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사람들

공연기획부 공연 기획 PD
화려한 조명 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수면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백조의 물갈퀴처럼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극장 곳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작품 뒤에 숨어서 존재하는 자

공연이 있는 날 극장 로비로 가보자. 로비 한켠에 서서 기자·공연 관계자 등 이른바 공연계 인사라 불리는 이들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이 모습을 보고 공연 기획 PD가 화려한 직업이라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어쩌면 그 너머의 시간까지 종횡무진하며 공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화려함’ 보단 ‘고강도 업무’에 놀라게 된다. 공연 기획 PD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국립극장에서 14년 차 공연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오지원 책임PD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연 기획 PD란?

공연 기획자는 가장 먼저 작품을 구상하고, 예술가들을 한데 모으고,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공연이 끝난 뒤 마지막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작품의 모든 것에 관여하는 컨트롤타워를 가리켜 우리는 ‘공연 기획 PD’라 말한다. 한 편의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리는 동안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관리한다. 국립극장 책임PD 오지원은 이를 가리켜 ‘그림자’라 표현했다. 한 편의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존재이지만, 혼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공연 기획 PD이기 때문. 반드시 예술가가 있어야만 존재하고 작품 뒤에 숨어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더 알맞은 표현이 있을까.

국립극장과 민간의 공연 기획 PD

국립극장은 국·공립 공연예술 단체이면서 제작극장이다. 따라서 공연 기획 PD는 주어진 공간·예산·인력 등 갖춰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기관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향에 맞는 공공의 산출물을 제작하는 데 집중한다. ‘국립’극장이다 보니 작품의 흥행보다 ‘국립’극장이 갖춰야 할 사회·문화적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기도 한다. 가령 작품의 예술성이나 시장의 상생을 위한 일련의 작업 과정, 창작자와 제작진 같은 관계자들의 성장 등이다.
반면 민간 기획자들은 장소 대관부터 창작진과 출연자 섭외 등 공연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에너지와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더 자유롭고 융통성 있는 기획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국·공립이든 민간이든 공연 기획 PD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 있다. 바로 ‘공연에 따른’ 유연한 근무 시간이다. 국립극장의 경우 주 52시간 기준 안에서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해 사용하는 것에 비교적 부담이 적다. 하지만 직군의 특성상 낮에는 기획 및 행정 업무를 보고, 저녁엔 공연장에 상주해야 하므로 일정하게 하루 8시간 근무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획자가 공연의 모든 분야와 협력하고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이니만큼 언제나 연락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무 시간’이라는 표현이 더욱 무의미해진다. 거기다 공연이 없을 때도 막을 내린 공연에 대한 후속 업무와 앞으로 만들 공연에 대한 기획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한 작품을 마쳤다고 해서 긴 휴가가 주어지는 것 역시 아니다. 이처럼 고강도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공연 기획 PD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극장’ PD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

공연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지점에서 환희를 느끼는 것 같다. 오지원 책임PD 역시 공연이 끝나는 순간 터져 나오는 관객의 박수 소리에 전율을 느낀다며 “공연이 관객을 만나는 순간은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로운 순간과도 같다. 관객이 환호하는 그 짧은 순간을 위해 기나긴 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최근 공연한 국립창극단의 <리어>를 꼽았다. 공연이란 협업의 연속이고 현장 예술이기에 변수가 일상이지만, 이번 작품은 코로나19의 여파만이 아닌 공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과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긴 탓에 ‘이 정도면 공연하지 말라는 어떤 계시인가’ 싶을 정도였다고. 하지만 막상 막이 오르자 평단과 관객의 긍정적 반응이 쏟아졌고, 그 덕에 그간의 피로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연 기획 PD가 될 수 있을까?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미래의 기획자들 모두 주목하시길.

공연 기획 PD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

오지원 책임PD는 학부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하지만 공연 기획 PD가 되기 위한 필수 전공이나 자격증이 존재하진 않는다. 다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필수다.
국립극장에는 총 20여 명의 공연 기획 PD가 상주한다. 이들은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이렇게 세 개의 전속단체 공연과 국립극장 기획 공연, 축제 기획, 해외 교류 기획 등의 공연 제작 업무를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홍보·마케팅·관객개발·예술교육 등을 순환 업무로 맡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야 하는 만큼 특정 전공이나 자격증보다 관련 직군에 대한 폭넓은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동시대의 흐름을 읽고, 앞선 기획을 위한 현장 리서치가 중요하다. 타인이 내놓은 고민의 결과를 통해 자극받기도 하고, 연출·안무·디자이너 등 다양한 창작진의 창작물, 출연진의 퍼포먼스, 관객의 반응 등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것들을 파악하고 자기 것으로 잡아내려면 일과 취미 사이 그 어딘가에서 부단히 움직여야만 한다. 직접 보고, 직접 경험해야만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길.

※ 위 기사는 국립극장 책임PD, 오지원 님과의 서면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글. 김보나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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