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무용단 <새날>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의 향연
2023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이해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성대한 춤판이 펼쳐진다.
다채로운 빛깔의 전통 춤사위와 함께 기분 좋은 한 해의 출발을 계획해 보자.
2012년 <국립무용단 50년 우리춤 모음> 중 ‘태평무’
2018년 국립무용단 <추석·만월> 중 ‘호적시나위’
2021년 국립무용단 <새날> 중 ‘품’
2022년 국립무용단 <새날> 중 ‘태’
2022년 국립무용단 <새날> 중 ‘평채소고춤’
2022년 국립무용단 <홀춤III: 홀춤과 겹춤> 중 산수놀음

<새날>은 국립무용단이 2018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명절 기획공연이다. 다양한 우리 춤 레퍼토리 무대를 통해 약 6천 명의 관객과 마주하며 새해를 맞이할 때면 기대되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위축과 정치, 경제의 위기로 인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태평성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문화 강국 한국 국민으로서 긍지를 갖게 해주는 시간이다.

<새날>은 6개의 소품으로 구성된다. 첫 무대는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전통무용인 ‘태평무’가 연다. ‘태평무’는 전통무용의 대부 한성준(1875~1941)에 의해 1938년 초연된 작품이다. 1988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무용의 하나로 왕과 왕비의 복장을 하고 경기도당굿의 다채로운 장단에 맞춰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다음 작품인 ‘품’(안무 배정혜, 재구성 윤성철)은 왕을 받들고 나랏일을 맡아 정세를 바로잡는 대신의 춤으로 아박을 활용해 박력 있고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준다. 평안과 국태민안을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새날>을 빌려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다음으로는 무용수들의 예술적 미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세 편이 오른다. ‘평채소고춤’(안무 정관영)은 소고춤에 축원과 덕담이 담긴 비나리를 곁들여 관객에 전하는 무대다. 흥겨운 사물놀이 가락과 태평소 선율에 맞춰 화려한 소고놀음과 덧배기춤을 보여준다.
‘호적시나위’(안무 조흥동, 재구성 윤성철)는 태평소 시나위 선율에 맞춰 맨손으로 추는 춤이다. 다채로운 장단의 변화에 따라 내고·달고·맺고·푸는 전통춤의 섬세한 호흡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수묵화에서 태점苔點을 찍듯이 춤사위에 매듭을 지어주는 기교가 특징이다. 마치 발디딤으로 장구를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란한 발놀림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산수놀음’(안무 황태인)은 한량무의 부채놀음과 춤사위를 모티프로 해 자연의 풍경을 보고 느끼며 노니는 선비의 모습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통무용 어법을 현대무용 기법으로 표현한다. 풍류와 자유를 만끽하는 이 시대 선비의 모습을 남성 이인무로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이 춤을 통해 교감하며 긴장과 이완을 통해 서로 합일을 이루어내는 모습 속에서 상생相生의 의미도 느낄 수 있다.
세 편의 작품을 통해 무용수의 역동성과 서로 다른 미감에 대한 예술적 표현, 그리고 빼어난 기교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의 세련된 춤사위를 탐미하는 것은 마치 다른 장르의 영화 세 편을 보는 것과 같은 풍요로움을 전할 것이다.

2023년 <새날>의 마지막 작품인 ‘태’(안무 박재순)는 다양한 타악기의 울림과 무용수의 절제된 동작을 보여주는 웅장한 군무로 구성된다. ‘태’는 웅장하고 역동적인 북의 울림으로 땅에 뿌리를 둔 인간의 기운을 표현한 작품이다. 북 소리는 심장을 고동치게 만들어 위축된 몸에 활기를 주고 원초적인 생명 에너지를 일으켜 신명에 이르게 한다.
북·향발·다듬이 등 타악기의 울림과 무용수의 치열한 몸짓 속에 진정한 새날을 염원하는 간절함이 깃들고 관객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는 가운데 한 해의 벽사진경을 기원하는 우리 고유의 제의祭儀처럼 나라의 안녕과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그 간절한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예술혼이 빛나는 무용수와 그 염원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공연이다.

글. 임수정 경상국립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로 전통춤에 담긴 예술 세계를 탐구하며 공연 활동을 통해 전통춤에 내재한 본연의 의미가 현대에도 살아 숨 쉬고 전통춤에 담긴 예술혼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정진하고 있다.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