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국악관현악단 <2023 신년 음악회>
우리 음악과 함께 껑충!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협연자가 참여하는
풍성하고 균형감 있는 국악관현악.
2023년 1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차려놓은 우리 음악 성찬이 펼쳐진다.

매해 1월 1일 빈 무지크페어아인Musikverein 황금홀에서 열리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황금홀에서 선보이는 우아한 신년 공연은 전 세계 90여 개국에 송출된다. 이 공연에서 영감을 얻어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 각지 공연장에서 변별력 있는 신년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 해를 여는 화려한 신년 음악회가 각 극장의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돼가는 듯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역시 2020년부터 <신년 음악회>를 추진했는데, 2022년에는 예매 시작 5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될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토끼해의 <2023 신년 음악회> 역시 더욱 반짝이는 특별함이 더해져 시선을 끈다.
계묘년이 시작되는 1월에는 남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무려 2주 동안 네 개 국립 단체가 연이어 <신년 음악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야말로 ‘신년음악축제’라고 할 수 있는데·국립오페라단(1.6~7)·국립합창단(1.10)·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1.12)에 이어 국립국악관현악단(1.14)이 대미를 장식한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치용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지휘봉을 든다. 그가 <2020 마스터피스 : 정치용> 이후 3년 만에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무대여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Ⅰ <2020 마스터피스 : 정치용>

우리 음악 대표 레퍼토리 구축의 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우리 음악 레퍼토리를 개발하고자 <신년 음악회>를 추진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창작곡이 한번 무대에 오르면 그대로 수명을 달리하는 것이 한국음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지만,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이번 음악회에서도 이전 작품의 재연 무대와 새롭게 준비한 초연 무대를 균형감 있게 준비했다.
공연의 첫 문은 김백찬의 ‘Knock(노크)’로 연다. 국립국악관현악단 <2021 리컴포즈>에서 위촉했던 작품으로, 곡명은 한국음악의 새로운 어법을 두드린다는 의미를 지녔다. 작곡가 김백찬은 서양음악의 현대적 음악 어법이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현재 창작 국악관현악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이 곡을 썼다고 한다. 한국음악의 5음 음계를 차용해 다양한 조옮김, 전통 장단을 토대로 다양한 리듬을 생성한 곡이다. 2019년 KBS국악대상을 수상한 김백찬은 서울 지하철 환승 음악 '얼씨구야'를 작곡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손다혜의 ‘하나의 노래, 애국가’는 이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대표 레퍼토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주요 무대에 계속 올라가는 작품으로, 2020년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개최된 <2020 겨레의 노래뎐>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때 연주된 ‘하나의 노래, 애국가’는 그해 <신년 음악회>에서 초연한 ‘애국가 환상곡’을 확장한 곡이다. 작곡가 손다혜는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오희옥이 ‘임시정부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이 곡을 썼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역사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애국가 중 ‘대한제국 애국가’ ‘임시정부 애국가’, 오늘날의 ‘애국가’ 세 곡을 엮어 만들었다. 손다혜는 현재 뮤지컬·음악극·국악관현악·무용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전방위 작곡가이다.
이외에도 <2023 신년 음악회>를 위해 새롭게 위촉된 두 곡이 첫선을 보인다. 이번 위촉작들은 국악관현악과 서양악기의 협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국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서양악기와 신선한 조합을 꾀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11월에 열린 <역동과 동력> 공연에선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 하피스트 황세희가 협연자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선 과거와 현대, 국악과 양악을 아우르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지닌 작곡가 이영조가 첼로 협주곡을 선보인다. 이어서 국악·양악·영화음악·게임음악까지 폭넓은 활동을 하는 작곡가 장석진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을 올릴 예정이다. 몸통에 지닌 음색이 완연히 다른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어떠한 하모니를 이룰지 기대를 모은다.

화려한 협연진이 가득 채우는 무대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는 매년 어떤 지휘자가 포디엄에 오르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 음악회>에는 어느 협연자가 함께할지에 이목이 모인다. 늘 당시 다채로운 활동을 선보인 스타 연주자들이 대거 합류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홍진호, 소금 연주자 김한백,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가 무대에 선다.
대니 구는 모험적인 프로젝트로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바이올리니스트다. 2022년 워너뮤직 코리아에서 첫 솔로 앨범 발매 후 활발히 무대에 서고 있다. 이전에는 MBC <복면가왕>, JTBC <슈퍼밴드2>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으며, 현재 MBC <TV예술무대> MC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연주할 곡은 북한 작곡가 리한우의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 경상도 민요의 ‘옹헤야’ 선율을 기반으로 서양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만들어진 곡을 작곡가 최지혜가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했다.
대니 구와 홍진호가 함께하는 장석진의 신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비행飛行’도 기대할 만하다. 정통 클래식의 길을 걷던 홍진호는 우연히 참여한 JTBC <슈퍼밴드>에서 초대 우승팀 밴드 호피폴라의 멤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미 여러 차례 연주를 맞춰본 홍진호와 대니 구가 이번에는 어떠한 호흡을 보여줄지 호기심이 든다. 홍진호는 작곡가 이영조의 새로운 첼로 협주곡, 첼로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섬집아기 환상곡’의 협연자로도 함께한다.
국악기와 국악관현악의 협연도 준비돼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원인 김한백은 조제군의 소금 협주곡 ‘파미르고원의 수상곡’을 연주한다. 1989년 마산에서 태어난 김한백은 중앙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2012년부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주요 무대에 인턴단원으로 서며 주목을 받아왔다. 2016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원으로 입단해 악단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그가 연주할 ‘파미르고원의 수상곡’은 소금 악기의 다양한 주법을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수준 높은 기교가 요구된다. 김한백은 소금 특유의 청아한 음색으로 관객을 이국적인 세계로 안내할 예정이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초대 우승팀인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도 이번 협연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규 3집 수록곡이자 <팬텀싱어> 결선에서 불러 화제를 모은 ‘베틀노래’, 미래지향적 콘셉트가 돋보인 정규 4집 앨범 수록곡 ‘비상’을 비롯해, <팬텀싱어> 경연곡으로 주목받은 ‘Il Libro Dell’Amore(사랑에 관한 책)’를 들려준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협연자가 대거 모였으니 이번 티케팅은 긴장해야겠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준비한 풍성한 음악 성찬은 분명 새해에 활기찬 기운을 줄 것이다. 껑충 뛰어오르는 토끼의 힘찬 도약처럼 신명 나는 음악을 타고 희망찬 신년을 맞이해 보자.

글. 장혜선 음악 칼럼니스트.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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