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가을의 특별한 선물
긴 연휴 끝에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온 요즘, 소소하지만 특별한 70분을 나 자신에게 선사해 보면 어떨까.
믿고 맡길 수 있는 15년 전통의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가 그 시간을 더욱 빛내 줄 것이다.

처음이라는 설렘

처음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접했을 때는 설렘과 함께 기대감도 있겠지만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도 따르기 마련이다. <정오의 음악회>는 국악 공연이 처음인 관객, 국악이 어렵다고 느끼는 관객에게 그 문턱을 낮춰줄 공연이다. 공연 프로그램에서도 알 수 있지만 아나운서 이금희가 국악에 대한 궁금증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줄 길잡이가 돼주기 때문이다. 15년째 관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국립극장의 대표 상설 공연으로 자리매김한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를 경험하고 나면, 다음 공연이 궁금해질 것이다. ‘처음’이라는 설렘을 더 오래 간직하게 하고, 그다음이 기대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2023년 하반기 <정오의 음악회>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에 선발된 신진 지휘자 3인이 차례로 지휘봉을 잡는다. 이달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설렘만큼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이끌 지휘자는 김지수다. 그는 미국 피바디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마린 알솝Marin Alsop 사사로 관현악 지휘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난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진행한 ‘2022 KNSO 지휘자 워크숍’에서 우수 지휘자로 선정돼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장학금을 받았다. 신진 지휘자 김지수가 우리에게 선사할 첫 <정오의 음악회>가 얼마나 신선하면서도 열정적일지 기대된다.

여기 처음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또 한 명의 손님이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처음 만나는 가수 이수영이 ‘정오의 스타’ 코너를 통해 <정오의 음악회> 관객과 마주한다. 1999년 데뷔한 이수영은 특유의 동양적이면서 몽환적인 목소리로 수많은 히트곡을 내고 오리엔탈 발라드의 시초이자 발라드 여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처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라라라’와 골든 디스크 대상을 수상한 ‘휠릴리’ 그리고 이수영이 직접 작사한 곡이자 대표 히트곡 중 하나인 ‘그레이스Grace’까지 국악관현악 협연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 지휘 김지수
  • 가수 이수영

소리 빛깔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

가을이야말로 자연이 주는 선물로 가득한 계절이다. 먹을거리부터 청명한 하늘과 늘 지나던 거리의 나무와 꽃들까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풍경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을 때인 만큼 이달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눈으로 가득 담은 아름다운 자연을 소리로 경험할 차례다.
‘정오의 3분’은 젊은 작곡가에게 3분 안팎의 짧은 관현악곡을 위촉해 선보인 ‘3분 관현악’ 시리즈의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다. 10월 ‘정오의 3분’에서는 <2022 3분 관현악>에서 위촉 초연한 백유미 작곡의 ‘빗소리’를 만날 수 있다. 구름이 모여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소나기가 되고 이후 땅이 굳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가을에 내리는 비는 잔잔하면서도 깔끔하고 촉촉한 느낌이 든다. 분위기 있는 가을비를 상상하면서 국악기의 다양한 음색과 주법이 어떻게 자연의 소리를 표현하는지 감상해 보자.

위촉 작곡 엄기환

이어지는 ‘정오의 협연’에서는 작곡가 엄기환의 작품 가야금, 거문고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주변周邊을 위한 변주變奏’를 통해 10월 <정오의 음악회> 탄생화인 ‘빨간 봉선화’를 만날 수 있다. 작곡가가 빨강 봉선화를 보고 빨간색과 주변 색들의 관계를 주제와 변주곡의 형식으로 표현했다. 주제인 빨간색은 단순하게 제시하되 빨간색의 강렬함에 가려져 있던 다홍색, 주황색 등 주변 색에 확실한 성격을 부여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원의 협연으로 꾸며지는 무대로, 가야금 부수석 단원 김미경과 거문고 수석 단원 이현경이 협연자로 나서 국악관현악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아름다운 채색을 더한다.

비와 꽃에 이어 ‘정오의 여행’에서는 숲과 바다로 떠나본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과 민요를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해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코너로, 이번 달은 홍민웅 편곡의 ‘숲과 바다’를 들으며 헝가리를 여행한다. 초록의 울창한 숲 풍경을 담은 헝가리 민요 ‘어코르 세프 어즈 에르되Akkor szép az erdö’와 황해도 장산곶의 정경과 어촌 생활을 노래한 서도민요 ‘몽금포타령’을 엮어 숲에서 바다에 이르는 자연풍경을 다채로운 소리 빛깔로 펼쳐낸다.

  • 가야금 김미경
  • 거문고 이현경

가슴에 새긴 추억과 염원

가을을 흔히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 ‘정오의 초이스’ 코너에서 가슴속 추억과 염원을 꺼내볼 준비를 해보자. 지휘자가 선곡한 국악관현악곡을 만나보는 ‘정오의 초이스’에서는 김대성 작곡가의 통일을 위한 ‘반달 환상곡’을 감상한다. 분단 전 한반도의 어린이들이 함께 뛰어놀며 부르던 추억의 동요 ‘반달’을 주제로 한 곡이다. 김순남 작곡가가 채보한 함경도 고진 지방의 민요 ‘밭 풍구소리’와 함경도 단천 지방의 민요 ‘베틀 노래’ ‘물방아타령’을 접목했고, 곡 중반에는 김대성 작곡가가 채보한 황해북도 곡산 지방의 ‘자장가’를 넣어 환상적이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이 작품을 통해 한민족이 분단 이전부터 널리 공유해 온 정서를 민요로 되새겨 보면 좋겠다. 그리고 평화통일을 향한 간절한 염원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작곡가의 마음도 느껴보자. 어린 시절 통일을 노래하던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현재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마음을 ‘반달 환상곡’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느껴지는 요즘, <정오의 음악회>로 나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 보자.

글. 이그림 방송작가. KBS국악한마당으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TV, 라디오, 공연 등 전통예술이 있는 곳에 고운 색을 더해 그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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