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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창설 30주년 기념작 <산수유>
얼어붙은 대지를 깨우다
분장실에서 <산수유> 배우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국립극단 제98회 공연 <산수유>는 국립극장 창설 30주년 기념작으로 오태석이 희곡을 쓰고 이해랑이 연출을 맡았다. 사실주의 연극을 추구해 온 원로 연출가 이해랑과 실험연극으로 기반을 다져온 극작가 오태석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당시 세인의 관심을 받았다. 오태석은 진짜 리얼리즘 연극을 쓰기 위해 2개월 남짓 이해랑을 만나 수정을 거듭한 끝에 희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산수유>는 지리산 골짜기 마을이 배경이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친족 살해’라는 멍에를 지고 사는 구 씨 가족을 중심으로 대립과 해원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구 씨의 아들은 얼굴을 가린 채 빨치산에게 끌려와 조카인 근배와 마을 남정네들에게 몰매를 맞고 죽음에 이른다. 뒤이어 천주학을 하던 며느리가 아들의 죽음에 대해 발설할까 두려웠던 구 씨는 며느리를 방에 가두고 불을 피워 죽게 만든다. 몇 년이 지나서 산에 올라갔던 구 씨의 손자이자 두 망자의 아들인 상수가 독사에 물려 의식을 잃은 것을 탄피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던 서가 패거리가 발견해 구 씨 집으로 옮긴다. 손자가 사경을 헤매자 구 씨는 지관을 통해 묫자리를 알아보라 이르고 한편에서는 목숨을 살리기 위한 무당굿이 벌어진다. 은밀한 죽음의 내력을 알고 있는 듯한 무녀는 죽은 애어미가 힘을 써줘야 손자가 살 수 있을 거라며 묘 이장을 재촉하는데 두 죽음에 가담한 마을 남정 병구는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진실을 고백하게 된다. 만장을 대동한 며느리의 관이 대문으로 들어오고 억울하게 죽은 두 혼령이 마주하게 되자 드디어 손자가 깨어나 물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최상설이 주연 근배 역을 맡고 원로 연기인 김동원이 구 씨 역을, 정애란이 무녀 역을, 병구 역은 서희승이 맡았다. 이 밖에 장민호·백성희·권성덕·이진수·김진태·강만희·손숙·정상철 등이 출연했다. 최상설은 1972년 국립극단에 입단해 9년 만에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위 사진은 분장실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 아래 위치한 사람이 근배 역의 최상설이다. 그 바로 위가 병구 역의 서희승, 맨 오른쪽에는 서가 패거리 중 육손 역의 김재건이다. 당시 분장실 풍경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 인상적이다. 오태석은 희곡 첫머리에서 <산수유> 무대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해 두었다. 특히 무대의 높낮이도 언급했는데, “사랑채의 토방과 안채 마당의 높이, 솔문이 서 있는 동구의 높이, 그리고 움집이 서 있는 채전의 높이, 그것들을 잇는 선이 관객의 시선을 가운데 펼쳐진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된다.”라고 했다. 무대의 깊이와 높낮이를 통해 무대 공간이 입체감을 갖도록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실제 무대세트의 정경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사진은 연기자와 스태프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다. 지금은 별이 된 면면을 다시금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
오태석은 이 작품으로 1981년 서울극평가그룹상 희곡상, 제6회 연극예술상(연극협회),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을 수상했다.

1980년 <산수유> 공연 사진
<산수유> 연기자와 스태프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

※ 참고 자료
국립극장, 『극장예술』, 1980.12.
김성희, 「오태석의 탈근대 역사극-역사의 현재화와 대안적 역사쓰기」, 『드라마 연구』 45호, 2015.
임혁, 「연극적 재현에 대한 시론: 오태석의 <산수유> 연구」, 『관악어문연구』 39, 2014.
「오랜만의 활기 세모 연극계」, 『동아일보』, 1980년 12월 4일 자 5면.
「작품대상 <내물빛> 극평가 그룹상 발표」, 『조선일보』, 1980년 12월 14일 자 5면
「화제-문제작들 무대에 올라 열기 가득찰 12월 연극계」, 『조선일보』 1980년 11월 30일 자 5면

※ 공연 정보
· 공연명
<산수유>
· 공연일자
1980.12.02. ~ 12.09.
· 공연장소
국립극장 대극장
· 스태프
작 오태석 | 연출 이해랑 | 미술 김동진 | 의상·소품·도안 이경하 | 음향 공성원 | 분장 최효성 | 장치 조성인 | 작화 여운덕 | 의상 박희준, 강정화 | 소품 이상익, 편덕용 | 무대감독 박인원 등
· 출연진
구 씨 김동원 | 허 씨 권성덕 | 문 씨 이진수 | 장 씨 장민호 | 서가 김진태 | 길산댁 백성희 | 귀신 강만희 | 무녀 정애란 | 소녀 유미리 | 근배 최상설 | 고모 손숙 | 병구 서희승 | 병구 처 이유빈 | 평수 정상철 | 평달 유동철 | 영수 박상규 | 육손 김재건 등

※ 공연예술박물관 아카이브 플랫폼 이용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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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설인재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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