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하나

국립극장 연말 기획공연 <세 가지 선물>
풍성한 전통예술 선물 꾸러미
임인년, 국립극장의 마지막 무대가 열린다.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수를 모아 관객에게 선물하는 자리다. 연말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할 세 가지 선물 꾸러미를 풀어보자.

12월만큼 반짝이는 때가 있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오면 길거리에는 신나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도시의 건물 위에는 예쁜 전구 빛이 내려앉는다. 들뜬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 각 극장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발레 ‘호두까기 인형’ 등 연말마다 빠지지 않는 주요 레퍼토리로 관객을 맞이한다.
올해 국립극장은 예년 개최했던 <국립극장 제야음악회>를 조금 더 특별하게 발전시켰다. 새로운 연말 기획공연 <세 가지 선물>은 국립극장의 세 개 전속단체가 연이어 무대에 올라 독립된 작품을 선보이는데, 12일간 3편, 총 6회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2015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총연출, 2018 평창 문화올림픽 총감독을 지낸 김태욱이 연출을 맡는다.

국립창극단 <연작>

역사에 기록될 경이로운 순간, 국립창극단 <연작>

첫 막을 올리는 국립창극단은 갈라 형식을 취한 창극 콘서트 <연작(連作)>(12.20~21)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창극사(史)에서 길이 기억될 순간이 될 것이다.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만 꼽아서 무대에 올리는 ‘갈라 콘서트’는 그간 뮤지컬이나 오페라, 발레의 특별 공연으로 선보여 왔다. 그러므로 이번 국립창극단의 ‘연작’은 의미가 깊다. 국립창극단은 2012년 국립극장이 첫 레퍼토리시즌을 시작한 이래로 좀 더 체계화된 시스템 안에서 여러 장르 제작진이 투입돼 창극을 시류에 맞는 음악극으로 발전시켰다. 이제는 열띤 앙코르 요청이 쇄도하는 대표 레퍼토리가 여럿 생겼으며, 젊은 관객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번 갈라 공연을 통해 국립창극단은 자체 레퍼토리가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2014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 이후 그야말로 메가 히트작으로 거듭난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시작을 연다. 국립창극단원인 최호성(변강쇠 역)과 이소연(옹녀 역)이 무대에 올라 초연부터 쌓아온 차진 호흡을 보여준다. 배삼식 작가가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각색해 만든 <리어>에서는 에드거 역 이광복과 리어 역 김준수의 절절한 독창을 발췌한다. <나무, 물고기, 달>은 소리꾼 이자람이 한국·인도·중국 등 동양의 여러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창작 창극이다. 아홉 소리꾼이 전하는 행복에 대한 메시지가 깊은 울림과 함께 밀도 높은 무대를 만든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싱가포르 국제예술축제(SIFA, Singapore International Festival of Arts), 런던국제연극제(LIFT, London International Festival of Theatre), 홀란드 페스티벌(Holland Festival), 빈 페스티벌(Wiener Festwochen)과 최근 브루클린음악원의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Next Wave Festival)’에 초청되며 놀라운 성과를 일궈낸 <트로이의 여인들> 역시 이번 무대에 빠지면 아쉬울 것이다. 고혼 역을 맡은 유태평양의 독창으로 시작하며 헤큐바 역의 김금미와 코러스가 함께하는 합창은 트로이 마지막 왕비의 한을 애달프게 토해낸다. 2019년 첫선을 보인 <패왕별희>는 소리로 온 세상을 표현하는 창극과 시각 중심의 중국 경극이 자연스럽게 교감한 작품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벼슬자리’와 ‘십면매복’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귀토>는 국립창극단 모든 단원이 무대에 올라 진한 감동을 선사할 계획이다.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인 계성원이 음악감독을 맡고, 김창환 지휘자가 40인조 국악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공연에 힘을 실을 것이다.

