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하나

국립극장 기획공연 <2023 함께, 봄>
‘함께’를 더하는 합주
1년 만에 국립극장 기획공연 <함께, 봄>이 <2023 함께, 봄>으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성장한 모습과 피아니스트 윤한의 협연이 기대감을 한층 더한다.

현악기·관악기·타악기 등 여러 악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합주 혹은 합주체. 우리는 이를 오케스트라라고 일컫는다.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하지 않은 악기는 단 하나도 없다. 현악기가 선율을 이끌어나가고, 관악기는 여기에 다양한 색채를 더하며, 타악기는 리듬을 강조한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소리를 내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오케스트라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관객에게 전달된다.
오케스트라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꼭 닮아 있다. 사람은 자신의 몫을 해내기 위해 일상을 꿋꿋이 살아가고, 타인과 엮이고 부딪치며 여러 가지 일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며, 서서히 하나가 돼간다. 이러한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 우리는 새삼 실감한다. 세상 모든 존재는 하나같이 소중하며,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국립극장이 3년째 마련하고 있는 무장애 공연은 이러한 진리를 직접 실천한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무장애 공연은 대면성과 실시간성을 배제해 왔다. 공연 장면을 촬영한 영상에 문자·수어 통역·음성 해설을 덧붙인 별도의 무장애 공연 영상을 제작해 장애인에게 별도로 제공해 온 것.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동을 체감할 수 없었다.
국립극장은 그 한계를 타파하기 위한 공연 방식을 고안했으며, 2021년 <소리극 옥이>와 2022년 첫 번째 <함께, 봄>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현장에서 무대를 함께 즐기는 진정한 무장애 공연으로 완성시켰다. ‘모두의 공연’을 위한 값진 노력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2년 연속으로 국립극장과 함께하게 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가 그 파트너다.

2022년 <함께, 봄>

음악으로 펼치는 봄의 향연

<2023 함께, 봄>의 주인공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 및 비장애인 통합 오케스트라로, 2010년 3월 창단됐다.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전원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 출신 아티스트다.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는 2008년부터 장애인, 저소득층 비장애인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 교육을 제공하는데, 현직 대학교수와 음악가로 활동 중인 강사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개인 맞춤형 레슨을 진행한다. 덕분에 이곳 출신들은 음악적 잠재력을 꽃피우며 전문 음악인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일부 재학생 및 수료생은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함께함의 가치’를 널리 퍼뜨리고 있다.
<2023 함께, 봄>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윤한이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춘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그는 재즈·팝·수면음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티스트다. 2010년 발매한 데뷔 앨범이 실시간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고,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200여 곡을 발표했으며 드라마 OST 작곡, 광고음악 프로듀싱 등으로도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우울증·공황장애·수면장애·번아웃증후군 등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해 앨범을 발매한 이력이 있는 만큼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윤한의 만남은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협연자 윤한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2023 함께, 봄>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만의 시간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Op.410’,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 1악장, 프랑시스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1악장을 통해 관객 마음에 포근한 봄바람을 불어넣는다. 더불어 지난해 <함께, 봄>에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맺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작곡가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도 연주될 예정이다.
윤한의 협연으로 진행되는 2부는 한결 친숙한 영화음악으로 꾸며진다. <007 살인번호(Dr. No)>의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러브 어페어>의 ‘러브 어페어’, <조커>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영화음악 <미션 임파서블>의 ‘미션 임파서블 테마Mission Impossible Theme’가 연주된다. 윤한의 작곡가적 면모와 따뜻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바람의 왈츠’도 빼놓을 수 없는 들을 거리다.

다 함께 맞이하는 봄다운 봄

봄의 찬란함도 나눌 사람이 없으면 감동이 반감된다. <2023 함께, 봄>은 다 함께 공연과 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번 공연의 사회 및 해설을 맡은 문지애 아나운서는 모든 정보를 다정한 목소리로 시각장애인 관객에게 전달한다. 한편 그가 이야기하는 정보는 공연장 좌우에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수어 통역이 실시간 제공되는데, 덕분에 청각장애인도 무리 없이 공연의 흐름에 녹아들 수 있다.

  • 수어 동시 통역을 지원하는 <2023 함께, 봄>
  • 사회 문지애

국립극장은 이외에도 큰 글씨와 점자가 포함된 프로그램북을 공연장에 비치하고 수어 통역, 음성, 자막이 포함된 공연 소개 및 예매 안내 영상을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등 예매 및 관람 편의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아울러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움직임이 불편한 관객을 위해 동대입구역 6번 출구 남산순환버스 정류소부터 공연장까지 이동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인의 공연 관람 진입장벽을 한층 낮췄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물론 때로는 감정과 속 얘기마저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마다 행복감이 배가되며,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든든해지고 편안해진다. 관계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기도 한다. 결국 인간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다. 3년간의 팬데믹을 통해 어울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 우리 아니던가. 그러니 이제 손을 맞잡고 4년 만에 찾아온 봄다운 봄을 만끽해 보자. 국립극장에 모여, <2023 함께, 봄>과 함께.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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