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아마추어 관현악단>
국악관현악에 깃든 조화의 미학
‘아마추어 관현악단’이 7기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아마추어 국악 애호가가 관현악단의 이름 아래 모인 만큼 매 수업은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완벽한 합주를 위해 수강생들 스스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다

관현악기와 타악기를 대규모로 편성·합주하는 국악관현악은 대중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다. 1995년 창단된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지만, 서양식 오케스트라와 달리 아마추어 국악관현악단을 결성·운영하는 곳은 없다시피 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극장이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국악관현악을 향한 아마추어 국악 연주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매년 성황리에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국립극장은 지난 1월 '아마추어 관현악단' 7기 수강생을 모집, 총 40명을 선발해 2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금·소금·거문고·가야금·타악·해금·피리·아쟁 등 8개 국악기군으로 파트별 분반된 수강생은 팬데믹으로 인한 강제 휴식기를 만회라도 하듯 매 수업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준다. 2019년 4기에 이어 두 번째로 가야금 강사로 나선 국립국악관현악단원 송희선은 수강생의 열정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번 가야금 파트의 수강생은 8명인데,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을 드려도 하나같이 화장실만 다녀올 뿐 오로지 가야금에만 매달립니다. 저한테 잘 안되는 부분을 계속 물어보는 건 기본이고, 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강생에게도 스스럼없이 배움을 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에요. 열정이 어찌나 대단한지 합주 음악에서 가야금 파트가 잘 안 들린다면서 저에게 별도로 가야금 연주 부분을 녹음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인데요. 다른 단원의 도움을 받아 퍼스트와 세컨드를 별도로 녹음해서 전달해 드렸더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이렇듯 수강생의 높은 기대와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 강사진도 하나라도 더 가르쳐드리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웃음)”

  • 타악 강사, 국립국악관현악단원 이승호
  • 가야금 강사, 국립국악관현악단원 송희선

균형미를 향한 다각적 합주

국악관현악에 쓰이는 여러 종류의 국악기는 저마다 특성이 다르며, 이에 맞춰 각각 고유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트별 수업 중점 사항과 진행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국악관현악의 박자와 리듬을 책임지는 타악기는 작은 움직임에도 큰 소리를 내는 특성이 있어 적절한 정도의 소리를 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소리가 너무 크면 다른 국악기의 선율이 묻히고, 반대로 너무 작으면 연주의 흐름이 제대로 잡히지 않기에 적정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2기 수업 이후 오랜만에 강사로 활동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이승호는 수강생이 그 밸런스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다른 악기의 소리와 지휘자의 지휘를 보고 들으며 소리의 강도를 조절하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송희선은 이전의 수업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좀 더 효과적인 교수법을 마련했다. 첫 수업부터 수강생 각각의 수준에 따라 세부 파트를 나누고 연습을 진행하기보다 수강생의 연습 과정을 한동안 지켜보며 각자의 특성을 세밀하게 파악한 뒤 세부 파트를 분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수강생의 기량과 함께 강사의 아마추어 연주자 대상 교수 역량도 점점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악관현악 합주인 만큼 강사와 수강생은 파트별 수업과 합주 수업을 병행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파트별 수업과 합주 수업의 비율을 2:1로 맞추고 있는데, 파트별 요청에 따라 일정을 유연하게 조절하기도 한다. 아울러 강사진은 합주 수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여 파트별 수업 상황과 진도를 공유하고, 특정 파트가 과도하게 앞서가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진행 수준과 속도를 적절하게 조율한다.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합주는 수강생을 넘어 단원 강사진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순수한 열정으로 빚는 행복한 조화

국악관현악의 매력에 푹 빠져 다른 국악기를 들고 재수강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일례로 한 수강생은 2·3기에 가야금, 4기에 해금으로 ‘아마추어 관현악단’에 참가했으며, 2022 ‘전통예술아카데미’ 사물놀이반을 통해 타악을 배운 뒤 이번 7기에 타악 파트 수강생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왜 이렇게 ‘아마추어 관현악단’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승호는 ‘순수한 열정’이 그 원동력이라고 확신했다.
“저는 그동안 별다른 취미생활을 하지 않다가 2년 전부터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요. 사실 제 실력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취미이기에 굳이 다른 사람과 과도하게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테니스를 치는 행위와 시간 자체가 즐겁기에 라켓을 들고 코트로 향합니다. ‘아마추어 관현악단’ 수강생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요? 제가 테니스로 스트레스를 풀고 일상의 활력을 되찾듯, 이분들은 국악관현악을 통해 내일을 더욱 힘차게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거죠. 그렇기에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국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갖기 어려운 순수한 열정을 품고 매 수업에 임하고 있는데요. 나아가 배움의 과정을 통해 얻는 기쁨과 희열이 크기에, 이를 잊지 못하고 계속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문을 두드리시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강사들도 기쁜 마음으로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수강생의 자세를 통해 국악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요컨대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강사와 수강생 모두의 기쁨과 성장의 밑바탕인 것입니다.”
국악관현악의 핵심은 ‘조화’다. 실력이 좋은 연주자는 돋보이고 싶은 욕심을 덜어내고, 연주가 서툰 단원은 평균치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비로소 국악관현악이 지향하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완성된다. 송희선·이승호 강사는 수강생이 국악의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국악관현악 특유의 균형의 미덕을 체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 더 많은 아마추어 연주자가 ‘아마추어 관현악단’에 용기 내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7기 수강생과 ‘아마추어 관현악단’에 대한 애정이 가득 녹아 있었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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