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2022 국립극장 ‘외국인 국악아카데미-레츠 국악(Let’s Gugak)Ⅲ’
‘판소리 바다’에 풍덩!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판소리에 즐거움을 더하는 지름길이다. 그 길 안내를 자청한 토끼는 세계인들과 함께 자라를 타고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2022 ‘외국인 국악아카데미’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Episode 1. 판소리 ‘수궁가’가 궁금해? 토끼가 별안간
용궁에 가게 된 이유

판소리학회장을 지낸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가 우리나라가 좋아 2012년 귀화한 방송인 구잘 투르수노바에게 ‘수궁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닷속에 살던 용왕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 어느 날, 하늘에서 도사가 내려와 토끼의 간을 먹어야 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신하 중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충성심 깊은 자라가 용감하게 육지로 향한다. 감언이설로 토끼를 용궁에 데려가 포박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꾀 많은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며 자신을 다시 있던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거짓말한다. 자라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용왕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토끼와 육지로 향한다. 땅을 밟자마자 토끼에게 약속대로 간을 달라고 말하는 자라. 토끼는 그런 자라를 비웃으며 간 대신 ‘이것’을 건넨다.

Episode 2. 내가 알던 ‘수궁가’가 아니야 ‘수궁가’ 곳곳에 숨어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

토끼가 간 대신 똥을 주자, 자라는 하릴없이 그걸 들고 용궁으로 돌아간다. 흥미로운 점은 용왕이 토끼 똥을 먹고 나았다는 둥, 노한 용왕이 자라를 귀양 보냈다는 둥 여러 가지 결말이 존재한다는 점. 이는 판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두 전승 예술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이야기가 전해지다 보니 이야기에 여러 결의 살이 붙어서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한편 판소리 이야기의 이면에는 다양한 의미와 상징이 담겨 있다. ‘수궁가’의 용왕은 조선과 당시의 왕을 상징하며, 토끼는 힘없이 착취당하는 백성을 의미한다. 용왕은 토끼를 죽이고 간을 꺼내 먹어야 사는데, 이는 조선의 봉건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백성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은유한다. 이외에도 최동현 교수는 구잘에게 육지에 막 도착한 자라가 기지를 발휘해 호랑이를 물리친 이야기, 구사일생으로 용궁에서 돌아온 토끼가 독수리에게 잡혔지만 특유의 잔꾀로 위기에서 벗어난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판소리의 깊이와 재미를 생생하게 전한다.

Episode 3. 수궁가로 위기 탈출!
호랑이에게서 살아남다
판소리의 신명으로
자라를 구하다

최동현 교수의 설명으로 ‘수궁가’의 이모저모를 알게 된 구잘이 본격적으로 판소리 배우기에 나선다. 일일 판소리 스승으로 나선 국립창극단 유태평양 단원은 ‘수궁가’의 대표적 눈대목 중 하나인 ‘별주부 목 내력 대목’을 가르치기에 앞서 판소리의 3요소인 아니리·소리·발림에 대해 소개하고 직접 본을 보인다. 특히 소리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한 복식호흡을 자세하게 가르친 유태평양 단원. 판소리 특유의 박력 넘치고 쭉쭉 뻗는 소리에 구잘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뒤이어 일일 제자의 수준에 맞춰 ‘별주부 목 내력 대목’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신명 나게 합을 맞춰보는 유태평양 단원. 덕분에 ‘수궁가’ 속 자라는 위기 속에서도 무사히 호랑이를 물리칠 수 있었고, 구잘은 어렵게만 느꼈던 판소리를 즐겁게 소리 낼 수 있었다.

Episode 4. 수궁가로 위기 탈출!
용왕에게서 살아남다
임기응변과 배짱으로
사지에서 벗어나는 토끼

첫 번째 강습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별주부 목 내력 대목’을 흥얼거리며 자리에 앉는 구잘. 내처 유태평양 단원 앞에서 연습한 복식호흡까지 선보인다. 소리꾼으로서 그 모습이 마냥 대견스러운 유태평양 단원, 이번에는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을 준비했다. 유태평양 단원이 구성진 자진모리로 용궁에 도착한 토끼를 빠르게 몰아가자, 구잘이 생각보다 긴 대목에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자신에게 주어진 두 구절 ‘아이고 나 토끼 아니오’와 ‘개요’를 열심히 연습하고 스승과의 합창까지 멋지게 해낸다. 유태평양 단원은 열심히 따라와 준 제자를 위해 ‘수궁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별주부 애원 대목’을 시범으로 부르고, 구잘은 판소리에 재미가 붙었다며 기대에 부푼 얼굴로 다음 수업을 기약한다.

Episode 5. 수궁가로 위기 탈출!
독수리에게서 살아남다
‘귀명창’의 탄생,
그리고 ‘더질 더질’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육지로 도망쳐 온 토끼는 뜻하지 않게 또 한 번의 시련을 맞이한다. 하늘에서 먹잇감을 찾던 독수리에게 잡혀 죽을 처지에 놓인 것. 구잘과의 마지막 수업인 만큼, 유태평양 단원은 ‘수궁가’의 대미를 장식하는 ‘토끼 독수리에게 잡혔다 살아나는 대목’을 선보인다. 유태평양 단원이 토끼가 무엇이든 꺼낼 수 있는 주머니인 의사줌치를 두고 죽게 되어 안타깝다며 독수리를 홀리는 구절을 애달픈 중모리로 풀어내자, 구잘이 토끼의 서럽고 슬픈 울음에 독수리도 깜빡 속았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힌다. 이 대목에 담긴 정서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모습을 보며 스승은 제자에게 ‘귀명창’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붙인다. 마지막으로 유태평양 단원은 모든 판소리의 끝인사이자 마침표인 ‘그만하고 더질 더질’을 가르치며 판소리를 좋아하게 된 기특한 일일 제자와 함께한 뜻깊은 시간을 마무리한다.

Cookie 별오름극장에서 판소리 공연을 하다 스승과 국립극장이 마련한
특별한 선물

판소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국악이지만, 실제로 판소리를 배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2022 ‘외국인 국악아카데미’와 함께한 구잘을 위해, 유태평양 단원과 국립극장이 선물을 준비했다. 소리꾼이 즐겨 사용하는 전통 부채와 별오름극장 깜짝 공연 기회가 바로 그것. 판소리 전도사로 거듭난 구잘은 유태평양 단원의 리드에 맞춰 서툴지만 값진 판소리 공연을 마음껏 즐긴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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