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2022 국립극장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심화반 수료공연
창극, 네가 내 사랑이로다!
지난 3개월간 매주 토요일을 오롯이 창극에 할애한 수강생들의 아름다운 피날레, <춘향 늬우스>.
판소리와는 또 다른 창극만의 묘미를 유감없이 선보인 무대였다.
오프닝곡, 적벽가 ‘새타령’ 중 ‘슬피 우는 저 초혼조’라는 가사의 초혼조를 표현하고 있다.

찬란한 마무리를 향한 도전

다른 이들에게, 그것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열심히 노력한 성과를 가감 없이 내보인다는 것은 얼마나 쑥스럽고 어려운 일이던가. 지난 11월 6일, 2022 국립극장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심화반 과정을 모두 마친 수강생들은 석 달 동안의 창극 여정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그 힘든 일에 도전했다.
배움의 대미를 장식하는 수료공연, 그 무대인 달오름극장 로비는 수강생 가족의 설렘 섞인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춘향가’를 수강생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춘향 늬우스>는 분명 기존 판소리와는 다른 특유의 맛이 느껴질 터였다. 극장 출입문 너머로 수강생들이 막바지 리허설에 한창인 듯 열정 가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 음절 한 음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무대를 펼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오후 2시 50분, 드디어 극장 문이 활짝 열렸다. 객석 오른편 앞줄에 앉아 있던 수강생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더니, 각자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나같이 하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볼 오른쪽에 무선 마이크를 붙인 모습이 영락없이 곧 무대에 올라갈 창극 배우의 모습이었다. 가족들도 아이의 반김에 화답하듯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꺼내 그 모습을 소중히 간직했다.
수료공연에 앞서 진행된 수료식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수강생들과 가족들은 강사진이 한명 한명 소개될 때마다 커다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강단에 나와 수료증과 기념품을 받은 수강생들은 한 줄로 서서 저마다의 소감을 당차게 밝혔다.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6기 수료생인 장서화(국립국악중학교 2학년) 양은 후배를 위한 축하 공연으로 ‘심청가’ 중 ‘한 곳 당도하니’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을 빈틈없이 불러 커다란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수료공연을 진두지휘한 최여림 연출가는 관객을 위해 애정 넘치는 공연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춘향가’ 원전으로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덕분에 원전의 주요 장면들과 더불어 아이들이 짚은 중요한 포인트와 생각을 켜켜이 모아서 2022년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심화반만의 <춘향 늬우스>를 만들었습니다. 각 장면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유심히 살펴보시면 더욱 뜻깊은 수료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아이들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마음껏 공연을 즐겨주십시오!”

4장, ‘농부가’의 한 장면으로 농부가 된 수강생들이 다 같이 ‘농부가’를 부르고 있다.
  • 1장, ‘옥에 갇힌 춘향과 죄수들’의 한 장면이다.
    칼을 찬 춘향이 무대 한 편에 쓰러진 듯 앉아 있다.
  • 4장, ‘농부가’의 한 장면으로 농부 역을 맡은 수강생들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몽룡의 소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5장, ‘어사출또’의 한 장면으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춘향을 시험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몽룡의 모습.

창극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한 오뚝이들

무대의 파란 조명 안쪽으로 연주단이 들어오자, 이윽고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암전이 찾아왔다. 삼삼오오 모여 이른바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며 등장한 아이들은 ‘적벽가’ 중 ‘새타령’을 불렀고 그 면면에는 긴장 대신 즐거움이 들어차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한 수강생이 “‘적벽가’ ‘새타령’으로 목을 다 풀었으니 관객들 귀도 열리고 마음도 열렸으렷다!” 하며 호응을 유도하자,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뒤이어 무대 왼편에 칼을 쓴 춘향과 함께 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이 등장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잘게 쪼개어 막힘없이 주고받는 솜씨에 관객들이 저절로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수강생들은 판소리와는 또 다른 창극만의 묘미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창극의 기본이 되는 판소리는 물론 대사와 연기, 상대와의 호흡과 무대 구성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이 놀라웠다. 간혹 대사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듯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극의 몰입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었을뿐더러, 마치 오뚝이처럼 금세 정상궤도를 되찾는 모습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만큼 열심히 연습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이 춘향과 몽룡, 주변 인물들의 언행을 재해석한 부분도 꽤나 즐거운 볼거리였다. <춘향 늬우스> 속 춘향의 어머니 월매는 딸의 고초를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끝까지 존중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몽룡이 어사출또 전날 춘향에게 면회를 와서 출또 사실을 비밀에 부친 것도 모자라 출또 후 춘향을 시험하듯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수청을 들라고 하자, 춘향은 착잡했고 몽룡은 자신의 비겁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후회했다. 이렇듯 극 곳곳에 수강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춘향 늬우스>는 기존의 ‘춘향가’와는 또 다른 가치와 매력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침내 극 중 사건들이 모두 풀린 뒤, 수강생들이 ‘농부가’를 열창하며 무대를 마무리 지었다. 강사진과 관객의 뜨거운 칭찬과 격려가 뒤따랐다. 다시 없을 자신들만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수강생들은 대기실로 들어서며 강사진과 격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기쁨·뿌듯함·자부심·아쉬움·붉어진 눈시울, 내년 창극아카데미를 향한 기약을 모두와 함께 나눈 수강생들은 달오름극장 앞으로 달려가 늦가을 햇살처럼 따사로운 웃음을 짓고 있는 가족의 품에 안겼다. 2022년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심화반은 이렇듯 아름다운 피날레와 함께 더없이 멋지게 막을 내렸다.

2022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수료식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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