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2022 국립극장 교사직무연수
교육연극에 입힌 맞춤 전통예술
서양에서 들여온 교육연극 기법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는 김선아 선생님. 그는 2022 국립극장 교사직무연수를 통해 교육연극에 ‘맞춤 전통예술’을 입혔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나선 전통예술 여정

김선아 선생님은 2000년 임용 직후부터 교육연극에 관심이 많았다. 2001년 출발한 춘천교육연극연구회의 창단 멤버로서 본격적으로 교육연극에 발을 내디뎠고, 2009년 전국교사연극모임에 가입해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 현재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때부터 매년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 참여를 희망하는 같은 학년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한 편씩 만들었으며, 4~6학년 과학 전담 선생님으로 활동한 지난해에는 3개 학년 아이들과 함께 연극 동아리 ‘채운’을 결성, 전래동화 ‘아씨방 일곱 동무’를 바탕으로 한 연극 <아씨방 아홉 동무>를 먼저 전교생에게 선보인 뒤 10월 29일 ‘2022 서울경기어린이연극잔치’에 참가해 아이들이 더 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제가 원래 연극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대다수 아이가 연극을 좋아해서 교육연극 공부를 시작했어요. 영·유아 아이들을 보면 부모, 의사, 히어로 등 다양한 역할놀이를 하면서 자라잖아요. 임용 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초등학생들이 연극을 통해 여러 역할을 경험해 보는 일에 큰 흥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게다가 저도 연극을 좋아하고 연극의 교육효과도 높다는 게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으니, 교육연극 활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그렇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2012년 서울교육대학교 대학원 교육연극과에 진학해 한층 전문적으로 교육연극을 공부하기도 했답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교육연극 이론은 대부분 서양에서 정립됐으며, 교육연극을 하는 선생님들은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김선아 선생님은 해가 거듭될수록 이 지점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서양의 정서와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이론을 그대로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셈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저와 아이들이 매년 무대에 올리는 연극의 시나리오는 아이들의 참여 의욕과 호응도를 높이기 위해 잘 알려진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각색해서 만드는데요. 반면 연극 배경음악은 리코더, 피아노 등 서양 악기로 연주된 것들을 사용하다 보니 다소 어색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한복 차림에 구두를 신은 느낌이랄까요? 이런 점들을 점점 더 깊이 체감하던 차에 발견한 연수 과정이 바로 지난해 11월에 국립극장 교사직무연수로 진행된 ‘전통예술을 통한 창조적 교육연극 활용법’입니다.”

3일 내내 실감한 전통예술의 가치

큰 기대를 품고 참가한 국립극장 교사직무연수는 첫 만남부터 김선아 선생님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녹음된 음향효과와 배경음악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보통의 교육연극 연수와 달리, 강사로 나선 연극놀이터 해마루의 단원들은 직접 장구를 치며 교육과정을 이끌었다. 신명 나는 장단이 고막을 울리는 순간, 김선아 선생님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확신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장구 장단만으로 연극의 전반적인 리듬과 음향효과를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어요. 녹음된 연주 음악 대신 실시간 장구 소리에 맞춰 움직이니 강사님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도 더욱 명료해졌죠. 요즘 아이들은 온갖 자극에 노출돼 있다 보니 웬만해서는 눈앞의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데, 제가 직접 장구를 치면서 아이들과 호흡을 맞춘다면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양 악기 연주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때보다 신이 더 나더라고요. ‘역시 우리 것이 좋다’는 걸 새삼 실감했죠.(웃음)”
3일 동안의 연수 전 과정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김선아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1일 차 오후에 진행된 ‘장단과 걸음새’ 시간을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ㄱ부터 ㅎ까지 자음의 초성으로 시작하는 의태어를 만들고 가장 마음에 드는 의태어를 골라 직접 몸으로 표현하는 활동이 진행됐는데, 생각을 꺼내고 쓰고 선택하고 표현하는 일련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직접 만든 탈을 쓰고 탈이 표현하는 인물을 직접 소개하는 시간도 무척 감명 깊었어요. 탈을 쓰니 확실히 언행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부끄러움도 덜했는데, 특히 성격이 소극적인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민요를 배우고 부르면서 떠오르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린 뒤 그림을 보고 연상되는 대사를 넣어서 즉흥극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흥미로웠어요. 아이들의 순발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전통예술과 아이들의 즐거운 동행을 꿈꾸다

지난해 연극동아리 활동이 끝나가는 시점에 참가한 연수였기에 배운 내용을 교육연극 활동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었지만, 김선아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일부 프로그램을 적극 응용했다. 1년간의 연극 동아리 활동의 마지막 시간을 맞아 그동안 느낀 점을 ㄱ부터 ㅎ까지 자음 초성으로 적는 활동을 진행했다. 즉흥극을 펼쳐본 경험을 살려 수업의 주제를 관통하는 낱말을 선정한 뒤 떠오르는 말이나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연수 말미에 지금껏 배운 내용을 토대로 아이들 대상 교안을 직접 구성해 보는 시간이 마련됐어요. 덕분에 3일 동안의 전 과정을 곰곰이 돌이켜 볼 수 있었는데요. 연수는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하기에 3일에 걸쳐 압축적으로 진행됐지만, 아이들에게 이 내용을 풀어서 가르친다고 상상하니 1년 커리큘럼으로 활용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이 구상을 실천에 옮겨보려고 합니다. 국립극장에서 이처럼 밀도 높은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신 덕분에 앞으로는 이전보다 발전된 교육연극이 진행될 것 같아요. 국립극장과 강사로 나서주신 연극놀이터 해마루 단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이번 국립극장 교사직무연수를 통해 교육연극과 전통예술의 아름다운 조합을 체험한 김선아 선생님은 한동안 놓았던 장구채를 다시 잡을 생각이다. 아울러 전통 가락악기도 배워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춘천에서 해금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이미 조사해 뒀다. 이를 토대로 연극의 음향효과를 살리고 배경음악을 실시간으로 직접 연주하는 악사의 역할까지 겸할 생각이라는 김선아 선생님. 그의 가르침과 연주를 통해 아이들이 전통예술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뜻깊은 풍경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 본 기사는 2022 국립극장 교사직무연수에 참여한 춘천 중앙초등학교 김선아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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