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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가치 만나는 음악회
이번 9월은 유난히 반갑다. 그만큼 올해 여름이 힘들었다는 방증이다.
9월이 반가운 또 다른 이유는 2009년 첫선을 보인
국립극장 대표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가 긴 여름휴가를 마치고 하반기 공연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관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정오의 음악회>가 가진 15년이라는 무게감, 그 가치를 같이 만나보자.

2021년 하반기부터 공연 당일에 해당하는 ‘탄생화’와 ‘꽃말’을 차용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9월 7일에 열리는 <정오의 음악회>는 ‘새색시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가진 ‘오렌지’를 주제로 한다. 오렌지를 떠올려보자. 달콤하고 상큼한 맛에 색깔은 또 얼마나 예쁜가. 싱그러운 오렌지에서 새색시가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설렘까지 연상된다. 탄생화와 꽃말을 알고 간다면 공연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023년 하반기 <정오의 음악회>는 전통공연예술 분야 예술가 양성 사업인 ‘2023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에 선발된 신진 지휘자 3명의 데뷔 무대로 특별함을 더한다. 같이 만들어 더욱 가치 있는 무대의 시작이다.
9월에 지휘봉을 잡는 채길룡은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 대금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악 지휘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KBS국악관현악단·서울시청소년국악단·세종국악관현악단 등 다수의 국악관현악단에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며 탄탄한 실력을 쌓아온 그가 펼쳐낼 감각적인 무대가 기대된다. 여기에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 이금희 아나운서의 해설이 더해진다.

가치 둘러보기 ‘정오의 3분’

좌석을 확인하고 앉아서 숨 한번 고르면 상반기에 신설된 ‘정오의 3분’이 짧지만 강렬한 시작을 알린다. 긴 호흡의 국악관현악이 어렵게 느껴지는 관객을 위한 워밍업 무대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정오의 3분’은 최덕렬 작곡가의 ‘조율’이다. ‘조율’의 조는 ‘돕다’의 조이기도 하고, ‘비추다’의 조이기도 하다. 악기들이 서로 소리를 도와 조율하고, 그 존재를 조명해 준다는 의도가 담긴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음악작곡과를 졸업한 최덕렬은 그룹 ‘불세출’에서 기타와 타악기, 작곡 및 구성을 맡고 있다. 소리의 색채가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 온 그가 악기에 대한 뛰어난 이해를 바탕으로 거문고·피리·해금·타악기 등 국악관현악단을 구성하는 악기들과 대피리·생황 같은 특수 악기들의 짧은 독주를 통해 국악관현악이라는 음향 공동체가 다양한 악기와 소리로 구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60여 명이 만들어내는 관현악 하모니를 통해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공연에 스며들 준비를 해보자.

  • 지휘 채길룡
  • 위촉작곡 최지운

가치 마주 보기 ‘정오의 협연’

이어지는 ‘정오의 협연’은 작곡가 최지운에게 위촉한 작품 ‘적향笛香’을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 위재영의 피리, 수석 단원 박경민의 대금 협연으로 선보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금과 피리, 즉 횡적橫笛과 종적縱笛의 소리가 퍼지는 것을 공감각(향)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음악작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최지운은 온 나라 국악경연대회 작곡 부문 은상, 대한민국대학국악제 대상, K-ARTS 국제작곡콩쿠르 2등, ARKO한국창작음악제 국악 부문 선정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증명하듯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국악관현악과 실내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작품은 공연을 관통하는 ‘새색시의 기쁨’이 투영된 듯,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아름답고 부드러우면서도 동화적으로 묘사한 곡이다. 시작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며 곡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 물론 여기서의 새로운 시작은 꼭 특별하면서도 거창한 것만을 뜻하지는 않으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 피리 협연 위재영
  • 대금 협연 박경민

가치 떠나보기 ‘정오의 여행’

공연의 가치를 둘러보고 마주 보았다면 한 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상반기에 신설된 코너 ‘정오의 여행’은 세계의 전통음악을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해 그 국가의 경치와 문화를 담은 영상과 함께 감상한다. 9월은 상큼한 오렌지가 떠오르는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동행할 음악은 미국 서부 민요 ‘클레멘타인’과 민요 ‘도라지타령’을 접목해 편안하고 쾌활한 느낌으로 만든 홍민웅 편곡 ‘하늘과 대지 그리고 바다’이다. 희망찬 내일을 그려나가길 바라는 작곡가의 소망이 담긴 곡을 들으며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대지와 푸른 바다, 대자연이 주는 경이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멋을 느껴보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가치 즐겨보기 ‘정오의 스타’

이쯤 되면 아쉬움이 남지 않게 온 마음으로 무대를 즐겨보고 싶지 않은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팬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는 ‘정오의 스타’에 1998년 데뷔한 발라드의 황태자 조성모가 찾아온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삽입곡 ‘너의 곁으로’, 데뷔곡 ‘투 헤븐To heaven’과 ‘다짐’ 등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명곡을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선보인다. 2019년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처음 호흡을 맞춘 조성모는 7월 13일 장흥을 시작으로 2023 찾아가는 국립극장 – 국립국악관현악단 <베스트 컬렉션>을 공연한다. 9월 16일은 안동을 찾을 예정이니, 조성모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끈끈한 케미가 기대된다.

가수 조성모

가치 깊게 보기 ‘정오의 초이스’

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정오의 초이스’는 국악관현악의 정통성에 초점을 두고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지휘자 채길룡이 선곡한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작곡가 양방언의 ‘아리랑 로드 – 디아스포라’다. 한국적 소재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풀어내는 양방언은 우리에게 친숙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크로스오버 음악가다. 이 곡은 타의에 의해 강제로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만든 7악장의 국악관현악 교향곡으로, 평단과 객석의 호평을 동시에 얻으며 단시간에 국립국악관현악단 레퍼토리로 채택되었다. 스토리의 전개와 발단, 절정에 이르는 흐름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고, 음악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도 각 악장을 단독으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완결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1악장 ‘디아스포라’, 2악장 ‘선고’, 3악장 ‘시베리아 횡단 철도’, 5악장 ‘잃어버린 아리랑’, 7악장 ‘디아스포라, 인투 더 라이트’를 약 10분으로 집약해 선보인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의 삶이 ‘아리랑’으로 표현된 선율에 얹어져 그들의 아픔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지며 깊은 여운과 감동의 무대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정오의 음악회> 2023 하반기 공연의 첫발을 내딛는 설렘과 기쁨 가득한 순간을 같이 만나, 스테디셀러 공연 <정오의 음악회>의 가치를 느껴보자.

글. 이그림 방송작가. <KBS국악한마당>으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TV, 라디오, 공연 등 전통예술이 있는 곳에 고운 색을 더해 그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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