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스밍

아티스트의 플레이리스트
국악관현악의 기수,
김성국 작곡가의 플레이리스트
국악관현악은 시대 및 표현 방식을 공유한다. 우리 민족문화와 전통음악의 인자가 현대성을 띤 작법, 오케스트라 형식으로 풀이된다. 긴 세월을 둔 과거와 현재, 한국과 서양의 예술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점을 생각하면 곡이 지닌 웅혼함과 아름다움은 몇 곱절로 충만하게 다가온다. 국악관현악은 특별한 풍취를 발산한다.
김성국 작곡가

작곡가 김성국은 국악관현악 영역의 핵심 인물로 여겨진다. 2016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최초로 상주 작곡가를 지냈으며,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국악관현악과 합창을 위한 ‘원(願)’을 비롯해 ‘공무도하가’ ‘이별가’ ‘영원한 왕국’ 등 여러 작품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멋을 알리고 있다. 또한 뮤지컬 <파우스트> <까르페 디엠>, 무용극 <리진>,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음악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창극 <춘향>의 음악감독으로서 장단과 악기의 음색에 집중한 음악을 연출했다.
김성국 작곡가 겸 음악감독이 플레이리스트를 보내왔다. 그가 뽑은 곡과 작품에 대한 소개는 작곡가로서 지향하는 바와 자신만의 작풍을 넌지시 일러주는 듯했다. 더불어 국악과 클래식에 대한 큰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진기강의 ‘접연화(Iris Devoilee)’

이 작품을 꼽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곡가 진기강(Qigang Chen)은 ‘현대의 유럽 음악 어법 안에 중국을 담는 작곡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프랑스의 유명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의 마지막 제자로도 유명하죠. 순수 음악 외에도 발레 <홍등>, 영화 <5일의 마중> <진링의 13소녀> 등의 사운드트랙까지 작업하고 있어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작곡가라서 좋아하죠. 저는 특히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현대적 음향 기법과 그 속에 밴 신선한 중국적 색채를 무척 좋아해요. ‘접연화(Iris Devoilee)’는 중국 여성의 심리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묘사돼요. 다양하면서 섬세한 음악적 표현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좋아해요.

작곡가님께서는 몇 악장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2악장 ‘수줍음(Pudique)’을 좋아합니다. 단순한 선율에 경극의 창법이 녹아 있는 곡인데요, 중국 전통악기인 비파와 얼후의 섞임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이 작품에서 어떤 요소가 멋지게 느껴지셨나요?

저는 한국적인 현대음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작곡가로서 이 작품에서 중국적 현대음악이라고 할 만한 면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곡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중국적 표현이 드러난다고 할까요? 이 다양함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아이디어·색채·화성·리듬 뭐 하나 아쉬운 것 없이 작품의 모든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작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진기강 작곡가의 음악적 매력, 장점은 뭘까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진기강 작곡가의 작품이 또 있을까요?

말씀드렸다시피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최고의 장점이라고 봐요. 그리고 순수 기악 작품에서 보여주는 밀도, 음악 안에 녹아 있는 중국 전통적 요소의 현대적 표현을 매력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9년에 나온 ‘얼 황(Er Huang)’도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궈원징의 ‘수공산(愁空山)’

이 곡을 좋아하시는 이유는요?

이 곡은 중국 전통 관악기인 디즈(笛子)의 연주자라면 한 번쯤 연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매우 유명한 곡이에요. 2악장은 정교한 리듬 감각과 꼼꼼한 표현, 여기에 더해서 긴 호흡을 요구해요.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연주자들한테는 악명 높은 곡이죠. 저는 궈원징(Guo Wenjing) 작곡가의 그런 구성과 뛰어난 상상력이 마음에 들어요.

이 곡에서 특별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요?

후반부예요. 긴박한 느낌의 지속, 주제 선율의 재현, 극적인 끝맺음이 인상적입니다.

궈원징 작곡가는 작품에서 디즈와 얼후를 많이 쓰는 거로 알고 있어요. 작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디즈, 얼후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디즈와 얼후는 중국의 대표적 관악기, 현악기죠. 아름다운 음색으로 중국 전통음악 특유의 매력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요. 악기와 연주법이 함께 발전하면서 다양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도 이 악기들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전통악기 중에서는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한국의 전통악기 다 좋아합니다.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독특하고 매력적이에요.

차이콥스키의 ‘Symphony No. 5 in E minor, Op. 64’

이 작품을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등 차이콥스키(Tchaikovsky) 작품 대부분을 좋아해요.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시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호른으로 시작하는 2악장의 주제 선율을 가장 좋아해요.

차이콥스키 작품은 멜로디가 유려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데요, 작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차이콥스키 음악의 매력이 뭘까요?

교향곡을 놓고 봤을 때 전 악장에 걸친 주제의 통일성, 아름다운 선율, 관현악의 다양한 색채, 부드러운 선율과 다이내믹한 리듬의 대비가 근사해요. 작품을 밀도 높게 구성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곡가라고 생각합니다.

차이콥스키 하면 ‘백조의 호수’가 유명하잖아요, 클래식에 입문하는 분을 위해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하나 추천하신다면?

입문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피아노 협주곡 1번’이지 않을까요? 저는 ‘교향곡 6번’도 추천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이 작품을 꼽으신 이유는요?

스트라빈스키(Stravinsky)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은 제가 대학생 때부터 줄곧 감상해 온 작품인데요, 들을 때마다 매번 느끼는 점이 달라요. 저는 음악의 고전은 이런 곡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에서 작곡가님께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이 궁금합니다.

강력한 음악적 에너지, 감동, 그리고 절망까지 느끼게 하는 작품이에요. 표현을 확장하는 목관악기, 화성적 적용의 확장, 원시적 리듬, 투티(Tutti: ‘전부’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연주자 전원이 모두 해당 선율을 연주하는 것)의 강렬한 에너지 등 너무 많습니다.

작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강점은 뭘까요? 추천하고 싶은 스트라빈스키의 다른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평론가가 ‘봄의 제전’을 ‘혁명적인 음악’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정작 스트라빈스키는 생전에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했을 때 음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균형과 질서’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새롭고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에 질서를 부여해서 과감한 실험과 함께 본질을 잘 담아내는 것이 스트라빈스키의 강점이 아닐까요? 발레 음악 ‘불새(The Firebird)’도 추천합니다.

글.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세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예술가를 향한 애정이 깃든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힙합은 어떻게 힙하게 됐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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