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만드는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
차세대 지휘자
프로 무대를 앞둔 세 명의 차세대 지휘자가 있다. 이들이 봄부터 걸어온 길은 어떤 여정이었을까.
그리고 그 여정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국악관현악의 비전을 어깨에 지고
포디엄에 선 세 사람의 무대가 기다려진다.

관현악에서 지휘자는 음악적 해석력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악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장이다. 그렇기에 ‘신인’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전문 악단에서 역량을 키우고 경력을 쌓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몇 안 되는 관현악단의 수나 연주 레퍼토리 다양성의 한계를 고려하면, 국악관현악의 지휘자는 포디엄에 서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성취를 이룬 것과 같을 정도다. 이러한 국악관현악 상황을 반추할 때,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지휘자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청년 지휘자를 발굴·육성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22년부터 공모를 통해 청년 지휘자를 발굴해 왔다. 선정된 차세대 지휘자에게는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멘토 지휘자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 해석법과 지휘법을 학습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과의 연습 지휘를 경험하는 한편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습과 공연을 상시 참관할 기회가 주어진다.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이들에게 프로 악단과 직접 공연하고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022년, 차세대 청년 지휘자로 선정된 유숭산·이재훈·정예지 세 명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같은 해 하반기 <정오의 음악회> 객원 지휘를 시작으로 <2022 오케스트라 이음> 어시스턴트 지휘자(유숭산·정예지), 국립극장 연말 기획공연 <명작(名作)>(스코어리더 유숭산),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2>(지휘 유숭산), 2023년 상반기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로봇학습지휘 정예지)에 참여하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과 사업에 함께했다. 또한 지휘자 이재훈이 프로젝트 이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부지휘자로 선임되면서 다시 한번 ‘지휘자 프로젝트’의 가치가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월, 두 번째 ‘지휘자 프로젝트’ 참여자를 공개 모집했고, 스물두 명의 지원자 중에서 세 명의 청년 지휘자가 선정됐다. 미국 피바디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마린 알솝Marin Alsop을 사사하며 관현악 지휘 석사과정을 졸업한 김지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대금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음악과에서 김덕기를 사사하며 국악지휘 석사과정을 졸업한 채길룡,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김재영을 사사하며 동 대학원 한국음악학과에서 국악지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동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3월부터 작곡가 워크숍과 지휘자 워크숍,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또 기간 내 올라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모든 공연 연습과 무대 리허설 그리고 본공연을 참관하고 총보를 분석하며 국악관현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휘자로서 역량을 강화했다.
지난해에 이어 멘토로 참여한 원영석 지휘자는 “국악관현악단 지휘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전통음악에 대한 근본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에 접근하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악보에 담긴 전통음악 선율과 장단 고유의 호흡을 발견하고, ‘우리 음악답게’ 만들어가는 방법”에 집중해 멘토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멘토 지휘자 정치용은 “국악 합주에서는 연주자 한명 한명이 모두 명인이고, 악기와 한 몸을 이룬다”라며, “악보(스코어)를 근본으로, 연주자와 함께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최상의 음악적 조합을 찾아갈 수 있게 했다”라고 전했다. 작곡가 워크숍에서는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작품을 다각도로 해석하는 법을 익혔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주요 레퍼토리를 작곡하고, 악단과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김성국·이정호·임준희와 <2022 3분 관현악>의 젊은 작곡가 손일훈·홍민웅이 함께했다. 지휘자 워크숍에서는 ‘객석과 포디엄 사이’라는 주제로 KBS국악관현악단 박상후 상임지휘자로부터 공연 프로그래밍 노하우를, ‘장:단 – 오케스트라 안의 오케스트라’라는 주제로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음악원 박천지 총지휘자와 지휘에서 전통 장단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했다. 또한 지난 4월 4일(화)과 6월 5일(월)에 진행된 두 차례의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지휘자 박범훈·임헌정이 차세대 지휘자에게 각각 ‘가기게’와 ‘내 나라, 금수강산..’에 관한 세세한 지휘법을 코칭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 과정이 일반에게도 공개돼 국악관현악과 국악 지휘에 관한 일반의 이해와 관심을 높였다는 데 있다. 이는 지루할 것이라는 국악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여전히 연주자 혹은 작곡자가 지휘하던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6개월간 강의와 참관 그리고 실습을 통해 다진 이들의 지휘 실력은 8월 17일(목) 공연한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 시연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1부 실내악곡, 2부 관현악곡으로 구성해 소편성부터 대편성까지 두루 아우르는 다양한 무대를 보여줬다. 1부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위촉 초연한 실내악 작품 중 ‘작은 기도’(채길룡 지휘), ‘실내악을 위한 배꽃타령’(김지수 지휘), ‘늴리리야 주제에 의한 염원’(최동호 지휘)을 연주했다. 2부에서는 세 지휘자가 직접 선곡한 국악관현악을 위한 관현악 소묘 ‘내 나라, 금수강산..’(채길룡 지휘), 국악관현악 ‘공무도하가’(최동호 지휘), 국악관현악 ‘청산(靑山)’(김지수 지휘)을 차례로 공연했다. 모두의 바람과 기대만큼이나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자리였다. 물론 이들의 무대는 1회의 시연회로 끝나지 않는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2023년 하반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설공연 <정오의 음악회>에 지휘자로 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연회 당일에는 관객과 단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멘토와 작곡가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도 있는 평가도 진행했다. 설문조사와 평가 결과가 향후 지휘자의 부족한 점을 수정·보완하는 데 활용된다고 하니, 차세대 지휘자의 성장이 기다려진다.

학습과 시연을 마친 세 명의 청년 지휘자는 어느덧 악단과 함께하는 프로 무대를 앞두고 있다. 국악 레퍼토리부터 창작곡과 현대곡을 아우르는 참신하고 젊은 지휘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시작된 이 사업이 유망한 지휘자로 하여금 많은 연주를 경험하며 성장을 돕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무장한 실력 있는 지휘자의 등장이 앞으로 우리에게 한층 더 새롭고 단단한 국악관현악의 비전을 보여줄 테니 말이다.

김지수
채길룡
최동호
글. 채인영 국립국악관현악단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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