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곳

뮤지엄한미 삼청
변치 않는 가치의 순환
한국 사진 문화의 메카 한미사진미술관이 삼청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국내 유일의 사진 전문 냉장 수장고를 갖춘 이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과거와 미래가 흐른다.
사진 전문 수장고를 갖춘 국내 유일의 사진 전문 미술관, 뮤지엄한미 삼청 외관

시간의 흔적 머문 문화 생산 아지트

한국 최초 사진 전문 미술관을 표방하며 2003년 개관한 한미사진미술관이 또 한 번 최초, 처음을 기록하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사진 전문 수장고와 전시관을 갖춘 공간, 뮤지엄한미 삼청이 그곳이다.
2022년 12월, 오랜 단장을 마치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뮤지엄한미는 숙원 사업이던 사진 전문 수장고를 갖춘 완전한 사진 미술관이자 박물관으로 그 위엄을 자랑했다. 365일 기온 5℃, 습도 35%를 유지하는 사진 전용 냉장 수장고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시설로, 국내에서는 뮤지엄한미 삼청이 유일하다. 이곳에서 소장 중인 2만여 점에 달하는 사진을 500년 이상 장기 보존이 가능할 만큼 완벽한 시설을 갖췄다. 특히 보이는 수장고를 표방하며 수장고 한쪽 벽면을 유리로 제작해 일반 관람객도 수장고의 한 부분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원각사지 10층 석탑’ ‘고종의 초상’ ‘흥선대원군 초상’ 등 귀한 원본 자료를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층 구조로 설계된 미술관은 중정 역할을 하는 ‘물의 정원’을 중심으로 세 개의 전시동이 둘러싸고 있다. 순환, 흐름의 특성을 지닌 물이 마치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공간을 담는 ‘사진’을 상징하는 듯하다. 전시 공간 하단에 길게 트인 창밖으로 물의 정원의 잔잔한 표면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와 실외의 연결성과 공간의 개방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게 건축 포인트다.
한편 뮤지엄한미 삼청의 핵심 공간은 지하 1층 ‘멀티홀’에 있다. 지하부터 지상까지 7미터의 높은 층고로 확장해 1층 로비에 들어오는 순간 확 트인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 상영은 물론 공연·콘서트·토크쇼 등 다양한 기능을 염두에 두고 조성한 공간이다. 1층 전시장 입구의 로비가 여느 미술관과 달리 비교적 협소한 것 역시 의도된 바다. 관람객이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해 순환하듯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 공간을 향유하며 작품을 감상하게 한 설계가 돋보인다. 작품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동선과 공간이다. 2층은 라운지와 레스토랑이 마련되어 삼청동 풍경을 조망하며 음악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주명덕·강운구 사진작가가 기증한 LP 음반들이 한 벽면을 가득 채워 운치를 더한다.

개관 기념전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 전시 현장
확장·개방·열림을 표방하며 다기능 공간으로 역할하는 지하 1층 '멀티홀' 전경

과거를 미래로 잇는 지속 가능한 아카이브

현재 뮤지엄한미에서는 한국이 지나온 격동의 시대를 담은 사진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선보이는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가 열리고 있다. 한국 사진사 50여 년이 펼쳐지는 이번 사진전은 개방형 수장고 속 100여 점의 사진과 한국 사진 역사와 함께한 작품 200여 점을 만나볼 좋은 기회다.
최대한 오리지널 프린트를 중심으로 한데 모으되, 원본 필름만 남아 있는 경우에는 과거의 방식을 재현해 암실 프린트를 한 것이 이번 개관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중요한 가치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으로 공간을 연출하고 시간마저 공간 안에 사로잡은 뮤지엄한미의 개관기념전에 걸맞은 전시다. 당대 신문사가 주최한 공모전 사진부터 6·25전쟁 전후의 현실을 담은 사진, 격동의 시대 서민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들이 묘한 아련함과 숙연함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본관 옆에 위치한 별관은 뮤지엄한미의 아카데미 기능이 집적된 곳이다. 대표적으로 세 단계의 아카데미 정규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개인전을 목표로 하는 사진연구반Photo Research과 작가로 성장하는 인큐베이팅 과정인 창작스튜디오Creative Studio를 소수 정원제로 운영한다. 한미약품의 기업 예술 지원사업인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한미사진미술관이 처음 설립된 만큼 신진 작가의 사진 전시는 물론 작품 수집, 작가 지원사업 및 출판·교육을 펼쳐온 지난 20년의 활동이 이곳에서 그 맥을 이어간다.

이렇듯 박물관이자 미술관, 교육기관으로서 사진예술에 대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뮤지엄한미는 장르와 경계를 허무는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대와 공간, 사람을 잇는다. 우직하게 자리한 북악산을 배경 삼아, 유서 깊은 삼청동을 품에 안은 뮤지엄한미의 새로운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박공 지붕이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2층 야외 공간
뮤지엄한미 삼청 바로가기 https://museumhanmi.or.kr/
취재. 편집부 사진. 김성재 SSSAUN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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