국립무용단 <수작>

계절의 순환과 세대 간의 교감, 국립무용단 <수작>

국립창극단의 뜨거운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국립무용단 <수작(秀作)>(12.24~25)이 우리 곁을 찾아온다. 국립무용단은 ‘아름다운 순환(Circle of Life)’을 주제로 사계절이 지나가는 자연의 섭리 속에 녹아드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선보인 국립무용단의 전통 소품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빗대어 새롭게 엮어낸다.
이번 공연에서는 나무 한 그루를 중심에 세우고 계절 변화를 담은 영상을 더할 예정이다. ‘봄’에서 선보일 ‘부채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만물이 깨어나 들썩이고 마침내 커다란 꽃 한 송이가 피어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어서 아름다운 꽃밭에서 남녀 무용수가 ‘사랑가’ 선율에 맞춰 봄의 정취를 전한다. ‘여름’에는 태고의 태평성대를 표현한 ‘화관무’를 통해 폭염과 호우 등 재연재해가 쏟아지는 여름철의 안녕을 기원한다. ‘가을’에는 풍년의 기쁨을 노래하며 ‘소고춤’과 ‘장구춤’ 장쾌한 흥을 돋운다. ‘겨울’은 흰 눈으로 덮인 세상과 잘 어우러지는 ‘동래학춤’을 통해 신선이 노니는 듯한 세상을 연출한다. 사계절의 끝에는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이 다시금 찾아오기 마련이다. 국립무용단의 ‘아름다운 순환’도 다시 돌아온 ‘봄’으로 끝을 맺는다. 무용단 단원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 길놀이 농악 행렬을 선보이며 흥겨운 마침표를 찍는다.
‘아름다운 순환’은 단지 계절의 변화만을 내포한 것은 아니다. 국립무용단이 선보이는 전통춤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생명력을 유지해 왔고, 앞으로 미래 세대 무용수의 몸을 통해 길이길이 기억된다는 의미도 담았다. 무대에 서 있는 우람한 나무 한 그루는 뿌리 깊은 춤의 영속성을 상징한다. 장면 곳곳마다 우리 춤을 전수하는 과정,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세대 간의 교감, 무용수의 황홀경을 여실히 전달할 예정이다. 어디에선가 헛헛함이 올라오는 연말, 국립무용단의 공연을 본다면 다가오는 새 계절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명작>

전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국립국악관현악단 송년 음악회 <명작>

베를린 필하모닉이나 드레스덴 작센 국립관현악단(Die Statskapelle Staatskapelle Dresden) 같은 유럽 유수 악단은 12월 31일이 되면 제야음악회를 개최해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이제는 국내 주요 극장들 역시 연말이 되면 비장하게 송년 음악회를 꺼내 놓는다. 2012년 시작한 국립극장 제야음악회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중심으로 대편성 곡부터 대중적인 레퍼토리까지 다채롭게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아왔다. 어디를 가든 문전성시를 이루는 연말인 만큼, 국립극장의 제야음악회 또한 늘 라인업을 발표하기 전부터 높은 티켓 판매율을 기록했다.
올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세 가지 선물> 공연 일환으로 <명작(名作)>(12월 30~31일)을 올린다. 연말연시 폭넓은 관객 수요층을 겨냥한 만큼 정통 국악관현악 작품은 물론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한다. 클래식 음악부터 현대음악, 게임 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는 지휘자 진솔이 지휘봉을 든다.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는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과 장석진 작곡가의 ‘풍경화:風景畵’를 연주한다. 고상지는 김동률·이적 등 대중가수와 협업을 통해 대중성을 꾀하는 한편, 고상지밴드를 결성해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아티스트다. 30일에는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보컬 신용재가 무대에 올라 그의 대표곡 ‘첫줄’ ‘빌려줄게’와 패닉의 ‘정류장’을 들려줄 예정이다. 31일에는 2016년 ‘슈퍼스타K’에 출연해 안정적인 고음으로 주목을 받았던 HYNN(박혜원)이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업한다. 그는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 ‘막차’ 등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히트곡을 노래한다. 이외에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대표 레퍼토리 ‘화류동풍’ ‘감정의 집’ ‘뱃노래’ 등 주옥같은 명곡을 엄선해 창작 국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눈꽃이 덮인 남산의 겨울 정취는 예쁘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아직 연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이와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국립극장을 찾으면 어떨까?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이 준비한 <세 가지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풀어보자.

글. 장혜선 음악 칼럼니스트.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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