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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 국립발레단 <처용>
세시풍속의 의미를 담은 창작 발레
극 중 처용과 명화공주가 만나는 장면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인 섣달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는 달이다. 섣달에는 한 해를 잘 마무리 짓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묵은 때를 씻는 대청소와 벽사辟邪의식을 행했는데, 궁중과 민간에서 나례儺禮가 거행됐다. 나례는 가면을 쓴 사람이 도구를 가지고 주문을 외면서 귀신을 쫓는 동작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섣달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 행해지는 나례는 고려시대(1040년) 중국에서 들어와 국가 의식으로 자리 잡았는데 고려 말에는 점차 본 의식과 무관한 잡희雜戲로 확대되면서 의식 자체가 놀이로 변모했다.
나례의 대표적 연희는 처용무다. 처용무는 처용설화에서 유래되었는데, 처용이 역귀를 물리치고 문신門神으로 신격화되며 역귀를 물리칠 힘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렇게 시작된 처용무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나례와 연회 등에서 계속 전승되었으며, 처음에는 1인무였으나 후대에 5인무로 발전했다. 또한 처용무는 1971년에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1

국립극장에서는 1981년 국립발레단에서 창작 발레 <처용>으로 처용무를 선보였다. 국립발레단은 창단 이래 대표적인 클래식 작품을 공연했는데, 서구 발레 양식을 충분히 소화해 창작 발레를 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처용>을 기획한 것이다. 극본가 박만규와 작곡가 김희조, 연출과 안무가로 임성남이 참여해 우리 설화를 발레 작품으로 설계했다. <처용>의 작곡가 김희조는 프로그램북을 통해 발레 음악이 가진 특성에 따른 제한이 있었지만 우리 정서의 표현과 고유의 가락을 밀도 있게 들려주기 위해 고심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발레 <처용>은 3막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로그램북(CPR02498)에는 막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공연의 이해를 돕는 무대디자인이 수록돼 있다. 이 공연은 기록상 우리 춤으로 나타난 최초의 춤이기도 한 처용무를 소재로 민족발레를 창조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진 자료는 극 중 처용과 명화공주의 만남을 표현한 장면이다.

섣달을 앞두고 벽사의 의미를 담아 처용 설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1981년 발레 <처용> 자료를 살펴보았다. 이후에도 <전통무용발표회>(1984), 국립오페라단 <처용>(1987), 연극 <처용의 웃음소리>(1985)와 <처용의 노래>(2008) 등 처용을 소재로 한 창작 작품이 만들어졌고, 공연예술박물관에서 그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처용과 함께 액운을 떨치고 건강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 1 전경욱, 『한국전통연희사전』, 민속원, 2014.
  • <처용> 프로그램북
※ 공연 정보
· 공연명
처용
· 공연일자
1981.7.1.
· 공연장소
국립극장
· 수행
국립발레단
· 스태프
처용-백의선 / 명화공주-김옥선, 박해련 / 역신-김성일 / 무겸장군-김종훈, 구름의 정-김학자 / 나비의 정-김명순 / 꽃의 정-진수인, 안승희 외 / 헌강왕-정상철 / 왕비-이화선 외 극본-박만규 / 작곡·지휘-김희조 / 연출·안무-임성남 / 미술-김동진 / 조명-김인철 / 장치제작-조성인 / 작화-여운덕 / 음향-공성원 / 의상제작-최성학 / 의상-박희준, 강정화 / 소품도안-이경하 / 소품-이상익, 편덕용 / 분장-최효성 / 안무보-김학자 /무대감독-박인원 / 관현악-국립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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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빛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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