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곳

그라운드시소 서촌
중정 품은 도심 속 우물
아름답기로 손꼽히던 천연기념물 제4호 백송白松이 돌풍으로 쓰러져 터만 남은 자리. 그곳에 공간과 자연, 다양한 문화예술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열린 정원이 자리해 있다.
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서울 하늘을 지붕 삼은 도심 정원

경복궁과 이웃하며 멀리 인왕산이 바라다 보이는 통의동 골목길. 고즈넉한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길을 걷다 보면 뜻밖의 정원과 연못이 펼쳐진다. 마치 하늘이 지상인 듯, 긴 우물에 빠진 듯 이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은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시소 서촌이다. 브릭웰Brick Well 즉 벽돌로 된 우물이라 불리는 이곳의 풍경은 MZ세대 사이에서 핫한 촬영 명소로 자주 등장한다. 하늘을 향해 뚫린 정원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식물들과 연못을 비추는 모습 대신 한겨울의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소복이 쌓인 눈이 대신 인사를 전한다.
1층에서 시작된 중정은 4층 건물 꼭대기까지 둥그런 원통형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다. 20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오다 1991년 태풍에 고사한 백송이 있던 자리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공간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가운데에 높은 개방감을 주는 구조 덕분에 누구든 골목을 걷다가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기능을 갖춘 도심 속 정원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중정에는 야광나무 네 그루를 포함해 해오라기난초, 털부처꽃 등 총 36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고 중앙에 작은 연못이 자리 잡고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산책과 휴식을 취하기 좋은 정원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경계 허문 열린 공간

내부의 모든 공간은 이곳 중정을 중심으로 둥글게 회전하는 동선이다. 산책하듯 계단을 오르다 보면 전시와 함께 층마다 다른 정원의 모습과 마주한다. 관람 동선을 따라 따스한 빛과 녹음이 가득한 전경이 펼쳐져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층 아트숍부터 2, 3층 전시 공간에 오르다 보면 계단 너머 창밖으로 멀리 인왕산의 산세가 중정을 거쳐 실내로 들어온다. 자연과 건축물, 그 안의 전시물이 서로를 풍요롭게 만들며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4층 전시 공간은 높은 창문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이 전시물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야외 전시 공간인 듯 자연스러운 빛이 공간감을 확장한다. 특히 1층에서 올려다보는 광경도 흥미롭지만 4층 테라스로 나가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도 압권이다. 마치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갖춘 덕에 그동안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 작품들이 그라운드시소 서촌을 거쳐 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우리가 멈춰섰던 순간들>이다. 디렉터 리 슐만Lee Shulman이 우연히 빈티지 마켓에서 수집한 80만 장 이상의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다.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아마추어 사진 슬라이드 컬렉션’으로도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이름 모를 이들이 각자의 필름 속에 담은 일상 사진들로 구성되었다. 가족·부모님·친구 등 서로가 촬영한 일반인의 소중한 순간이 아날로그 감성과 더불어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도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다양한 모던아트의 감성을 담아 공간을 새롭게 채색해나간다. 푸른 정원의 여유와 예술 작품의 강렬한 감성은 가장 이질적인 조합으로 비치지지만 그래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는 그라운드시소 서촌의 모습과도 닮았다. 좁은 골목길 한 가운데 자리한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자칫 도드라져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 낯선 공간이 골목 품에 아늑히 자리 잡아 어우러지는 것처럼.

그라운드시소 바로가기 https://groundseesaw.co.kr/
취재. 편집부 사진. 김성재 SSSAUN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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