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
압도적 몰입감으로 넓힌 국악 지평
앞으로 국악인으로 살아갈 청년 예술가의 ‘국악 세계관’을
단 6일 일정으로 드라마틱하게 넓힌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에서 팀장을 맡은 세 명의 청년 예술인과
‘워크숍이 선사한 압도적 몰입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성장을 향한 용감한 발돋움

Q. 세 분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윤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해금 연주자 김윤미입니다. 2020년 5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시청소년국악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정민 꽹과리를 연주하고 있는 오정민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석사 2학년 재학 중이며, 다른 꽹과리 연주자 한 명과 함께 ‘퍼커씽연희듀오 구궁’ 팀을 결성,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성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 3학년 조성윤입니다. 해금을 연주하며, 지난해 타 전공 학생들과 함께 가수 안예은 씨 노래 ‘창귀’의 커버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Q.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 참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성윤 대학 입학 후 음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도전에 임해 왔어요. 어떤 경험이든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올해 들어 무작정 도전하는 게 옳은 건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불안감과 막막함이 찾아왔어요. 이런 와중에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에 대해 알게 됐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예술가가 멘토로 나선다는 소식에 곧장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김윤미 제게 창작은 늘 어려운 과제였어요. 스스로 창작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며 도전을 망설였는데요. 올 1학기 종강 직후 여름방학 때 뭘 할까 고민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을 알게 됐어요. 저를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를 깬다는 심정으로 참가 신청을 했는데, 돌이켜 보니 최근 내린 결정 중 가장 잘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오정민 창작에 관심이 많아서 올해 3월까지 2년여간 ‘창작연희그룹 놀플러스’의 팀원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퍼커씽연희듀오 구궁’을 결성해 연희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창작 교육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많아서 3년 전부터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어요. 올해는 반드시 참가해서 연희 이외의 다른 분야 예술가와 협업 창작을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열 일 제치고 국립극장으로 달려왔어요.

Q. 워크숍 첫날 작성한 공연 기획서를 토대로 세 분의 팀장이 선정됐는데요. 어떤 기획서를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오정민 저는 ‘눈(目)의 음악’이라는 주제로 기획서를 썼어요. 음악을 들으면 그림이 눈앞에 선연하게 떠오르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여러 그림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일월오봉도’를 음악으로 표현해 보겠다고 썼죠. 팀장으로 뽑힐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평소에 구상해 둔 작품이라 멘토님들이 디테일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조성윤 지난해 여름 ‘창귀’ 커버 뮤직비디오 프로젝트를 막 끝낸 시점에 번아웃이 왔어요. 그 무렵 타이밍 좋게 어머니가 여행을 제안하셨고, 4박 5일 동안 몽골에 다녀왔는데요. 대자연 속에서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만끽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그 뒤로 이 추억을 곡으로 써서 졸업 연주 때 선보이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공연 기획서를 쓰라고 하셔서 그간의 구상을 글로 옮겼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성이 담긴 기획서여서 팀장으로 선발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 또한 도전이니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김윤미 평소 향에 관심이 많아서, 향을 활용한 야외 공연을 기획했어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각과 더불어 각 음악에 맞는 향을 피워서 관객에게 더욱 생생한 감동을 전하자는 의도였어요. 다른 두 분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제 기획서가 선정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고, 앞에 나서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막막했는데요. 팀장으로서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려고 노력한 팀원들과 담당 멘토님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수업으로 도약하고 공연으로 날개 펴다

Q.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에서는 다방면에 걸친 수업이 줄곧 이어졌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과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조성윤 어떻게 이렇게 알찬 수업을 준비해 주셨을까 싶을 정도로 수업 하나하나가 무척 유익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아람 멘토님이 진행하신 ‘즉흥과 창작’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모든 수강생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즉흥 연주를 이어 나갔는데요. 난생처음 경험해 본 방식이어서 충격적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었어요. 예술의 세계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즉흥연주를 해보면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정민 저는 ‘저작권 이모저모’ 수업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최근 연희 팀 중 저작권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어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수업 진행을 맡은 김민정 변호사가 이 사례를 법률적으로 해석해 주셔서 저작권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알고 보니 김민정 변호사가 음대 출신이더라고요. 수업을 들으면서 예술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저작권에 대해 무척 잘 꿰뚫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만했던 거죠.
김윤미 모든 수업이 다 좋았지만, 굳이 그중 하나를 꼽자면 ‘남다른 공연기획’ 수업이에요. 활발하게 활동 중인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게 처음이어서 무척 신선했고, 전반적인 기획 과정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어요. 강사님이 수업 말미에 팀장의 공연 기획서를 봐주시면서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주셨는데, 공연자의 입장과 더불어 관객의 입장도 생각하며 공연 기획에 임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지금까지는 관객 입장을 고려하며 공연 기획을 한 적이 없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남다른 공연기획’ 수업은 저의 기획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줬다고 할 수 있어요.

