이며 이미 그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청소년은 음악을 들으며 서로 공감대와 신뢰감을 형성하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특별히 일상에서 음악에 대한 소비와 요구가 가장 높아지며 또한 음악에 가장 몰입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음악이 감정적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어 이 시기에 행복을 준 음악은 우리의 일부가 되어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행복한 기억으로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엔통이의 동요나라2>

음악이 어떻게 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청소년기는 격동의 시기이다. 뇌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혼돈의 시기라고도 한다. 이들의 뇌는 성인의 뇌와 작동 방식도 다르고 그래서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도 다르다. 이 시기 뇌 발달에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전두피질에서 수상돌기의 발전과 가지치기 및 수초화가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 기능이 강화되면 좀 더 성숙한 행동을 할 수 있고 충동의 조절과 주의 집중을 향상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주변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신경회로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음악은 두뇌를 자극해 뇌의 구조와 기능의 변화를 유도한다. 음악은 뇌신경 세포의 연결에 자극을 주어 뇌의 발달을 도우며 좌뇌는 부분적 소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우뇌는 전체적 음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뇌의 전반적 발달을 촉진한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급격한 신체적, 심리적 변화 속에서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갈등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서를 잘 조절하는 능력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 음악 감상은 청소년들이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보편적 방법 중 하나이다. 수비 사리칼리오는 연구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 음악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데, 즐거움을 위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강한 정서적 경험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방출하기 위해, 편안함을 위해 음악을 감상한다고 한다. 많은 연구에서 음악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부적응, 우울 등의 심리적 문제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인 중재 방법이며 우울 성향 청소년의 자기효능감을 향상하며, 분노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불안을 완화시키며 결국 심리적 안녕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보고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이다. 심리학자 에릭슨은 이 시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하였다. 청소년들은 자기 탐구를 위해, 자기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거나 힘을 갖기 위해 음악을 찾는다고 한다. 음악은 ‘자아’라는 우리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와 음악을 공유하면서 집단 안에서 소속감과 지지를 얻으며 개인의 정체성 형성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적 음악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공동체 안에서 음악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청소년기는 자신을 둘러싼 가정, 학교, 더 나아가 문화적으로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사회적 유대감뿐만 아니라 심리적 유대감도 중요하다. 공동체 안에서 음악극과 같은 공연에 참여하는 것은 음악 감상, 노래 부르기, 연주 활동 등 모든 음악 경험을 할 수 있는 총체적인 집합체로서 청소년들에게 성취감과 미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공동체 안에서 때로는 청중으로, 때로는 참여자가 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에 함께할 수 있다. 이 시기 또래집단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한데 공연은 전 세계 청소년들을 연결해 주는 매체가 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문화로서의 음악 활동은 교우관계, 교사와의 관계, 자아효능감 등에 영향을 미치며 청소년기의 긍정적 변화와 삶의 질 향상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국가 지원으로 빈민 아이들을 마약과 범죄로부터 구해준 음악교육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이 확산되어 국내에서도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과 소외계층을 위해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문화예술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관련 사업으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꿈의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여전히 보완 사항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이러한 활동 참여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기효능감이 향상되고 자아 탄력성이 회복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국립극장의 5월 공연, 어린이 음악극 <엔통이의 동요나라2>와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는 더욱 반갑고 의미 있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와 함께하는 음악극은 참여자들에게 만남·표현·도전을 경험하게 한다. 관객은 주인공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음악과 함께 표출되는 다양한 감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 표현 역시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은 인생을 잘 보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5월, 음악과 함께하는 특별한 하루는 긴 인생을 멋지게 살기 위해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정현주, 김동민(2005),『아동들을 위한 음악치료 놀이극』, 서울: 학지사.
황은영(2012), 「청소년 대상 그룹 음악치료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인간행동과 음악연구』, 9(2), 1-17.
황은영 외(2017), 『올 댓 청소년 음악치료』, 서울: 학지사.
황은영 외(2019), 『음악과 인간행동』, 서울: 학지사.
Saarikallio, S., & Erkkila, J. (2007), The role of music in adolescents' mood regulation, Psychology of Music, 35(1), 88-109. Wiliamson, V. (2019),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노승림 역). 서울:바다출판사(2014 원저출판).
문화예술교육진흥원 https://www.arte.or.kr/business/society/index.do
글. 황은영 2012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 음악치료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예술치유사업 등 다양한 음악치료 프로그램의 기획 및 슈퍼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음악활동에 관심이 많으며 『올댓 청소년 음악치료』 등의 저서와 음악치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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