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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무대예술부 인터뷰
긴 시간 끝에 다시 새로워진 무대, 그 뒤의 사람들
무대예술부가 전하는 해오름극장 이야기
ssss 전선택(무대미술팀장), 손후윤(책임기계감독), 이계준(조명감독), 지영(책임음향감독), 김호성(무대기술팀장)(왼쪽부터)

2017년 10월에 시작한 해오름극장 리모델링이 끝났다. 먼저 외관부터 달라졌다. 해오름극장 로비로 올라가는 거대한 돌계단을 없애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의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했다. 공연장의 경우 객석의 수를 줄여, 객석 배치를 좀 더 촘촘하게 구성했다. 이에 맞춰 무대 폭을 줄이고 객석 경사도를 높여 관객 집중도를 끌어 올렸다. 무대 뒤 변화도 있다. 기존 분장실은 9개였으나 두 배가 늘어났다.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무인 발권 시스템, 자동 검표 시스템도 도입했다. 새롭게 단장한 해오름극장은 8월까지 시범 운영하고,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 시작되는 9월, 드디어 공식 재개관한다.

어떤 가수가 노래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라고. 해오름극장 객석에 앉을 관객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집중해서 공연을 관람하는 익숙하고 그리운 장면. 달라질 해오름극장을 위해 그간 밤낮으로 뛰어온 무대예술부 스태프들이 바라는 그 모습을.

ssss 해오름극장 재개관 시범작 국립창극단 ‘귀토’ 공연 현장

해오름극장 재개관 소감을 들려주세요.

무대기술팀장 김호성 공사 기간이 햇수로 5년 걸렸습니다. 그동안 함께 고생한 국립극장 무대예술부 직원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극장장님도 저희를 믿고,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다시 문을 연 해오름극장에 첫 공연이 오를 때 감회가 남달랐는데, 눈물이 살짝 맺힐 정도였습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동료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공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재개관 시범작으로 국립창극단 ‘귀토’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리모델링한 해오름극장에 첫 공연을 올리는 마음가짐이 어땠나요.

책임기계감독 손후윤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리모델링한 후 최초로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고, 무대 기계에서는 작은 실수라도 큰 공연 사고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장의 끈을 단단히 붙잡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조명감독 이계준 저 또한 항상 긴장된 상태였습니다. 공연하기 전에 실제로 무대에 오를 때처럼 조명 장비를 설치하고 운영을 해야 하는데, 시스템을 점검하고 연습하는 기간이 짧았기 때문입니다. 조명뿐만 아니라 기계, 음향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일반 가정으로 예를 들어보면, 어제는 집에 전등이 잘 켜졌는데, 오늘 갑자기 깜빡거리면서 잘 안 켜질 수 있지 않습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첫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공사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무대미술팀장 전선택 2018년 본격적으로 리모델링을 시작하기 전, 무대 장비를 정리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조명·음향 장치 중 재사용 예정인 장치를 선별해 철거 후 보관했는데, 무대 기계 장비는 교체할 것들이 대부분이라, 따로 보관하지 않고 무대에 그대로 걸어뒀습니다. 그때 마침 북한의 삼지연관현악단이 방문해 국립극장에서 공연하게 됐고, 철거했던 조명과 음향 장치를 다시 설치해야 했습니다. 모든 스태프가 동원돼 신속하고 정확하게 복구했고, 사고 없이 공연을 잘 마무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6월에 국립창극단 ‘귀토’, 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국립무용단 ‘산조’ 등 국립극장 전속단체 공연이 모두 해오름극장에 올랐습니다. 전속단체별로 차이를 둬서 작업한 점은 무엇인가요.

책임음향감독 지영 처음 쓰는 장비들을 빨리 손과 귀에 익히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귀토’의 ?7장. 망해가’ 중 “푸르르르르” 파도 장면이 있는데, ?오션드럼’이라는 악기를 사용했습니다. ‘오션드럼’은 동그랗고 큰 탬버린을 닮았는데, 내부에 작은 구슬들이 들어있습니다. 이 악기와 서라운드 스피커를 이용해, 마치 객석에 바다가 들어와 파도가 넘실대는 것 같은 소리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도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했는데, 전에 사용하던 몰입형 장비보다 진보된 음향 시스템으로 한층 더 깊은 국악관현악 음향을 자아냈습니다. 공연 후 다른 분들도 음향이 잘 전달됐다고 말해서 만족감이 컸습니다. ?산조’는 첫 단계부터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계획했는데, 황병준 음악프로듀서와 함께 오랫동안 사전 작업을 했습니다. 작곡·녹음·믹싱·후반 작업과 공연까지 전체적인 단계가 매끄럽게 잘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해오름극장 리모델링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긴 점이 있다면요.

책임기계감독 손후윤 무대 기계는 규모가 상당히 크고 위험해합니다. 따라서 ?안전성’이 중요하고, 리모델링할 때 꼼꼼히 체크해야 할 부분이 참 많습니다. 기존 골조를 보강하고 구조를 검토하는 게 필수 항목이었습니다.
조명감독 이계준 조명 스태프는 극장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작업에 임하곤 하는데, 실무자들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해오름극장에서 작업하면서 부족한 점은 점차 보강할 예정입니다.
책임음향감독 지영 공사 초기에는 사이드 발코니 객석의 음향에 신경 썼습니다. 발코니 좌석은 메인 스피커와 인접하여 소리가 몹시 크게 들리거나, 발코니에 가려져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객석을 설계하고 시공할 때 이 부분을 보완하려 노력했습니다.

