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외국인 국악아카데미 강사-국립국악관현악단 연제호 단원 인터뷰
사물놀이로 선사한 한국
빡빡한 타지 생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찾아온 그들을 위해,
연제호 단원은 사물놀이에 한국의 미덕을 담아 선물하고 있다
aaaaa 2019 외국인 국악아카데미
우리의 흥과 가락을 널리 알리다

연제호 단원과 외국인 국악아카데미에 대해 소개해 달라.
2005년 국립국악관현악단에 입단해 타악수석으로 활동 중인 연제호 단원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외국인 국악아카데미는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전통공연예술을 즐겁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사물놀이·판소리·한국무용 등 3개 반이 있는데, 사물놀이반이 새롭게 편성된 2017년 상반기부터 외국인 국악아카데미의 강사로 합류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누구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 ‘레츠 국악(Let’s Gugak)-사물장구 편’을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수강생들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아쉽지 않나?
대부분의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예술 강좌는 대면과 비대면의 효과 차이가 꽤 크다. 그래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폐쇄형 강의 대신 더 많은 외국인이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외국인 대상 콘텐츠인 만큼 장구가 없어도 누구나 따라 하기 쉽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으며, 영어 자막도 큼직하게 배치했다. 코로나19가 종식돼서 대면 강의가 재개됐을 때, 수강생 중 한 명이라도 “국립극장 유튜브를 보고 찾아왔다”라고 말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코로나19 이전의 강의 풍경이 궁금하다.
한 기수당 10~15명의 수강생이 12주에 걸쳐 수업을 들었다. 맨 처음에는 장구를 가르친다. 전통 가락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배우기 쉽도록 앉은반 설장구부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선반 설장구, 사물놀이 순으로 보폭을 넓혔다. 더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여러 번 강의를 수강하거나 다른 곳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온 분들도 있었는데, 초보자와 실력 차이가 날 때는 반을 두 개로 나눠 가르치기도 했다.

강의 내내 눈코 뜰 새 없었을 것 같다.
4개 악기를 수준별로 가르치다 보니 정말 바빴지만, 사실 매우 재미있게 배우고 가르쳤다. 타국에 와서 바쁜 시간을 쪼개 사물놀이를 배우러 온 분들이었기에 열정이 대단했고, 수업 분위기가 좋으니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때로는 공연할 때보다 더 진이 빠지기도 했지만, 뿌듯함이 가득했기에 고생한 것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aaaaa 2019 외국인 국악아카데미
한류의 원류를 발견하는 시간

전 세계인이 한데 모였는데,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
‘음악은 전 세계 공용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인지 쉽고 일상적인 영어를 짧게 구사하면서도 소통이 잘됐다. 비교적 한국어에 익숙한 수강생이 통역에 나서기도 했는데, 그래도 말이 안 통하면 몸짓으로 해결했다. 보통 문화권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오해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사소한 문제조차 없을 정도로 즐겁게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배웠다.

수강생들에게 특히 호응이 좋았던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 장단에 잘 어울리는 호흡(몸의 움직임)이 있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매우 과학적이다. 예를 들어 상모를 돌릴 때 억지로 목을 돌리면 모양이 찌그러진다. 박자에 맞춰 몸의 호흡을 정확하게 가져가야 예쁜 모양으로 상모가 돌고, 힘 있게 악기를 칠 수 있다. 다소 어려운 내용인데도 이런 원리를 알려줄 때 무척 신기해하고 몰입도가 높았다.

외국인 국악아카데미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곳에 온 수강생들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한류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밑바탕에는 당연히 우리의 전통문화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외국인 국악아카데미의 강사로서 이러한 한국 문화의 원류적인 모습을 외국인들에게 직접 가르칠 수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아울러 외국인 국악아카데미를 통해 한국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외국인 국악아카데미 강사 활동에 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과 감염병 종식 이후 재개될 대면 강의 수강을 통해 외국인 국악아카데미에 함께하려는 예비 수강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먼저 국내외에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사물놀이에 관심을 보내 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를 전한다. 특히 주한 외국인의 경우, 낯선 한국 생활이 쉽지 않으실 텐데도 불구하고 국악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더욱 감사하다. 그 마음에 십분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한국 가락의 흥과 미덕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더불어 우리 전통문화를 통해 정서적으로 더욱 풍요로운 한국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쓰겠다. 국악과 외국인 국악아카데미는 언제든 여러분이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그곳에 서 있을 것이다.

aaaaa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제호 단원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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