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곳

콩치노콩크리트
일상의 리듬이 울려 퍼지는 곳
음악이 ‘울려 퍼지는Concino’ 곳, 콩치노콩크리트는 오직 음악감상만을 위한 공간이다.
듣는 감각으로 충만해지는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의 시간은 아다지오Adagio로 흐른다.
산책하듯 천천히, 그러나 리드미컬하게.

음악적 감흥을 끌어올리는 공간

우리는 도처에서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그중에 음악에 집중한 순간은 얼마나 될까? 화려한 화면이나 먹음직스러운 음식, ‘핫’한 장소나 친구와의 수다 그 밖에 눈앞에 놓인 것들에 정신을 빼앗기는 동안 음악은 배경으로 전락하곤 한다. 해가 진다.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과 일몰을 바라보는 두 사람, 순간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재즈의 선율. 한 연애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해당 데이트 장면은 이곳을 일약 ‘핫플’로 떠오르게 했다. 잿빛 콘크리트 건물은 파주에서도 임진강이 내다보이는 너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총 4층 규모로 지층은 외벽 없이 기둥을 세운 필로티 구조의 야외공연장, 2~3층은 콘서트홀로 운영된다.

야외공연장을 지나 콘서트홀로 올라가자 가장 먼저 시선이 꽂힌 곳은 전면에 놓인 대형 스피커와 그 앞의 좌석들이었다. 스피커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크기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그 중심으로 천장이 트인 3층까지 객석이 둘러싸고 있었다. “음악감상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오정수 대표가 다가와 말했다. 스피커의 음향과 감상 분위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미학적으로도 훌륭한 공간을 원했다는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해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민현준 교수에게 콩치노콩크리트의 설계를 맡겼단다.
콘서트홀은 구역마다 다른 풍경과 장면을 마주할 수 있어 입체적인 인상을 준다. 스피커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강이, 오른쪽으로는 숲이 보이고, 코너를 돌고 계단을 오르면서 마주치는 작은 공간들 혹은 달라지는 전경에 곳곳이 새롭게 다가온다. “통창을 통해 풍경을 공간에 들이려고 했어요. 해와 바람, 비, 구름, 눈처럼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은 감성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고 음악의 감동을 배가시키죠. 중요한 점은 어느 자리에서든 음향이 잘 전달된다는 거예요.” 아름다운 자연도 훌륭한 공간도 콩치노콩크리트에서는 오직 음악을 위한 요소로서 작용한다. 그 외에 음악감상에 방해될 만한 요소는 전부 제한한다고. 내부 장식을 최소화해 군더더기를 줄이고, 여느 카페처럼 음료나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니아가 초대하는 청음의 세계

“그럼 이제 한번 들어볼까요?” 오정수 대표가 음반을 한 장 꺼내 들었다. 살바토레 아카르도Salvatore Accardo의 「크라이슬러에게 경의를Homage to Kreisler」 . 턴테이블 위에 놓인 LP가 회전하기 시작하자, 스피커를 통해 강렬한 바이올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악기 속에 들어온 듯 생생한 음의 파동이 온몸을 에워쌌다.
“콩치노콩크리트의 자랑인 이 스피커들은 극장 음향 산업이 절정에 이르던 1920~30년대에 대형 극장 및 럭셔리 극장에서 사용하던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의 스피커와 독일 클랑필름의 유러노어 주니어Euronor Junior 스피커입니다. 압도적 크기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상당해 한국에 가져오기가 쉽지 않았어요. 독일에서는 문화재 반출을 이유로 스피커를 압류당하기도 했죠.” 이후로도 아날로그 음향을 원형 그대로 살리기 위해 진공관에서부터 케이블까지 오리지널 부품을 일일이 구하고, 국내의 몇 안 되는 엔지니어를 수소문해 장비를 손보는 등 오디오를 조율하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홀 안은 그야말로 하나의 진공관처럼 공명했다. 스피커와 공간의 하모니라고 할까.
콩치노콩크리트는 오랜 세월 음악에 애정을 쏟아온 오정수 대표의 수장고와도 다름없다. 1940~5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턴테이블을 비롯해 에디슨이 발명한 실린더 축음기 등 상당한 역사를 간직한 축음기들이 공간 곳곳에 전시되어 있고, 책장을 빼곡히 채운 LP 명반도 1만여 장에 이른다. 흡사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방대한 컬렉션을 이제는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과 나누며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날씨와 그 시간의 풍경, 방문객의 분위기에 따라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채워요.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해 설명도 해드리고요. 오늘은 무슨 음악을 틀어볼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음악에 더 집중하고 좋아해 줄까, 고민하는 과정이 행복합니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리듬을 놓치곤 한다. 그럴 땐 자극적인 소음은 잠시 꺼두고, 천천히 흐르는 풍경과 음의 향연 속에서 숨을 고르자. 느리고 깊숙하게. 지친 심신이 본래의 속도A Tempo를 되찾을 때까지.

콩치노콩크리트 바로가기 https://www.instagram.com/concino_concrete/

취재. 편집부 사진. 김성재 SSSAUN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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