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한 마디

박범훈
우리 음악 메신저
지휘자, 작곡가, 교육자로 우리 소리의 인연을 따라 평생 분주히 살아온 박범훈.
우리 음악을 되찾는 일에 쏟아온 그의 열정이 모여 대한민국의 소리로 흐르고 있다.

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 한평생을 몸담기란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시대가 변화하는 데 따른 현상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어쩌면 이러한 변화 때문일까. 여전히 한길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남다른 교훈과 감동을 준다. 피리 연주로 시작해 지휘자·작곡가·교육가로 한평생 한 장르에서 족적을 남기고 있는 박범훈의 삶을 들여다보자.

박범훈은 어린 시절 우연히 남사당패의 신명 나는 연주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운명처럼 우리 음악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가 품은 우리 음악에 대한 꿈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입학한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 시절에 악기 보관 창고에서 생활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먹을 반찬이 없어 소금을 반찬 삼아 밥을 먹고, 남산 공원의 꽁꽁 언 수도꼭지를 입으로 녹여 빨래를 하며 지냈다. 차비가 없어 두어 시간을 걸어 다니며 피리 교습을 받는 등 어려운 상황이 참 많았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도 그가 품은 우리 음악이라는 꿈을 쉽게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우리 소리에 대한 열정이 점점 깊어졌다. 자신이 좋아하고 이루고 싶은 꿈인 우리 소리, 우리 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후 그는 중앙대학교 음악대학과 일본 무사시노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음악학을 공부했다.

이후 그는 우리 음악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성심껏 일했다. 우리 음악의 역사에 그가 공헌한 바는 이 자리에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대표적으로 그는 아시아민족악단, 중앙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을 창단했다. 우리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에게는 연주 기회를 마련했고,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청중에게는 우리 음악을 가까이할 계기를 제공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 행사에서 우리 음악을 알리는 역할도 맡았다.
서울 아시안 게임(1986)·서울 올림픽(1988)·한일 월드컵(2002) 개막식에서 작곡과 지휘를 맡아 참여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그의 음악이 울려 퍼진 순간은 순수하기만 하던 소년 시절부터 그가 온 마음을 다해 소망하던 꿈, 우리 음악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바람이 이뤄진 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 이외에도 그는 작곡가로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우리 음악 교육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 ‘대한민국 문화예술인상(대통령상)’ ‘대한민국 작곡상’ 등의 수훈과 수상으로 이어졌다.

위 구절은 박범훈의 음악 활동에 동력이 된 말로, 자신의 회고집 『소리 연』에 실려 있다. 또한 같은 책에 제시된 서울 올림픽 개막식 지휘 연주에 대한 회고 중에 “우리는 그동안 우리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왔다. 그래서 새로운 우리 것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라는 의견도 밝혔다. 우리 소리를 따라, 우리 음악을 위해 살아온 그의 한 세월을 대신하는 말로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23년 3월 31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관현악 시리즈Ⅲ <탐하고 탐하다(耽하고 探하다)>에서 그가 작곡한 창작 관현악곡 ‘오케스트라를 위한 뱃노래’를 들을 수 있다. 큰 뜻을 품고 결성한 아시아민족악단 창단 연주회를 위해 작곡한 작품으로 그가 초대 단장을 지냈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한다.
물론 새로 위촉받아 초연하는 곡, ‘가기게’도 레퍼토리에 포함돼 기대를 모은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 이후 청중을 찾아다니던 연주자가 이제 국립극장에서 찾아오는 청중을 기다리게 되어 무척 기뻤다는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그가 느끼는 기쁨에서 우리 소리에 대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참고 도서
『소리 연』 박범훈 지음, 경향신문사(2004) 펴냄

글. 정은주 음악 칼럼니스트. 서양 음악가들의 음악 외(外)적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하며 산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발칙한 예술가들』(추명희·정은주 공저), 『나를 위한 예술가의 인생 수업』을 썼다. 현재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월간지, 『월간 조선』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부산mbc <안희성의 가정 음악실>에 출연하고 있다.

일러스트. romantic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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