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사람들

운전직 공무원
화려한 조명 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수면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백조의 물갈퀴처럼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극장 곳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꿈과 환상의 세계로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보물섬을 향한 여정이 되고, 극장에 다다른 순간은 보물섬에 도착한 셈이 된다. 여기서 보물섬을 코앞에 둔 여행자의 심정이 얼마나 설렘으로 가득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동대입구역에서 국립극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탄 이들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기대와 설렘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바로 국립극장 셔틀버스 운행 주무관이다.

박상진: 공연기획부 고객지원팀에서는 국립극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공용차량을 운행합니다. 공연 1시간 전부터 20분 전까지 동대입구역 남산순환버스 정류장에서 국립극장까지, 공연 직후에는 국립극장에서 동대입구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관객의 이동을 돕습니다.

국립극장에는 운행 주무관이라 불리는 운전직 공무원 4명이 상주한다. 이들은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45인승 대형버스 3대, 18인승(장애인용 포함) 중형버스 1대, 총 4대의 셔틀버스를 최다 20회씩 운행하며 관객을 위한 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정신동: 국립극장의 운행 주무관이 되려면, 1종 대형 자동차 운전면허 소지가 기본 조건입니다. 거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법인, 사업자 등록업체에서 최소 5년 이상의 무사고 운전 경력 및 교통법규 준수 이력을 갖춰야 합니다. 현재 국립극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운전직 공무원 4명 역시 5~10년의 무사고 운행 경력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국립극장 셔틀버스 운행 주무관 4명은 공연 일정과 관객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근무하며 제일선에서 관객을 맞고 마지막에 송신하는 역할까지 한다.

오석원: 셔틀버스를 이용해 극장에 오시는 분들은 공연장의 누구보다 저희를 먼저 대면하기에 늘 스스로 국립극장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친절한 자세로 관객을 맞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신동: 극장은 제집과도 같은 곳입니다. 집을 찾아주신 손님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시간을 제공하고 함께하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을 겁니다.

국립극장 공식 트위터에 올라오는 방문 후기 중, 유독 시선을 끄는 후기가 있다. 인근 역에서 극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두고 놀이동산 사파리 투어 버스에 비유하거나 기사님과 나눈 담소로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후기다. 진심은 항상 전해지기 마련이란 말이 들어맞는 순간이다. 운행 주무관의 성심(誠心)은 이미 방문객들에게 가닿았고, 어느새 방문객과 이심전심이 된 듯했다.

오석원: 공연 관람을 위해 극장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저마다 설렘을 안고 오는 분들입니다. 그중에는 여러 번 방문한 분들도 있고, 처음 극장으로 나들이를 나온 분들도 계세요. 처음 오시는 분의 경우 교통편이나 극장 이용에 관한 편의 사항을 문의하십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친근감이 깊어지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죠.
박상진: 귀한 시간을 내어 발검음해 주시는 만큼, 첫 방문이 두 번째 방문으로 이어지고 극장 주변의 다양한 볼거리를 충분히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연 관람 전에 주변을 둘러보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정신동: 국립극장이 공공의 예술기관이니만큼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 그리고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렘을 안고 극장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버스.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앉아 저마다의 기대와 기쁨을 풀어놓는 곳이다. 이들의 설렘과 기대 그리고 기쁨을 배로 나누는 셔틀버스 운행 주무관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최우선의 원칙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오석원: 단 한 번의 사고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정신동: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국립극장의 소중한 고객이니까요.

국립극장의 운행 주무관 같은 운전직 공무원이 최근 인기 직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10급 기능직에서 9급으로 변경되기도 했고, 타 직렬과 비교해 시험과목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2023년부터는 공개경쟁에서 경력경쟁으로 바뀌면서 시험과목이 3과목(국어, 한국사, 자동차구조원리 및 도로 교통법규)에서 2과목(사회, 자동차구조원리 및 도로 교통법규)으로 변경되고, 반드시 1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므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오석원: 운전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력이나 시험과목 등 관련 분야를 성실히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신동: 국립극장을 비롯한 일반적인 운전직 공무원 시험에서는 경력 외에도 자동차정비기능사·컴퓨터활용능력·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자격증 혹은 급수 취득이 가점 요소로 작용합니다. 경력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해 준비하는 것이 합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박상진: 1년 이상의 경력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시험 규정이 바뀐 것은 그만큼 안전 운행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경력을 위한 운행보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운행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한 번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많은 이들의 안위와 연결되는 일이니까요. 꾸준히 안전하게 운행하다 보면 자부심도 얻을 수 있을테고, 그만큼 좋은 결과도 뒤따를 겁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가 준비 단계에 있고, 이미 일부 지자체에선 시범 운행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율주행이라고 하더라도 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어야만 한다. 또, 복지와 서비스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점점 대두하는 시점에 문화예술기관의 운행 서비스는 더욱 주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특히 남산 자락에 있는 국립극장의 경우 관객 서비스 측면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국립극장을 찾는 이들이 그날을 편안하고 즐겁게 기억하도록 하는 하나의 편린. 그 짧은 순간을 위한 긴 노력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 본 기사는 국립극장 운전직 공무원 박상진·서재광·오석원·정신동 님과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글. 김보나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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