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다섯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3월 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습니다.
   다음 공연은 4월 7일로 예정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음악 코드는 ‘신명’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꽃피는 춘삼월이 왔다. 신명이 느껴지는 브런치 콘서트로 일상에 활력을 더해 봄은 어떨까.

말로 마음을 쏟아내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꽃에 의미를 부여해 마음을 전하곤 했다. 특히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꽃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성행했다고 한다. 경직된 사회에서 큰 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때, 꽃은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꽃말을 두고 ‘침묵의 언어’라고 한다. 꽃말은 대개 꽃의 특징에 따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붉은 장미는 사랑, 미모사는 순결을 상징한다. 이 비밀스러운 언어가 국립국악관현악단에 내려앉았다.
2009년에 처음 꽃을 피운 ‘정오의 음악회’는 14년째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국립극장의 대표 상설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오의 음악회’가 그야말로 스테디셀러 공연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기획력’에 있다. ‘국악 브런치 콘서트’를 표방한 ‘정오의 음악회’는 쉽고 친절한 해설,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매달 펼쳐진다. 2021년 하반기부터 좀 더 명확한 콘셉트를 위해 ‘탄생화’와 ‘꽃말’을 차용해 공연을 기획한다. 공연 당일에 해당하는 탄생화의 꽃말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 3월 공연은 ‘나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자운영’을 주제로 그와 연관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작곡가 강상구의 ‘해피니스’, 판소리 심청가 중 ‘눈 뜨는 대목’ 등 행복으로 가득 찬 곡이 임인년의 평안을 전달했다.
오는 ‘정오의 음악회’는 4월 7일에 펼쳐진다. 이날의 탄생화는 공작고사리이다. 잎새의 모양이 공작의 꼬리를 닮은 이 꽃은 우아한 인상을 준다. 전설에 따르면 공작고사리를 한 다발 들면 마녀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공작 꼬리처럼 아름다운 이 꽃에 ‘비너스의 머리카락’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신비한 기운이 담긴 공작고사리에는 ‘신명’이란 꽃말이 붙었다. 따라서 이번 4월 공연은 신명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인기 요인으로 엿보는 이번 프로그램

‘정오의 음악회’의 인기 요인을 파헤쳐 보자. 첫째, 레퍼토리의 폭을 넓혀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했다. 주변에 국악에 관심을 갖는 이가 있다면 꼭 ‘정오의 음악회’를 추천하기 바란다. 전통음악에 입문하고 싶은데 온통 어려운 작품만 소개한다면 반감을 갖기 마련이다. 국악기가 얼마나 다채로운 음색을 뽑아내는지 알게 된다면, 단연코 국악에 흠뻑 빠질 수 있으리라.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서양음악과 대중음악까지 국악기 연주로 만나볼 수 있다. 공연의 첫 순서인 ‘정오의 시작’에서는 재즈의 스탠더드 넘버 중 하나로 꼽히는 ‘싱싱싱(Sing Sing Sing)’을 국악관현악으로 선보인다. 1935년 베니 굿맨이 발표한 ‘Sing Sing Sing’은 여러 광고음악으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영화 ‘스윙 키즈’에서도 탭댄스 장면에서 쓰여 친숙하다. 국악관현악단 특유의 두터운 사운드로 듣는 재즈 선율은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두 번째 인기의 요인, 국악의 정수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 이어지는 ‘정오의 판소리’는 올해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인데, 국립극장 전속단체 소속 단원들과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2022년 상반기에는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협연자로 참여해 맛깔나는 전통 판소리 대목을 부른다. 오는 공연에는 국립창극단 단원인 유태평양이 ‘심청가’ 중 ‘방아타령’을 열창한다. 유태평양은 6세 나이로 흥부가를 완창하며 국악 신동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2016년 국립창극단 입단 후 주요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여러 완창 무대에 올라 자신의 소리를 다듬어왔다. 작곡가 채지혜가 함께하는 공연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그룹 거꾸로프로젝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채지혜는 최근 MBN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조선판스타’에서 TOP 5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유태평양과는 ‘조선판스타’에서 경쟁자로 만났으나 언젠가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도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추는 채지혜이기에 더욱 관심을 끈다.

국립창극단 단원 유태평양, 테너 김현수 (왼쪽부터)

‘정오의 시네마’는 명작 영화 OST를 국악관현악으로 만나보는 순서다. ‘정오의 음악회’ 중 가장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4월에는 1957년 개봉한 영화 ‘왕과 나’의 테마곡을 들을 수 있다. 이 영화는 맨발의 왕과 안나가 드넓은 홀을 가로지르며 춤추는 장면이 유명하다. 바로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를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정오의 음악회’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테너 김현수가 협연하기 때문이다. ‘정오의 스타’로 이름을 올린 김현수는 서울대 성악과 졸업 후 2016년 JTBC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4중창의 파워’라는 뜻의 ‘포르테 디 콰트로’를 결성해 ‘팬텀싱어’ 초대 우승팀이 됐고, 2018년 4월에는 솔로 데뷔 앨범 ‘SOGNO(꿈)’을 발매한 바 있다. 2021년에는 퓨전 사극 뮤지컬 ‘창업’에 출연하며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감성 테너’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남몰래 흐르는 눈물’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Quizas, Quizas, Quizas)’ 세 곡을 선보인다. 많은 팬덤을 보유한 스타 성악가이기에 현장 분위기가 뜨거울 것이라 예상된다.
‘정오의 음악회’의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다양한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그간 여러 지휘자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며 인큐베이팅 역할도 충실히 해왔다. 이달의 지휘는 임상규가 맡는다. 지휘자 임상규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헝가리 국제 버르토크 세미나 지휘 코스를 수료한 후, 2009년 9월부터 안산시립국악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공연의 마지막은 ‘정오의 초이스’로 지휘자가 관객에게 선물하고 싶은 곡을 선보이는 순서다. 임상규는 작곡가 강상구의 국악관현악 ‘휘천’을 선택했다. ‘휘천’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서사성 짙은 음악이다. 곡의 스토리는 대대로 아픔과 고난을 겪었던 땅에 희망을 심어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환희의 시대를 맞이한 세상은 신명 나는 한판을 벌이고, 하늘에서는 빛줄기와 빗물이 함께 쏟아진다. 조화로운 세상에서 만나는 축복의 시간을 그리는 곡으로, 음색이 다양하고 변박의 요소가 많으며, 크로마틱한 선율과 혼합 박자의 사용으로 긴장과 이완이 다채롭다.

마지막 인기 요인으로는 ‘친절함’을 꼽을 수 있다. 2021년부터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호흡을 맞춰온 아나운서 이금희가 이번 공연에서도 해설을 맡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브런치 콘서트’라는 콘셉트에 맞게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다과를 제공해 나눔의 가치를 관객과 공유한다. 점심시간에 진행되는 공연의 특성을 고려해 러닝타임을 80분 이내로 준수하고, 각 코너가 최대 15분이 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22년 ‘정오의 음악회’를 모두 관람한 관객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정오의 도장 깨기’ 이벤트도 충성 관객을 위한 색다른 즐길 거리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꽃을 품은 국립극장으로 즐거운 음악 나들이를 해보면 어떨까. 봄은 온화한 날씨 덕분에 생체리듬이 깨어나는 듯하다. 신명이 물씬 느껴지는 ‘정오의 음악회’의 음악 코드는 일상 활력의 충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줄 것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뜬 봄기운을 즐겨보자. 계절의 옷을 갈아입은 남산에서.

글. 장혜선 월간 ‘객석’ 수석기자,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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