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창극단 시즌 프리뷰
지금 우리가 창극을 조명하는 법
2022 국립창극단 레퍼토리시즌

우리 소리를 계승하는 데 있어, 낯선 장르는 훌륭한 도전이자 창조의 영역이 된다. 서양의 오래된 극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 새로운 무대 양식까지. 국립창극단은 계속해서 새 걸음을 내디딘다

‘리어왕’, 창극으로 태어나다
ssss ‘리어왕’ 극본 배삼식, 연출 정영두(왼쪽부터)

국립창극단이 2022년 봄에 ‘리어왕’(3.17.-27.)을 선보인다. ‘메디아’ ‘코카서스의 백묵원’ ‘트로이의 여인들’에 이어 다시 서양 극작품을 창극으로 만든다. 셰익스피어에 도전하는 것은 국립창극단이 레퍼토리 시즌을 시작한 후로는 처음이다. 작가 배삼식은 이미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통해서 서양극을 각색할 때에도 그의 언어가 ‘1945’나 ‘화전가’를 통해 들려준 서정성을 잃지 않음을 보여준 바 있다. 국립창극단은 그동안 한태숙·서재형·고선웅·이성열, 그리고 안드레이 서반·정의신·옹켕센 등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연출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해 왔다. 이들 연출가들은 극성에 강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런데 ‘리어왕’을 연출할 안무가 정영두는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이야기의 굴곡보다는 음악과 하나가 된 이야기의 방식 그 자체에 접근하는 연출가라 할 수 있다. 무용에서 음악은 극에서와는 달리 효과가 아니라 본질인 움직임과 분리되지 않는다. 정영두는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창극단 배우들의 입 속에서 발화 가능하게 만든 배삼식의 텍스트, 정재일이 만들어 낸 음악을 공간 속에서 하나가 되게 할 것이다. ‘옥자’ ‘기생충’ 등 영화 장르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작곡자 정재일의 음악이 ‘트로이의 여인들’에서처럼 창과 어우러져 또 다른 울림을 줄 것을 기대한다. 정영두·배삼식·정재일에게 창극은 어떤 형식에 고정된 특수한 음악이라기보다는 보편 음악의 하나이며, 그리하여 보편적 이야기로서 기능하는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연출가인 정영두가 만들어갈 ‘리어왕’의 모습이다. 전통을 현대로 해석하거나, 전통을 젊은 세대가 호응할 수 있게 현재화하는 작업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구분 없이 소리·움직임·언어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것을 찾아내는 작업을 보여줄 것이다. 정영두와 배삼식은 음악극 ‘적로’를 함께 만들었고, 배삼식과 정재일은 ‘트로이의 여인들’을 함께 했기에, 이들은 서로에게서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다. 2022년 국립창극단의 ‘리어왕’은 분명 광야를 헤매는 늙은 노인의 허망한 노래로 달오름의 무대와 객석을 채울 것이다.

소리는 소리답게, 대극장에서 더 풍성해질 ‘춘향’
ssss ‘춘향’ 공연 사진

2020년 국립극장 창립 70주년 기념공연이었던 ‘춘향’은 당시 해오름극장에 공사가 진행 중인 여건상 달오름에서 막이 올랐으나 이제 재개관한 해오름으로 옮겨 2022년 5월 4일부터 8일까지 새롭게 공연한다. 동일하게 김명곤이 연출하는 ‘흥보展(전)’이 판타지가 주는 시각성까지도 중시한다면, ‘춘향’(5.4.-8.)은 소리에 더 집중한 시도였다. 애초에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김명곤에게 연출을 의뢰하고 직접 작창을 맡을 때에 바로 이처럼 김명곤이 창극에서 소리를 핵심으로 보는 연출가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이미 1998년 임진택이 연출했던 ‘춘향’의 대본을 담당한다거나, 임권택의 영화 ‘춘향뎐’의 각본도 맡은 바 있기에 김명곤에게 춘향은 익숙한 소재이다. 자신에게 익숙하기에 김명곤은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춘향’이 익숙할 수 있게 극 속의 인물과 상황을 현대에서도 개연성 있게 각색했으며 과감한 축약을 통해서 속도감 있는 전개를 만들어냈다. 대극장 무대에 걸맞게 더욱 풍성해질 ‘춘향’을 기대해볼 만하다.

‘절창’, 두 번째 이야기
ssss 국립창극단 이소연, 민은경 단원 (왼쪽부터)

지난 시즌에 처음 도입된 ‘절창’은 첫 시즌의 호응에 힘입어 ‘절창II’(6.25.-26.)로 다시 이어진다. 완창판소리가 경험 많은 소리꾼들이 전통을 지켜나가는 무대라면, ‘절창’은 보다 참신한 스타일로 젊은 소리꾼들이 극 중 역할을 맡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온전히 소리꾼으로서의 면목을 뽐내는 자리이다. 지난 시즌 김준수·유태평양 두 남자 소리꾼의 자리가 마련되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이소연·민은경 두 여자 소리꾼의 ‘절창’을 들을 수 있다. ‘장화홍련’에서 홍련, ‘심청가’의 어린 심청, ‘귀토’의 토녀 역의 민은경과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카산드라, ‘춘향’의 춘향 역으로 활약한 이소연이 2021-2022 국립창극단 레퍼토리시즌의 마지막 무대를 소리로 가득 채울 준비가 되어 있다.

글. 조만수 충북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이며 연극평론가,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고 있다. 남산예술센터 극장 드라마투르그, 국립극단 희곡우체국장을 역임했다. ‘오슬로’ ‘과부들’ ‘햇빛샤워’ 등의 연극과 창극 ‘산불’, 국가브랜드공연 ‘단테의 신곡’에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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