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하나

국립창극단 시즌 프리뷰
창극으로 만나는 현대의 이야기
2021 국립창극단 레퍼토리시즌

국립창극단이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시즌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국립창극단이 대중의 취향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은 이미 꽤 오랜 일이다. 최근에는 보다 젊은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전통을 지키며 현대화하는 작업을 지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연극적 언어를 흡수하고 창극을 보편적 형식으로 고민하는 예술적 성숙을 이뤄가고 있다. 그렇기에 시즌 프로그램의 발표는 창극단의 새로운 도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 흥미로운 관심의 대상이다. 더욱이 새로운 시즌은 해오름극장의 리모델링 이후 맞는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무대미술로 펼쳐지는 ‘흥보展(전)’
ssss ‘흥보展(전)’ 티저 이미지(최정화, ‘세기의 선물’), 극본·연출 김명곤

2021-2022 시즌은 신작 ‘흥보展(전)’(9.15.-21.)으로 시작한다. 익숙한 제목이지만 자세히 보면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라는 뜻의 ‘傳(전)’이 아니라 ‘펼쳐서 보여준다’는 의미의 ‘展(전)’을 사용했다. ‘흥보展(전)’. 흥보가를 관객 앞에서 펼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번 ‘흥보展(전)’의 연출을 맡은 김명곤은 허규 연출의 1998년 ‘흥보가’를 기초로 삼았다고 밝혔다. 창극 연출가이자 작가로서 허규를 존중하는 김명곤은 창극이라는 장르의 기본을 ‘소리’로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는 작창가 안숙선, 그리고 예술감독 유수정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극적 요소, 시각적 요소에 앞서서 창극의 핵심으로서의 음악적 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명곤이 ‘흥보展(전)’이라는 제목으로 ‘시각’적인 것을 내세웠다. 창극의 음악, 혹은 소리는 본질적으로 이야기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기에 소리를 시각화하는 것은 곧 이야기로서의 소리를 시각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야기라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개념화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시노그래퍼로 참여한다. 이미 안은미·안애순의 무용 작업에 참여한 바 있기에 그에게 무대는 생경한 공간이 아니다. 최정화는 일상적 사물 사이에서 이제껏 인식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솟아오르게 하는 설치 작업을 해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 ‘흥보가’ 또한 그의 시노그래피를 통해 그 단단한 익숙함의 껍질을 깨고 아름답게 반짝일 것이며 이에 더해 연출은 막 재개장한 해오름극장의 공간 속에서 소리를 올곧이 듣게 해줄 것이다. 그런데 익숙함을 벗고 새롭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 수 있을까? 연출이 ‘흥보展(전)’에서 주목하는 이야기의 중심은 박씨를 물어오는 제비 일화의 환상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명곤은 이 작품에 ‘제비나라’에서 생긴 일화를 덧쓴다. ‘권선징악’ 혹은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윤리적 이야기보다는 작은 씨앗으로부터 금은보화와 집과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환상의 이야기로 작품을 읽어낸다. 무대와 영상이 조화롭게 접목한 한 편의 전시같은 공연을 통해 관객은 환상이 음악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극장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시 찾아온 ‘배비장전’
ssss ‘배비장전’ 공연 사진

‘배비장전’(10.22.-31.)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배비장전’이 또다시 돌아왔다”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2012년 국립극장의 레퍼토리 시즌이 시작된 이래, 2012년·2013년·2016년, 그리고 2021년에 다시 공연되는 ‘배비장전’은 국립창극단 레퍼토리 중 자주 만날 수 있는 공연이며, 그만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는 작품이다. 이병훈 연출자는 기존 창극 ‘배비장전’이 희극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코미디로서 양식화되지 못한 까닭에 대중화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오은희 작가를 통해 코미디로서의 특성이 부각될 수 있게 각색했다. 마당극 형태로 관객과 호흡하고,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형식으로 인물 각각의 특색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리하여 배비장이라는 인물의 ‘위선’을 벗겨내는 코미디가 완성된다. 인간이 지닌 ‘위선’은 코미디의 오랜 소재이지만, ‘내로남불’이라는 사회적 위선이 위세를 떨치는 우리 사회에서 ‘배비장전’은 현재형이며 그런 의미에서 관객은 새로운 시즌에도 ‘배비장전’에 환호를 보낼 것이다.

진하게 전하는 전통, ‘완창판소리’
ssss ‘완창판소리’ 공연 사진

진정한 판소리 애호가를 위한 국립창극단의 오랜 프로그램 ‘완창판소리’를 놓쳐서는 안된다. 판소리 연구가 배연형의 해설로 조주선의 ‘심청가’(9.11.), 송재영의 ‘춘향가’(10.16.), 김소영의 ‘수궁가’(11.20.) 그리고 송년판소리로 안숙선 등이 분창하는 ‘흥보가’(12.18.)를 들을 수 있다.

글. 조만수 충북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이며 연극평론가,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고 있다. 남산예술센터 극장 드라마투르그, 국립극단 희곡우체국장을 역임했다. ‘오슬로’ ‘과부들’ ‘햇빛샤워’ 등의 연극과 창극 ‘산불’, 국가브랜드공연 ‘단테의 신곡’에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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