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무용단 시즌 프리뷰
한국춤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다
2022 국립무용단 레퍼토리시즌
aaaaa ‘새날’ 공연 사진

2021년 하반기가 저돌적인 신작 공연에 맞춰졌다면 2022년 상반기는 국립단체로서 한국춤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한다. 2022년을 시작하는 ‘새날’(1.29.-30., 2.1.-2.)은 설 연휴를 풍성하게 해주는 기획공연이다. ‘새날’이라는 간판 아래 궁중춤과 민속춤, 창작춤을 고루 선보이는 갈라 형식으로, 무용단이 보유한 전통춤 레퍼토리를 유지·보수하면서도 시대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포맷이라 하겠다. 여러 면에서 ‘새날’은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닮았다. 크리스마스의 ‘호두까기 인형’이 그러하듯, ‘새날’은 설날이라는 특정 시기와 밀접할 뿐 아니라 전통춤을 낯설고 어려워하는 대중에게 다채롭고 흥겹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젊은 단원들에게 전통춤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훈련하는 일, 시대에 맞춰 전통춤을 감각적으로 다듬는 일, 전통춤 관객을 개발하는 일 모두 국립무용단의 의무이고, ‘새날’은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aaaaa ‘더블빌’ 콘셉트 사진

한편 외부 안무가와 협업하는 ‘더블빌’(4.21.-24.)은 한국춤의 외연을 넓히고 낯설게 보려는 시도이다. 이번 시즌엔 안무가그룹 고블린파티와 차진엽의 신작을 동시공연(double bill)으로 선보인다. 둘 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컨템퍼러리댄스 안무가들이라는 점에서 한국춤을 ‘지금 여기의 춤’으로 만들고자 하는 국립무용단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세련되고도 위트 있는 춤을 선보이는 이들이 평생 한국춤을 수련해 온 무용수들의 호흡과 선, 몸놀림과 만날 때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을 기대해 본다.

aaaaa ‘회오리’ 공연 사진, 테로 사리넨(왼쪽부터)

시즌의 마무리는 테로 사리넨의 ‘회오리’(6.24.-26.)다. 2014년 국립무용단 최초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한 작품이 국내외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인기 레퍼토리로 정착한 모범 사례이다. 장영규가 이끄는 국악그룹 비빙의 라이브 연주, 미키 쿤투의 간결하고도 신비로운 조명 등이 낯설지만, 그 표면을 들춰보면 잔잔한 물결에서 시작해 거센 회오리로 마무리되는 전개가 전통춤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춤에서 익숙한 상징이나 관습적인 전개를 지우고 특유의 호흡과 무게감을 부각함으로써 한국춤에서 ‘한국’이 아닌 ‘춤’을 보게 했다. 5년여 만에 돌아온 ‘회오리’에선 한때의 혁신이 어느덧 고전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신작과 레퍼토리를 고루 선보이는 국립무용단의 2021-2022 시즌은 언뜻 보면 그저 다채롭지만 그 점들을 이어보면 방향성이 드러난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이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전통이란 과거에 추어진 춤 레퍼토리의 모음일 수도, 세월의 흐름 속에 정형화된 형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국립무용단은 전통에 한결 섬세하고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전통이란 무용수 하나하나의 몸에 깊게 밴 호흡과 선과 에너지요, 무속이나 음양오행처럼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것이다. 무용수는 온전하고 독립적인 개인이지만 그들 몸에 밴 움직임은 대를 이어 전해 온 것이고 그들의 사고방식은 과거의 삶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한국춤의 스펙트럼은 변화무쌍하게 넓어진다. 홀로 추어도,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도, 외국인 안무자와 협업해도, 모두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통이란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기 위해 계속해 변화할 수밖에 없음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글. 정옥희 무용연구자 및 비평가. 춤과 춤이 아닌 것, 무용수와 무용수가 아닌 이 사이의 경계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이 춤의 운명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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