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국악으로 정의하는 아름다움
겨우내 뿌리만 남겼다가 봄에 다시 싹을 틔우는 꽃, 아리스타타. 아름다움의 소유자란 꽃말처럼 음악에 담긴 아름다움을 전하는 마티네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가 돌아왔다.

국공립극장은 대중 친화적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다. ‘대중’이라는 키워드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공공극장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내로라하는 국공립극장은 ‘브런치 콘서트’를 선보여 왔다. 저녁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관객층을 타깃 삼아 평일 낮 시간을 활용해 공연을 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예술의전당은 2004년부터 <11시 콘서트>, 성남아트센터는 2006년부터 <마티네 콘서트>를 시작했다. 브런치 콘서트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해 한결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2009년 첫선을 보인 국립극장의 <정오의 음악회>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고 탄생했다. ‘국악 브런치 콘서트’를 표방한 <정오의 음악회>는 한 달에 한 번, 오전 11시에 막을 올린다. 국악, 혹은 국악관현악이 낯설더라도 즐겁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친숙한 음악을 선곡하고, 대중가수·뮤지컬배우·소리꾼과의 협연 무대를 선사한다. 2021년부터는 재치 넘치는 아나운서 이금희의 해설이 더해져 더욱 친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15주년을 바라보는 <정오의 음악회>가 지난해부터 기획력을 더욱 견고히 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좀 더 명확한 콘셉트를 위해 ‘탄생화’와 ‘꽃말’을 차용해 <정오의 음악회>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공연 당일에 해당하는 탄생화의 꽃말을 주제로 레퍼토리를 배치한다.
오는 5월 19일 공연의 탄생화는 ‘아리스타타(숙근천인국)’로 ‘아름다움의 소유자’라는 꽃말을 가졌다. 겨울에는 뿌리만 남아 있다가 봄에 다시 싹을 틔우는 숙근. 그때의 빛깔은 겨울 동안 축적되어 있던 아름다움이 한 번에 방출되는 듯하다. 이번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완연한 봄기운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곡들이 관객을 찾아 겨우내 메말랐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예정이다.

아름다움을 소유한 ‘정오의 레퍼토리’

이번 <정오의 음악회>는 청주시립국악단 예술감독을 지낸 조원행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한다.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작곡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음악회를 여는 ‘정오의 시작’에서는 조원행이 작곡한 국악관현악을 위한 ‘청청(淸靑)’을 연주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활력, 봄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을 국악관현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조원행은 자연이 주는 소중한 소리를 국악관현악에 온전히 담아냈으며, 각 악기군마다 선율적 주제를 제시해 생동감 있는 곡의 전개를 보여준다.
첫 곡의 맑고 깨끗한 기운을 이어가는 ‘정오의 판소리’에서는 국립창극단의 스타 소리꾼 김준수가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2022년 상반기부터 새롭게 선보인 ‘정오의 판소리’는 국립창극단원과의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준수는 이번 무대에서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을 선보인다. 2016년 두번째달과 함께 발매한 판소리 ‘춘향가’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기에 ‘이별가’나 ‘어사출두’와 같은 ‘춘향가’ 대목을 부르는 김준수의 모습이 좀 더 친숙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수궁가 이수자로, 2018년에는 국립창극단 입단 5년 만에 ‘수궁가’ 완창에 도전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수궁가를 참신하게 해석한 젊은 소리꾼들의 소리판 <절창>, 국립창극단 <귀토>의 주인공 토자 역으로 무대에 서 화제를 모았다. 젊지만 진한 연륜이 묻어 나오는 ‘수궁가’의 한 대목을 유쾌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음악만큼 대중에게 강력한 향수를 선사하는 음악이 있을까. 이어지는 ‘정오의 시네마’에서는 1961년 발표한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사운드트랙을 들려준다. 이 영화는 1961년 아카데미상 음악상·편곡상·주제가상을 수상하며 헨리 맨시니를 1960년대 미국 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반열에 오르게 했다. 오드리 헵번이 창틀에 앉아 기타를 치며 ‘Moon River’를 부르는 장면은 아직도 큰 사랑을 받으며, 많은 가수에 의해 계속해서 리메이크되고 있다. 국악관현악으로 즐기는 ‘Moon River’가 어떠한 로맨티시즘을 선사할지 마음이 설렌다.
이어지는 ‘정오의 스타’ 5월의 주인공은 뮤지컬 배우 홍지민이다. 뮤지컬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드림걸즈> <캣츠> 등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한 홍지민.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도 활발히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2013·2018·2020년에는 개인 싱글 앨범을 내며 가수의 꿈도 키워왔다. 홍지민은 이번 공연에서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마지막 무대에서 열창한 ‘말하는 대로’, 뮤지컬 <맘마미아>의 대표 넘버인 ‘댄싱퀸’, 첫 디지털 싱글 ‘국민여러분’을 연달아 부른다. ‘국민여러분’은 가수·배우·엄마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홍지민이 좌절을 겪던 시기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힘을 내기 위해 만든 곡이다. 이 곡을 듣는 모든 사람이 ‘내 안의 진짜 나’를 찾고, 사랑하고, 꿈을 이루어내길 뜨겁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지휘 조원행
  • 협연 김준수
  • 협연 홍지민

공연을 마무리하는 ‘정오의 초이스’는 이달의 지휘자가 직접 주제와 어우러지는 국악관현악곡을 고른다. 5월 공연의 지휘봉을 드는 조원행은 작곡가 이정호의 국악관현악곡 ‘바다’를 선곡했다. 1984년 김기수 작곡가가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위촉으로 작곡한 ‘청사포 아침해’를 새로운 감성으로 다듬은 곡이다. 작곡가 이정호는 “‘청사포 아침해’의 수려한 선율과 정제된 관현악은 가슴속 울림으로 깊이 파고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출, 뱃고동 소리 등 이른 아침 바다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마음에 평온함을 준다.
녹음이 짙어지는 5월이다. 냉큼 여름으로 치닫고 있는 늦봄, 까딱하면 계절의 찬란한 변화를 놓치기 십상이다. 다정한 기운을 가득 담은 5월의 <정오의 음악회>는 찰나에 가까운 봄날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s

글. 장혜선 월간 『객석』 수석기자,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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