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한복의 과거와 미래
직선과 곡선이 만든 맵시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한복(韓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들과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에, ‘뉴트로 (Newtro·신복고)’ 트렌드가 겹치면서 한복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 여기에 아이돌 가수들이 한복을 변형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면서 케이팝(K-POP)을 좋아하는 외국인까지 한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각광받는 ‘한복’은 무엇이고, 언제부터 한복을 입었을까? 더불어 최근 유행하는 한복 트렌드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한복의 미래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우리 옷의 기본, 한복

한복의 역사는 통상 1600여 년으로 본다. 4∼6세기 그려진 고구려 고분벽화나 신라·백제 유물에 한복이 표현돼 있어, 그 긴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복은 조선 후기에 해당하는 영·정조 시대(18세기) 이후에 입은 한복에 해당한다. ‘미인도’ ‘단오도’ ‘선유도’ 등을 그린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이나 ‘서당’ ‘씨름’ 등을 그린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풍속도에 나타난 한복을 떠올리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한복의 역사는 그 이전부터 계속됐다. 한복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기본복(基本服)이다. 즉, 한복은 조선 초기·고려·통일신라를 앞서 고구려·백제·신라·삼국시대부터 입었던 의복이다. 더 나아가 가시적인 자료는 없으나 한복의 역사를 고조선까지 잡는 학자도 일부 있다.

고구려 고분 무용총 수렵도에 그려진 한복(기본복) ⓒ위키피디아커먼즈

고구려 시대 한복인 기본복은 스키타이 북방민족의 복식이다. 고구려 남자 한복은 고(바지) 위에 유(저고리)를 입고, 여자는 상(치마)을 입은 후 저고리를 입었다고 한다. 이 위에 포(두루마기)를 입고 허리에 띠를 둘렀다. 남자는 관이나 건을 썼으며, 발에는 리(운두가 없는 신)나 화(장화)를 신고, 귀걸이·목걸이·팔찌·지환을 착용했다.
계급과 시대에 따라 한복의 길이와 색 등도 달랐다. 예컨대 통일신라 때 여자 저고리는 계급에 따라 입는 방법이 달랐다. 상류층은 저고리 위에 치마를 입었으나, 서민은 치마 위에 저고리를 입었다. 고려 말기에는 짧은 저고리가 유행했고 고름이 생겼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긴 저고리는 계속 서민들이 착용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영조 때 저고리 길이는 가슴을 덮는 45㎝ 정도에서 점차 짧아지기 시작해 정조 때 26㎝ 정도였으며, 1890~1900년대는 19㎝까지 짧아져 겨드랑이가 보였다. 그러다가 1920년에 다시 길어지기 시작해 1930년대를 전후해서 저고리 길이는 더욱 길어져 옆선이 7~8㎝ 정도까지 내려갔다. 1940년대에는 저고리가 배꼽까지 왔으나, 1950년을 전후해서 다시 짧아지기 시작해 1970년대에 오늘날의 저고리 길이 정도로 바뀌었다.

한복의 기본 구조

한복진흥센터에 따르면 현대 남자 한복에는 바지·저고리·배자·조끼·두루마기 등이 포함된다. 바지는 폭이 넓고, 마루폭·사폭·허리로 구성됐다. 배자와 조끼는 저고리 위에 입는 소매 없는 옷인데, 개화기 양복인 베스트(Vest)가 들어오면서 전통 옷감으로 만들어 입게 됐다고 전해진다.
여자 한복에는 치마와 저고리가 있고, 저고리는 반회장저고리·삼회장저고리·색동저고리가 있다. 반회장저고리는 깃·고름·끝동에 회장을 댄 저고리, 삼회장저고리는 깃·고름·끝동·곁마기에 회장을 댄 저고리다. 색동 소매가 달린 저고리는 색동저고리다.