Q. <여우락 아카데미> 마지막 날인 7월 15일에 <여우락 홈커밍> 공연으로 <여우락 페스티벌> 무대에 서셨죠.
김윤미 우리 팀은 ‘Last Dance’라는 창작곡으로 무대에 올랐어요. 망자가 저승길에 오르기 직전 이승에서 보내는 마지막 순간을 마음껏 누릴 때의 상황과 감정을 상상하며 곡을 썼죠. 연주 말미에 모든 팀원이 소리를 서서히 줄이다가 한순간 다시 연주에 돌입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지막 리허설 때까지도 이 부분이 잘 맞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했거든요. 그런데 본공연에서 거짓말처럼 이 부분이 딱 들어맞는 거예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했죠.
오정민 지금까지 매년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을 보러 왔어요. 공연을 감상할 때마다 나는 언제 저런 무대에 설까 싶었는데요. 비록 수료 공연이지만, 어쨌든 선망하던 무대에 오를 기회가 주어져서 많이 긴장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함께 힘을 합친 덕분에 ‘일월오봉도’라는 창작곡을 무사히 합주할 수 있었죠.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언젠가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한 게 기억에 남네요.(웃음)
조성윤 사실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에 참가하게 될 줄 모르고, <여우락 페스티벌>의 여러 공연 티켓을 예매해 놓은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운 좋게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고, 나아가 공연을 보러 오려고 했던 이 무대에 서게 돼서 걱정과 부담이 상당했죠. 공연 당일 비가 와서 무척 습했는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더라고요. 그 덕에 창작곡 ‘자유로-Back to nature’에 담았던 자유로운 느낌을 관객에게 더욱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불어 합주의 가치와 즐거움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어요.

내일의 나를 긍정하게 만든 값진 시간

Q.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요?
오정민 ‘일월오봉도’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일월오봉도는 그림 자체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작품이에요. 그 앞에 왕이 앉아야 비로소 한 폭의 명화가 완성되죠.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의 음악 생활에 훌륭하고도 든든한 배경이 될 테지만, 그 앞에 제가 당당하게 서지 못한다면 결국 완성될 수 없죠. 그래서 앞으로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이라는 배경에 어울릴 만한, 타 장르와의 융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련된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려고 해요. 이 프로그램의 수강생에서 멘토로 거듭난 ‘리마이더스’처럼, 주목받는 예술가가 되어 꼭 다시 국립극장에 올 생각입니다.(웃음)
김윤미 ‘7월의 산타클로스’가 아닐까요? 6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앞으로의 예술가 인생이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만한 엄청난 배움을 얻었어요. 모든 순간이 선물같이 느껴질 정도죠. 존경해 마지않는 멘토님들, 보석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난 팀원들과의 인연도 크나큰 선물이에요. 제게 기적 같은 선물을 안겨주신 국립극장과 예술교육팀, 멘토님들과 팀원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아람 멘토님 말씀처럼,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에서 받은 가르침을 토대로 나만의 특출한 무기를 갖고 있는 예술가 겸 기획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땀 흘릴 계획이에요.
조성윤 개인적으로 참 절박했던 순간에 하늘에서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이라는 ‘동아줄’이 내려왔어요. 용기 내어 잡고 보니 제가 한발 더 나아가게 해주고, 새로운 희망도 발견하게 하는 동아줄이었죠.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동아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전통예술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많이 보여주는 예술가로 성장하겠습니다.

Q. 내년에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에 참가하게 될 예비 수강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윤미·오정민·조성윤 여러모로 정말 부러워요! 앞으로 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고, 이 경험을 하기 전이라는 것도 부럽습니다. <여우락 아카데미-워크숍>을 통해 몰라보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생각 같아서는 저희 모두 한 번 더 참가하고 싶지만, 이 귀중한 프로그램을 독차지할 수는 없기에 예비 수강생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예술적 세계관이 한층 넓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김윤미
오정민
조성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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