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하나

불변의 걸작, 클래식
왜 클래식인가?
예술가의 삶과 열정, 혼이 담긴 결과물에 시간의 가치가 더해져 완성되는 작품.
클래식이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불변의 걸작인 이유다.

‘클래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오늘 옷차림이 클래식하다”라고 하면 좋은 의미로는 잘 갖추어 입었다는 것이고, 부정적 의미로는 조금 고리타분하다는 뜻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을 대하는 대중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잘 빼입고 들으러 가야 할 것 같긴 한데 실상은 어려운 음악, 졸리는 음악이라는 생각.

통상 서양 고전음악을 지칭하는 클래식classic의 본래 사전적 의미는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예술 작품’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끝없이 회자되고 향유되는, 질긴 생명력을 지닌 작품을 말한다. 그런데 예술의 생명력은 그 작품을 창조한 이들이 아닌 그것을 수용하는 이들과 그들의 시간이 부여한다. 즉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이 다수이고 그 지지가 지속적일 때 가능한 것이다. 길게는 수백 년 이전에 완성된 현재 유행과는 거리가 먼 음악이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고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공인을 받은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명작으로 불리는 것 중에는 당시의 유행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거나 시도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인 국악은 어떠한가. 시간상으로는 서양 클래식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도 국악 역시 원작 그대로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서 연주되고 있다. 서양 클래식과는 달리 국악은 우리나라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다면 흥미로운 예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2022년 9월, 독일 4개 도시에서 열린 ‘종묘제례악’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주독일한국문화원과 국립국악원이 공동 개최한 이 프로젝트는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열린 국악 공연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봉기 주독일한국문화원장은 관련 인터뷰에서 “서양에서는 우리 전통음악이 진정한 K-클래식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제고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예술적 고유함과 깊이를 가진 음악은 시간과 국경을 초월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럼 지금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른바 현대음악이라고 하는 우리 시대의 음악은 그리 넓지 않은 클래식 관객층 중에서도 가장 좁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조차 이전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낯설고 실험적인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공연 전 프로그램 노트를 뚫어져라 보지만 막상 연주가 끝난 후 반응은 알쏭달쏭한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우리나라 현대음악 공연 비율은 다른 나라, 특히 유럽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편이다. 재정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국공립 연주 단체나 공적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르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예술적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늘 동시대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열띤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나 작곡가가 후대에는 미지근한 대우를 받고 반대로 사후에 재발견되어 오래도록 명곡과 명작곡가로 칭송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모든 음악이 당시에는 현대음악이고 그 평가는 시간의 흐름에 맡겨진다는 점은 우리가 현재의 취향이나 선호에만 휩쓸리지 않고 음악 안의 여러 낯섦에 다가가야 함을 말해 준다. 자본의 영향을 받는 대중예술과 달리 순수예술을 창조하거나 향유하려면 어느 정도의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티켓 파워나 대중적 인지도, 쉽고 친근한 프로그램에만 머물러서는 미래의 ‘클래식’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기획자와 관객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살아 있는 것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다. 생명체뿐만 아니라 음악도 그러하다. 생물이 유한한 수명을 가진 데 반해 예술의 수명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인간과 시대를 사유하고 고뇌하며 써 내려간 작품이 주는 위로와 감동은 그 빛이 절대 바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고 경제적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움에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러온 음악, 클래식. 나는 오늘도 영원한 그 생명력을 느끼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글. 김희선 초등학교 시절 바이올린을 만난 후 전공자의 길을 걸었다. 연주가 본업이지만 2018년부터 클래식 전문지인 『월간 음악저널』의 편집장으로 음악 관련 글쓰기에도 매진하고 있다.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