해오름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나요.

무대기술팀장 김호성 공연장에 오는 관객분들이 ?음향·조명·기계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신경 썼구나’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대예술부 직원 모두 리모델링에 정성을 들여 하나하나 작업했습니다. 그만큼 좋은 무대 시스템으로 관객 여러분에게 보답하겠습니다.
무대미술팀장 전선택 1973년 남산에 국립극장이 개관한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무대와 객석의 시설을 단장했습니다. 방문해 보신다면 해오름극장의 완전히 달라진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객석에 앉아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감상하면서, 공연을 실감나게 즐기길 바랍니다.

ssss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진 해오름극장 로비
음향
ssss 해오름극장 객석, 멀티 채널 스피커

국내 공연장 최초로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모든 객석에서 음향을 고르게 들을 수 있다고요. 음향 사각지대가 없는,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에 대해 들려주세요.

책임음향감독 지영 이번 해오름극장 공사로 크게 달라진 것이 무대 음향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좌·우측과 중앙에 스피커가 설치돼 있고, 객석 중앙 정삼각형을 형성하는 구역이 최적의 음향을 들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이 구역에서 벗어날수록 균형 있는 음향과 음상 이미지를 감상하기 어려워집니다.
해오름극장은 관객의 위치에 따라 소리의 선명도가 달라지는 전통적인 스테레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이머시브 하이퍼리얼’이란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객석 어디서나 음향의 음영·사각 지역 없이 균형 있는 음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객석에 설치된 59대의 메인 스피커와 48대의 서라운드 스피커가 자연스럽고 화려한 소리를 자아낼 것입니다.

해오름극장 음향 시스템의 특징은 큰 소리를 자아내도 청중의 귀가 아프지 않은 건데요. 자연 음 그대로의 선율을 오롯이 누리면서, 전통예술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겠어요.

책임음향감독 지영 맞습니다. 기존에 1.35초대였던 건축 음향 잔향 시간(연주 후 소리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1.65초로 늘어났습니다. 객석 내벽에는 48개의 가변식 음향제어 장치인 ?어쿠스틱 배너’를 설치해, 공연 장르에 따라 음향 잔향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 음향 시스템을 설치하기에 앞서 먼저 갖춰야 할 것이 높은 수준의 건축 음향 설비인데, 해오름극장에 건축 음향 설비가 잘 구비돼 관객에게 양질의 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조명
ssss 해오름극장 객석

해오름극장 무대 조명은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조명감독 이계준 리모델링 이전엔 천장 투광실 두 곳에서 74대의 조명기로 무대를 비췄는데 이제 네 곳에서 조명을 비추고, 추가로 신설된 테크니컬 갤러리에서 110대의 조명기로 다양한 각도에서 무대에 빛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공연할 때 무대 위 예술가의 눈부심을 최소화하도록 작업해, 편안한 무대 위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반 조명기기 사용과 무빙 라이트, 포그 머신(연기 발생기) 등 특수 장치 사용을 손쉽게 전환하는 시스템을 갖춰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고요.

조명감독 이계준 조명디자이너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전에는 해오름극장의 장치봉 조명 시스템이 고정돼 있어서 30개의 회로가 장착된 장치봉에 단 하나의 조명기만 걸더라도, 그 장치봉을 내려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나머지 29개의 회로는 다른 곳에서 쓸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조명기의 개수, 기종을 선별해서 원하는 대로 장치봉에 걸 수 있어, 작업 방식 측면에서 봤을 때 효율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큰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
ssss 해오름극장 무대

사용 빈도가 낮았던 대형 회전무대가 사라지고, 가로 14m, 세로 4m의 승강무대 4개로 변화했습니다.

책임기계감독 손후윤 기존의 회전무대는 철거했는데, 현재 더 정교한 조립식 이동 회전무대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 공연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4개로 구성된 대형 승강무대는 여러 형태의 연출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돼서 한층 더 빨리 무대 설치를 할 수 있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디테일한 무대전환이 가능해진 거네요.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릴 공연에도 새로운 연출 효과를 줄 수 있겠어요.

책임기계감독 손후윤 그렇습니다. 리모델링 후 장치봉 개수가 3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장치봉의 주요 역할은 무대 상부에 장치를 고정하는 것인데, 장치봉이 많을수록 위치에 구애하지 않고, 조명이나 무대막 등을 원하는 위치에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 새 단장을 하면서 조립식 회전무대, 측면 조명사다리, 가변형 오케스트라 난간, 전동식 음향 배너 등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장비들을 갖췄습니다. 앞으로 해오름극장 공연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연출 효과를 접할 수 있을 겁니다.

글. 차경주 ‘월간 국립극장’의 전신 ‘미르’를 만들었다. 칼럼 ‘극장사람들’을 담당해 국립극장 스태프들을 인터뷰했다. 그간 해오름극장이 달라지는 모습을 찬찬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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