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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봄날의 음악 여행 좋아하세요?
음악은 사람의 감정에 깊이를 더하고, 닿을 수 없는 어딘가로 순식간에 데려가곤 한다.
그래서 음악이 지닌 힘은 퍽 신비롭다. 오는 4월,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운을 가져다주는 음악이 연이어 울려 퍼질 예정이다.

2009년부터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는 <정오의 음악회>는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브런치 콘서트로 자리 잡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관현악의 대중성을 겨냥하며 <정오의 음악회>를 기획했다. 오전 11시에 올리는 공연이기에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아나운서 이금희가 해설을 맡아 편안한 진행을 이끌며, 국악 연주자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섭외해 이목을 모았다. 소소하지만 정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 극장을 찾은 모든 관객에게 맛있는 간식을 제공한다. 이번 4월에는 생명력 넘치는 이 계절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가득 준비했다고 하니,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다사로운 봄의 감정 느낄 수 있는 음악회

봄은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으며, 대지의 생명력에 덩달아 설레는 시기이지 않은가. 긴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스러웠던 마음을 음악으로 달래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다. <정오의 음악회> 4월 공연은 봄의 따스한 전언을 담은 곡들이 관객을 맞는다.
음악회의 문을 여는 ‘정오의 3분’ 코너에는 작곡가 채지혜의 ‘감정의 바다’가 오른다. 올해 <정오의 음악회>는 이음 음악제 <2022 3분 관현악>에 올라갔던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기획 코너를 준비했다. 지난해 <2022 3분 관현악>에서는 작곡가 10인에게 3분 안팎의 짧은 관현악곡을 위촉했는데, 당시 연주됐던 ‘감정의 바다’가 다시 한번 국립극장에 울려 퍼진다. 그룹 거꾸로프로젝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채지혜는 MBN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조선판스타>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감정의 바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바다 풍경에 현재를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감정을 투영한 곡이다. 우렁찬 태평소 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삶에서 요동치는 희망과 불안을 녹여냈다. 만물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전해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 항해하는 ‘감정의 바다’를 들으며 힘찬 생명의 기운을 느껴보도록 하자.

  • 가야금 협연 문양숙
  • 아쟁 협연 여미순

이어지는 ‘정오의 협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원들이 협연자로 나선다. 4월의 협연 곡은 10현 소아쟁과 25현 가야금을 위한 ‘개화(開花): 피어나다’이다. 작곡가 홍민웅에게 위촉한 이 작품은 화려한 꽃이 개화하기까지의 시련을 묘사하는데,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름답게 성장하는 예술가를 꽃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중앙대학교를 졸업한 홍민웅은 2018년 제1회 신진작곡가 발굴을 위한 창작국악축제, 2020년 서울시관현악단 <첫선음악회> 창작 공모에 입상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에서 선보인 실내악 '시간의 색(色)', 이음 음악제 <2022 3분 관현악>에서 선보인 '화류동풍' 등을 위촉 초연하며 이목을 끌었다. 섬세한 음으로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리는 그의 재능이 이번 신곡에선 어떻게 빛을 발할지 기대를 모은다. 협연자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인 여미순, 가야금 수석단원 문양숙이 함께 무대에 서는데, 협연자로 만나는 단원들의 호흡이 자못 궁금하다.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무대 위에서 빛나는 예술가의 찬란한 순간을 이 곡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건, 절망의 끝엔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4월 <정오의 음악회>의 시작을 여는 두 곡은, 이 진리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해준다.

  • 작곡가 홍민웅
  • 지휘 박천지
  • 가수 강허달림

국악관현악으로 즐기는 세계 여행

음악은 저변에 깔린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날 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의 두 곡을 들으며 소복함을 느꼈다면, 이어서 다른 문화권의 음악을 국악으로 음미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올해 신설된 코너 ‘정오의 여행’은 세계의 전통음악을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해 영상과 함께 들려준다. 4월에는 박한규가 편곡한 ‘샹젤리랑’이 준비돼 있다. 제목을 보며 눈치챘겠지만, 프랑스 고전 샹송인 ‘오 샹젤리제’와 우리나라 대표 민요인 ‘아리랑’을 엮은 곡이다. 1960년 가수 조 다생Joe Dassin이 불러 크게 히트한 곡으로, 활기찬 거리가 연상되는 생생한 리듬이 특징이다. 밝고 화려한 ‘오 샹젤리제’와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긴 ‘아리랑’이 어떠한 조화를 이룰지 호기심이 생긴다. 더불어 프랑스 관광청에서 제공한 프랑스 풍광을 담은 영상이 함께 상영되어 마치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잠시나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파리 여행이 끝나면 이어서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정오의 스타’에는 블루스 재즈 가수인 강허달림이 선다. 묘한 허스키가 특징인 그는 블루스가 기교의 영역이 아니라 태도의 영역이라는 걸 증명한 한국 블루스의 본령이다. 이태원 유명 라이브 클럽 저스트 블루스에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 강허달림은 이후 밴드 풀 문에서 이름을 알린 뒤, 한국 블루스 음악의 상징인 신촌블루스의 보컬로 영입됐다. 솔로로 데뷔한 뒤에는 세심한 감정선으로 진정성 있는 노래를 들려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가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노래 ‘꼭 안아 주세요’를 언급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선 정규 1집 타이틀곡 ‘기다림, 설레임’과 ‘괜찮아요’에 이어, ‘꼭 안아 주세요’를 부른다. 강허달림의 독특한 보이스는 국악관현악과도 잘 어우러지는 멋이 가득해 더욱 기대된다.

공연의 마지막 순서 ‘정오의 관현악’은 작곡가 백대웅의 ‘남도아리랑’이 장식한다. 1994년에 발표한 이 곡은 남도의 대표 아리랑인 밀양 아리랑과 진도 아리랑의 리듬과 선율을 변주하며 진행된다. 차분하게 시작하는 전반부가 점차 느린 세마치장단을 통해 경쾌하게 바뀐다. 부정거리장단, 청배장단 등 무속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리듬과 재즈풍의 스윙이 적극 활용돼 흥을 한껏 끌어올린다. 또한 중간에 나오는 솔로 연주에 귀 기울이면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오의 음악회>를 한번 찾으면, 자꾸만 국립극장으로 발걸음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런 이들을 위해 올해 <정오의 음악회>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해 <정오의 음악회>를 관람한 관객은 ‘보고 또 보고’ 할인을 통해 1인 2매까지 30%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상반기 <정오의 음악회> 공연을 모아 3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는 ‘정오의 음악회 패키지 Ⅱ’도 있다. 2023년 <정오의 음악회>를 모두 관람하고 티켓을 모은 관객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정오의 도장 깨기’ 이벤트도 준비된다. 긴말 할 것 없이 그냥 꽃이 보고 싶은 계절이지 않은가. <정오의 음악회>로 아름다운 국악 여행을 마친 후, 꽃내음으로 뒤덮인 남산 길을 슬쩍 걸어보기를. 국립극장에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이 마음을 새삼 설레게 할 것이다.

글. 장혜선 음악 칼럼니스트. 대학에서는 음악, 대학원에서는 연극을 공부했다.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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