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돋보기

2023 공연예술박물관
신기술과 공연예술
수집하고 조사·연구해 의미와 가치를 더하고 관객에게 공유하기까지 공연예술박물관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개관 14주년을 맞는 2023년, 그 앞에 놓인 것은 무엇일지 살펴보자.

수많은 공연예술인의 숙원이던 공연예술박물관이 건립된 지도 13년이 흘렀다. 한국 공연예술의 계승과 발전을 목표로, 공연예술 문화유산의 수집부터 활용까지 한국 유일의 공연예술박물관으로서 역할을 했다. 새해에도 그 행보는 쉼 없이 이어지기에, 지면을 빌려 지금까지의 성과와 더불어 공연예술박물관의 2023년 계획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기로 한다.

공연예술박물관 상설전시실

공연예술박물관의 시작은 1950년 건립된 국립극장의 시작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건립 시기부터 수많은 공연을 품어온 국립극장에 자연스레 자료가 모이면서 사라지기 쉬운 무형 예술의 역사를 보존하고 전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였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극장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2009년에 문을 연 공연예술박물관은 상설전시, 기획전시, 자료 열람 및 대여,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며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전념했다. 상설전시에서는 한국 공연예술의 역사 및 공연과 무대의 생생한 면모를 소개하고 있고, 기획전시는 공연예술에 특화된 주제를 집중 조명한 전시를 주기적으로 선보이며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체험 및 교육 활동으로 전시에 깊이와 재미를 더했으며 전시 등으로 공개되지 못하는 자료는 공연예술자료실Ⅰ·Ⅱ와 공연예술 아카이브 플랫폼, 별별스테이지를 통해 이용자를 만났다.
특히 2022년에는 학술지 『공연예술문화연구』가 최초로 발간됐고, 2021년에 이어 ‘국립극장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공모를 통해 신인 평론가의 등용문을 열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예술가와 함께하는 박물관 데이트> <무대의상 스크랩북>은 큰 인기를 끌며 매진 사례를 이어갔고, 최초로 해오름극장 설계 도면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기획전시 <극장의 여정>도 성공리에 마쳤다.

2023년 박물관의 문을 여는 새해의 열쇠 말은 ‘신기술과 공연예술’이다. 근래 박물관계에서 신속하게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세태를 맞아, 단순한 적응이 아닌 적극적인 결합을 지향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박물관의 전시·교육·조사 연구 등의 모든 사업은 이러한 열쇠 말하에 유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무엇보다 핵심에 있는 사업은 신기술 융합 콘텐츠 전시관인 ‘별별실감극장’의 개관이다. 2월 정식 개관을 앞둔 ‘별별실감극장’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공연 양식을 개발하고 신진 예술가들의 창작 기회를 제고하기 위해 2001년에 탄생한 별오름극장을 계승하는 공간이다. 별오름극장은 자유로운 실험 공연의 산실이었으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점차 강해졌다. 때마침 공연예술박물관이 국립극장 최초로 신기술 융합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면서, 국립극장에서는 별오름극장을 변신시키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즉 별별실감극장은 낡은 별오름극장을 기계적으로 개보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기술과 공연 양식을 융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공연예술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의의를 이어가는 셈이다. 2월 개관에 맞춰 실감 콘텐츠 2종을 상영하는데, 영상은 ‘서막序幕, 역사를 쌓다’이다. 작품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포스터는 공연의 서막이라 할 만하다는 점에 주목해 국립극장의 대표작과 해당 포스터를 엄선해 신기술 융합 콘텐츠에 이식했다. 두 번째 신기술 융합 콘텐츠 영상은 ‘희망을 위한 영가靈歌, 바르도’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한 황호준 작곡가의 동명곡 ‘새야새야 주제에 의한 바르도’를, 영혼의 정화를 기원하는 음악의 의도에 발맞추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빚어냈다.
이외에도 공연예술의 여러 분야를 신기술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별별체험존’이 운영된다. 우아하게 몸짓하는 포스터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빙포스터’와 국립극장 공연에 사용된 분장과 의상을 디지털로 진행하는 ‘가상 무대미술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는 불가능했을 체험을, 신기술을 통해 경험하며 공연예술의 매력을 함께 실감할 수 있다.

신기술 융합 콘텐츠 도입은 여타 전시와도 이어진다. 우선 ‘별별실감극장’ 조성에 발맞추어 정정주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빛의 혀 2022-구성1’이 2022년 12월, 1층 로비 벽면에 설치됐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이 202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맞춤형 작품 구입 제도에 따라 대부받은 것으로, 해당 제도는 설치 장소의 역사성과 성격, 특성을 전문가들이 고려해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빛과 색, 움직임이 특징인 3D 애니메이션 작품 ‘빛의 혀 2022-구성1’과 ‘별별실감극장’의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공연예술박물관 1층 로비, 정정주 작가 ‘빛의 혀 2022-구성1’

전시 연계 프로그램 역시 VR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박물관 전시 자료를 활용한 무대 기술 체험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 관리 등의 이유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무대 후면을 VR 기술 활용해 누구나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공연예술 아카이브 플랫폼 ‘별별스테이지’도 신기술 활용을 계기로 이용자 편의를 크게 개선한다. 기본적인 검색 메뉴의 직관성과 접근성을 크게 높였고, 흑백 배경에 선명한 색상의 주제어를 펼쳐 가시성을 더했다. 또한 큐레이션 코너를 신설해 ‘월간 국립극장’ ‘신규 등록자료’ 등 흥미 분야를 따라 손쉽게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E-book 기능을 통해 기존 발간물을 간편하게 읽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2021년 시작된 이래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조사 연구’ 분야에서도 신기술과 공연이라는 주제로 자료 조사와 학술대회를 꾸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밖에도 2017년부터 공연예술박물관이 참여하고 있는 공연문화예술 아카이브 협력체에 국립극단이 참여하고(2022년), 국립중앙도서관과 교류 전시를 논의하는 등의 협업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신기술과 공연예술에 대한 탐구 역시 2023년에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와 응용, 제한된 환경에서의 ESG(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이 갖춰야 할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말) 실현 방법 등 지속적인 계획과 실천이 요구되는 것들이 과제로 남겨져 있다. 특히 자료 및 콘텐츠 제공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는 공연예술박물관뿐만 아니라 유사한 문화기관의 주요 해결 과제 중 하나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공공의 문화 향유권도 확대하는 해결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물관이 전례 없이 빠른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신기술을 도입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전시로 꽃피우고 있는 것처럼, 또는 코로나19라는 막대한 위협에도 새로운 무대를 만들고 관객을 발굴해 동시대적 현안과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처럼, 공연예술박물관은 직면한 어려움을 성장의 도약대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의 열쇠 말 ‘신기술과 공연예술’을 돌아보자. ‘신’이라는 수식어가 역설적이게도 공연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공존하며 불사조처럼 거듭났다. 공연예술박물관은 공연예술을 살피고·연구하고·기록하고·전파하는 공간이다. 2023년에도 무형의 공연예술을 담아내는 유형의 공간, 공연예술박물관은 신기술과 손잡고 그 역할을 변함없이 해나갈 것이다.

해오름극장 재개관 기념 특별기획 전시 '극장의 여정'(2021-2022)
글. 이주현 공연예술박물관장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