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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제37회 정기공연 <만선>
침몰한 꿈, 만선
60여 년 전 총 48편의 현상 희곡 응모작 가운데 “문학적 향기를 풍기는 청신한 작품”1이라는 평과 함께
심사위원 5인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작품이 있다. 바로 천승세의 <만선>이다.

국립극장은 신진 작가 발굴과 극단의 레퍼토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957년을 기점으로 현상 희곡 공모를 활발히 진행했다. 1960년대는 사실주의 연극이 성행했는데, 그중에서도 1964년 현상 희곡 작품으로 선정된 <만선>은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 한국 희곡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작품은 곰치 일가의 애한哀恨이 짙게 배어 있는 연극으로 당시 근대화라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옛 방식을 고수하며 어부의 삶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곰치를 중심으로 극이 펼쳐진다. 곰치는 만선을 꿈꾸는, 배 한 척 없는 가난한 어부이지만 현실을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가 필사적으로 바다에 나가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가난’에 있지만 그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결국 모든 자식을 잃게 되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전락하고 만다.
국립극단은 <욕망>으로 그해 5월에 문예상을 수상한 최현민을 연출자로 택했다. 그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바다의 이미지를 전면으로 끌어냄으로써 곰치의 인간상을 더욱 뚜렷하게2 보여줬다.”라고 호평받았다. 또한 미술로 정평이 나 있는 장종선을 함께 기용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파선된 배를 전면에 배치한 무대 스케치는 프로그램북의 표지로도 사용되면서 <만선>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례적으로 주역인 곰치 역에 막 입단한 29세의 김성옥을 발탁하는가 하면 구포댁으로 분한 백성희는 “그의 연기 생활 중 정점을 나타내는 호연”3이라는 찬사와 함께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기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었다. 연극 <만선>은 1964년의 초연 이후 국립극단 창단 70주년을 맞은 2020년에 공연을 기획했다가 코로나19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2021년 9월 재시도해 “50년의 시차를 뛰어넘는 공연”이라는 호평과 함께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오는 4월 9일까지 재공연되고 있다.

1 부각된 의지의 인간상-국립극장 현상희곡 심사후기, 『경향신문』, 1964.5.12.
2 비극의 인간상 부각, 『동아일보』, 1964.7.7.
3 비극의 한 단면, 『경향신문』, 1964.7.8.
  • 1964 <만선> 포스터
  • 1964 <만선> 프로그램
※ 공연 정보
· 공연명
국립극단 제37회 정기공연 <만선>
· 공연일자
1964.7.1.~7.
· 공연장소
국립극장
· 스태프
작 천승세 | 연출 최현민 | 미술 장종선 | 조연출·무대감독 정일성 | 조명 전영 | 효과 공성원
· 출연진
곰치 김성옥 | 구포댁 백성희 | 도삼 김순철 | 슬슬이 나옥주 | 연철 최명수 | 임재순 변기종 | 성삼 박근형 | 범쇠 김인태 | 무당 김금지 | 순경 이종만 외

※ 공연예술박물관 이용 안내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45만 점의 공연예술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공연예술 아카이브 플랫폼 ‘별별스테이지(http://archive.ntok.go.kr) 통해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이 가능하며, 박물관으로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 | 공연예술자료실 02-2280-5834

글. 주선영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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