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국악관현악단 <2023 윈터 콘서트>
색다른 만남
뮤지컬과 국악관현악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연말 공연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각자의 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온 전문가가 의기투합해 각 장르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 해오름극장을 채운다.

12월, 어느덧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매년 연말을 보내는 각자만의 방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저녁 식사를 하든지, 거실 한쪽에 반짝이는 트리를 설치하든지, 포근한 이불 안에서 캐럴을 듣든지 말이다. 공연계에도 연말을 기념하는 각기 다른 방식이 있다. 무용 분야에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을 올린다. 오페라 분야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걸작 <라 보엠>을, 대다수 오케스트라는 인류애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말 레퍼토리로 선택한다. 그렇다면 국악과 뮤지컬 분야는 어떠할까. 아마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연말 작품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는 12월 16~17일, 양일간 하늘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2023 윈터 콘서트>를 주목하기 바란다. 국악과 뮤지컬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따뜻하고 풍성한 연말 축제가 펼쳐질 계획이니 말이다.

<2023 윈터 콘서트>가 특별한 이유

2018년 처음 시작한 <윈터 콘서트>는 매년 매진을 이어가며 어느덧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연말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공연은 더욱 알찬 무대를 위해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50인조 오케스트라가 오른다. 무엇보다 이번 <2023 윈터 콘서트>가 기대되는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김문정이 포디엄에 서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인 ‘더피트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김문정. 그는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에 건반 연주자로 참여하며 뮤지컬 세계에 발을 들였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맨 오브 라만차> <모차르트!> <영웅> <서편제> <순신>등 50여 편 뮤지컬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도리안 그레이> <메이사의 노래>에는 작곡가로도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이미 국악을 입힌 여러 뮤지컬에 참여해 폭넓은 음악성을 보여준 바 있다. 김문정은 한 인터뷰를 통해 “뮤지컬도 작품의 다양성을 제공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뮤지컬은 전형적인 형태로 관객을 만나왔지만 이제는 더욱 다양한 소재가 뮤지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지난 2021년에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기념 공연은 피아니스트이자 뉴에이지 작곡가 양방언이 합류해 전곡을 편곡했다. 그러면서 이전 시즌에 없던 가야금·대금·태평소·피리·징·북·장구·꽹과리 등 여러 국악기가 들어간 편성으로 바뀌었고, 김문정은 전통악기의 색깔이 잘 드러나면서도 기존 오케스트라와 잘 어우러지는 세련된 지휘를 선보였다. 또 그가 국악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 뮤지컬은 <서편제>이다. 판소리를 소재로 하는 이 뮤지컬은 한국적 색채는 유지한 채 팝과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곁들여 귀를 사로잡는다. <서편제>의 음악감독을 맡은 김문정은 저마다의 복잡한 감정을 가진 주인공을 음악으로 호소력 있게 표현해 호평받았다.
김문정은 이번 무대의 레퍼토리로 국악관현악 대표 레퍼토리인 ‘신뱃놀이’를 선곡했다. 작곡가 원일이 지은 ‘신뱃놀이’는 경기민요인 ‘뱃노래’의 선율과 장단을 다양하게 변주한 곡이다. 12박(4박x3)으로 연주되는 굿거리장단의 ‘뱃노래’를 6박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등 다양한 리듬을 들려준다. 또한 다채로운 타악기를 활용해 활력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힘찬 모습을 묘사하는 듯하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3악장인데 아프리카 리듬에 어우러진 뱃노래 가락이 이국적인 느낌을 불러온다. 김문정 감독은 이번 공연에서 이 곡을 국악기와 양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악기 색채가 진하게 드러나는 ‘신뱃놀이’가 양악기와 만났을 때 어떠한 분위기를 그려낼지 사뭇 궁금해진다.

음악감독·지휘 김문정

개성 넘치는 두 보이스로 채우는 무대

<2023 윈터 콘서트>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는 무대에 오르는 다양한 협연자에 있다. 먼저, 성악계는 물론 공연계에서 주목하는 베이스 길병민이 이번 공연에 함께한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2016년 프랑스 툴루즈 콩쿠르에서 최연소 베이스 우승자로 주목받았다. 이후 모나코 몬테카를로 콩쿠르와 빈 오토 에델만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조지아 오페라 크라운 콩쿠르 우승, 이탈리아 비오티 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하며 다시금 자신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 각인했다. 이어서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로열 오페라 하우스, 빈 슈타츠오퍼 등 세계 유수 오페라단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길병민은 활동의 폭을 더욱 넓혀 JTBC <팬텀싱어> 시즌 3 ‘레떼아모르’의 리더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이외에도 TV조선 <미스터트롯2>에 출연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다방면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뮤지컬과 트로트 등 여러 장르에 거리낌 없이 도전하고 있지만, 그는 두 번의 음반 발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이 성악에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가곡을 녹음한 1집 음반 「꽃 때」, 정통 클래식 앨범인 2집 「로드 오브 클래식」을 들어보면 그의 목소리가 단단하면서도 웅장하고, 매우 섬세한 감성을 지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번 ‘윈터 콘서트’를 통해 그가 보여주는 팔색조 매력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뮤지컬 배우 이지혜도 이번 무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중앙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2012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역할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레베카> <엘리자벳> <베르테르> <팬텀> 등 여러 대작 뮤지컬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이외에도 영화 <미녀와 야수> 더빙판에서 주인공 벨의 노래를 부르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파친코>에도 출연해 단역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파친코>에서 역할이 매우 두드러졌는데 당대 최고의 가수로 등장해 일본으로 향하는 선박에 탑승한 한국 노동자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는 역할을 맡았다. 짧은 등장이었으나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부르며 한민족의 한을 표현한 장면은 시청자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이지만,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며 발매한 싱글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들어보면 단단하게 응축된 저음을 수월하게 소화하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을 하나의 장르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채로운 시도를 펼치는 두 음악가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는 어떠한 호흡을 보여줄지 주목해 보자.
더불어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빼놓을 수 없는 성탄 연곡도 이번 <2023 윈터 콘서트>에서 울려 퍼진다. 아직 특별한 연말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사랑하는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국립극장을 찾아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던 국악이 한결 친숙하게 다가오는 자리가 될 것이다.

  • 베이스 길병민
  • 뮤지컬 배우 이지혜
글. 장혜선 음악 칼럼니스트.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