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아마추어 관현악단> 수료 공연 리뷰
37개의 선율, 하나의 가락
긴장 어린 표정도 잠시, 지휘자가 신호를 주자 37개의 선율이 순식간에 한데 엮이고,
아름다운 가락이 흘러나왔다.
<아마추어 관현악단> 7기가 한마음이라는 것을 유감없이 뽐낸 수료 공연이었다.

수료를 위한 마지막 여정

꽃다발과 카메라로 무장한 관객이 달오름극장에 입장하자, 문이 닫히고 불이 꺼졌다. 곧이어 각 파트의 인터뷰 영상이 무대 배경에 가득 들어찼다. 악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그간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 합주곡에 대한 소개, 수료 공연을 앞둔 소감 등 개인의 국악사와 <아마추어 관현악단>에서 보낸 시간을 넘나드는 진솔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취미의 영역을 넘어선 각오와 결의, 목표를 듣던 관객의 표정에 설렘 섞인 진지함이 깃들었다.
공연에 앞서 열린 수료식에서는 수강생과 동고동락한 지휘자 및 강사 소개, 박인건 극장장의 인사, 각 파트 수료증 수여, 기념 촬영이 이어졌다.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박인건 극장장은 “명동에 있던 국립극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 지 50주년이 되는 해에 펼쳐지는 <아마추어 관현악단> 수료 공연인 만큼 감회가 남다르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신 관객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간 고생한 지휘자 및 강사진에는 고마움을, 7기 수강생에게는 진심을 담은 축하의 말을 전했다. 아울러 수료식이 끝난 직후에는 193일을 1분 30초로 축약한 스케치 영상이 공개됐다. 수료 공연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은 점점 더 부풀어 갔다.

오감을 뒤흔든 무지갯빛 합주

암전됐던 달오름극장에 노란색 조명이 차오르자, <아마추어 관현악단> 수강생이 마법처럼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휘자가 지휘석으로 향하는 사이 그들은 일어서서 그를 맞이했고,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든 연주자와 눈맞춤한 지휘자가 양팔을 좌우로 벌리자, 금세 관현악단원으로 탈바꿈하고 악기를 고쳐 잡았다. 지휘봉의 움직임에 따라 꿰어 맞춘 듯 합을 맞춘 연주가 시작됐다.
<아마추어 관현악단> 7기의 첫 번째 레퍼토리는 박범훈 작곡가의 대표곡 ‘신내림’이었다. 염불·허튼타령·당악 등 경기 무속음악을 바탕으로 세련된 여유로움과 신명 나는 장단을 담은 곡이 물 흐르듯 연주되자, 관객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타악 파트가 곡식의 껍질을 날릴 때 사용하는 도구인 키를 악기처럼 연주하자 ‘신내림’ 특유의 흥겨운 후렴구인 “모여라!”가 수강생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대망의 수료 공연을 여는 첫 번째 곡이기에 당연히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텐데도 합주에는 빈틈이 없었다. 이들의 연습량이 엄청났음을 여실히 증명한 장면이었다. 관객들도 이를 피부로 느낀 듯, 합주가 끝나자마자 천둥 같은 박수와 환호를 무대로 보냈다.
첫 곡이 끝나자마자 악기를 세심하게 조율한 수강생들 뒤로 파란색 조명이 점등됐다. 두 번째 곡이 연주됨을 알리는 사인이었다. 조명 색과 잘 어울리면서도 관객에게 익숙한 영화 OST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 속속 경탄이 쏟아졌다. 서양 악기로 연주한 것과는 또 다른 국악관현악만의 맛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연주된 영화 <첨밀밀>의 OST ‘월량대표아적심’에도 일상에 지쳐 굳어 있던 관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되돌리기에 충분한 감성이 담겼다. 이를 알아채기라도 하듯, 어느새 무대의 배경 색은 촉촉한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수강생을 넘어 관현악단원으로

<아마추어 관현악단> 7기가 준비한 두 번째 순서 ‘영화음악 메들리’가 끝나자, 각 파트 대표가 자기 자신과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는 파이팅 영상이 이어졌다. 이제 막 수료 공연의 절반을 넘긴 시점, 영상과 관객의 응원에 힘입어 가빠진 호흡을 고르고 세 번째 레퍼토리에 돌입했다.
무대 배경이 신비로운 분위기의 청록색으로 전환되자 소금·피리·대금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김대성 작곡가의 ‘반달 환상곡’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분단 이전 한반도 어린이들이 함께 불렀던 윤극영 선생의 동요 ‘반달’과 김순남 작곡가가 채보한 북녘의 민요를 함께 엮은 이 곡은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수강생은 혼을 담은 연주로 남북의 통일에 앞서 <아마추어 관현악단> 7기 구성원의 하나 된 모습을 선보였다.
이번 수료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손다혜 작곡가의 ‘하나의 노래, 애국가’다. ‘애국가 환상곡’을 확장한 음악으로 대한제국, 임시정부, 대한민국의 애국가를 연결해 재구성한 것이 특징. 힘이 소진되는 와중에도 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마지막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마음의 손을 서로 굳게 맞잡은 채.
이윽고 지휘자가 마지막 손짓을 펼쳤고, 한순간 연주가 마무리됐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공연의 온점이었다. 박수와 환호가 그야말로 끝없이 쏟아졌다. 소매로 땀을 닦은 지휘자는 각 파트 구성원을 하나씩 일으켜 세우고 정중한 인사로 답례했다. “감사합니다.” 지휘자의 이 한마디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아마추어 관현악단> 7기는 이렇게 수강생에서 자랑스러운 관현악단원으로 거듭났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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