생애 주기별로 입는 한복

한복은 연령·성별·상황에 따라도 다르게 입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무병장수를 위해 흰색의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100조각의 천으로 만든 옷이나 100줄로 누빈 저고리를 입힘으로써 아이의 무탈함을 기원했다. 아이가 돌이 되면 여러 가지 색 천을 이어 만든 색동 소매가 특징인 돌복을 입히고, 추석이나 설에는 한복을 입고 가족과 친척 등을 만나기도 했다.
혼례에는 화려하고 장중한 한복을 입었다. 신랑은 단령포에 사모를 쓰고, 신부는 연꽃·모란·동자 등 백년해로 바람이 담긴 의미의 자수가 놓인 활옷을 입고 화관을 쓰거나 원삼을 입고 족두리를 착용했다. 61세 회갑을 맞았을 때 부모님이 살아계시면 돌 때와 같이 오방장 두루마기에 전복과 복건을 썼다. 상복으로는 장식이 없는 단순한 형태의 흰색 의복을 입었고, 제사를 지낼 때는 조상을 기리는 경건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백색과 옥색 등 화려하지 않은 옷을 입었다.

경복궁 은행나무 아래에 서 있는 한복 입은 여성 ⓒStock for you / Shutterstock.com

다양하게 변화하는 우리 옷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전통 한복을 변형해 입기 시작했다. 바로 ‘개량 한복’과 ‘생활한복’이다. 당시 한국은 경제적인 안정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국제적인 문화교류도 증가하면서 자국 문화나 한국의 정체성에 관한 관심이 늘었다. 1986년과 1988년에는 서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면서 한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우리옷 입기 운동’이 전개됐으며, 한복 브랜드 ‘질경이 우리옷’ 등을 중심으로 전통 한복을 단순화하고 실용적인 소재를 사용해 변형한 개량 한복을 제공했다.
1990년대엔 정부에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전통문화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한복 입는 날’이 제정된 1996년 즈음엔 전통 한복을 현대 생활에 적합하도록 간략하게 변화를 준 생활한복이 등장했다. 한복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기능성과 실용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편안함과 색상 등 디자인을 고려해 일상복과 더불어 패션 의류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현대화된 한복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젊은 한복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신한복’이다. 전통 한복의 기본 구조와 양식을 유지하면서 깃이나 고름, 소매 등에 변화를 줘 디자인을 다양화했다.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저고리나 치마 등에 도입하는 의상도 있다. 심지어 원피스와 치마 등으로 변형시킨 한복도 있다. 이러한 신한복은 블랙핑크·방탄소년단(BTS)·오마이걸 등 아이돌 그룹이 무대의상으로 착용하거나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오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한복 브랜드 ‘리슬(LEESLE)’의 현대화된 한복 ⓒ리슬

전통과 퓨전 사이에서 균형 잡기

한복은 1600여 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개량 한복, 생활한복, 신한복 등으로 변화하는 최근 트렌드는 당연한 흐름이다. 한복 브랜드 ‘리슬(LEESLE)’의 황이슬 대표는 “조선 후기 양식의 한복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한민족 역사 중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라며 “시기나 구성 요소로 한복을 정의 내리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선 말기에 도입된 한복 조끼허리를 예로 들면서, 조끼허리는 서양 조끼에서 따온 것이지만 전통 양식이라고 여긴다. 황 대표는 “한복에 대한 배경지식에 따라 한복이냐 아니냐가 너무 심하기 갈리기 때문에 옷을 만든 창작자의 ‘의도’가 중요하다.”라며 “전체적인 디자인 분위기와 무드를 결정하는 가장 도드라진 요소가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복 브랜드 사임당 by 이혜미의 이혜미 대표도 “생활양식에 따라 문화(한복)는 달라진다.”라며 “한복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산업적 측면으로 변화하는 것이 틀린 건 아니지만, 다른 쪽에서는 선조들의 한복을 연구하고 전통을 유지 및 이어가는 활동도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또 한복의 인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리슬의 황 대표는 “‘리슬’이 밀라노 패션위크에 진출하고 미국과 영국에도 전시되는 등 한복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거워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라며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적극적인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임당 by 이혜미의 이 대표도 “한복은 이제 ‘우리 옛것’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문화’로 향유한다.”라며 “허리 치마나 철릭 원피스는 이미 패션의 범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글. 이복진 『세계일보』 기자. 방송, 가요 등 주로 대중문화를 담당한다. 기자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글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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