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돋보기

1950년 국립극장 개관 기념공연 <원술랑>
객석으로부터 날아든 편지
1950년 4월, 국립극장이 문을 열었다.
개관 기념 공연 <원술랑>은 단역 배우에게 팬레터가 날아들 만큼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사랑하는 이를 눈물로 웃으며 보내는 예쁜 공주(公主)! 화랑 원술랑을 사랑했든 것이 잘못일까? 아니, 그를 사랑하는, 보다 그가 백년(百年)을 언약해 놓은 또 한 송이 예쁜 꽃이었음을 몰랏든 것이 공주의 한이로다.” -백성희 팬레터-

1950년 4월 30일, 국립극장 설립과 함께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공연은 연극 <원술랑>(유치진 작, 허석 연출)이다. 백성희는 이 연극에서 원술랑을 연모하는 공주 역할로 출연했다. 전 5막 7장의 이 공연에서 대사는 단 두 줄이 전부였다. “아이 수척도 하셨네. 조국을 위한 골똘한 마음! 몸을 돌보실 겨를도 없었구료.” 작품은 가려도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일관된 신념의 소유자였던 백성희는 단역이지만 흔쾌히 연극에 출연했다. 오롯이 연극을 갈망하는 그 마음을 알아챘는지, 당시 관객으로부터 위와 같은 팬레터를 받았다. 가로 18센티미터, 세로 16센티미터의 팬레터에는 펜으로 써 내린 짤막한 내용의 글과 함께 조그만 인화 사진 2점이 부착돼 있다.

당시 이 공연은 열흘 동안 5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을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전해진다. 광복 후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국립극장의 첫 공연이자 김동원·김선영·황정순·박경주 등 당대 내로라하는 배우가 대거 출연한 대작이기도 했다. 따라서 광복 후 문화예술을 갈망하는 사람은 물론 전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설립 당시 국립극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구 부민관 건물(현 서울시의회 본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초 객석 1,800석을 5천만 원의 적지 않은 공적 예산을 들여 수리했다. 호리존Horizon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기도 외국에서 구입·설치했다. 일반석은 400원, 지정석은 600원이었으며 공연 팸플릿을 100원에 별도로 판매했다. 공연을 보고 나서 극작가 오영진은 경향신문에 「원술랑을 보고」라는 제목의 칼럼(『경향신문』 1950년 5월 3일 자, 2면)을 통해 “김동원·김선영의 매력과 감각적인 연기를 이해랑·박경주의 중후와 종합한 허석·이화삼의 연출, 호리존트를 충분히 이용한 최진의 조명, 넓은 무대를 빈틈없이 채워 논 김정환의 구성력에는 찬사를 보낸다.”라고 썼다. 물론 『조선일보』 5월 10일 자 칼럼과 같이 멜로드라마에 치중한 나머지 신극이라기보다 신파에 가까웠다는 등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백성희를 향한 팬레터에 담겨 있던 사진

국립극장 개관 기념작으로 올린 <원술랑>에 쏟아지던 찬사와 비판은 당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국립극장의 개관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보여준다. 이는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 백성희에게 날아온 팬레터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팬레터는 공연예술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 ‘공연예술사 전시’ 공간에서 볼 수 있으며, 같은 공간에 당시 <원술랑> 공연의 프로그램북이 함께 전시돼 있다.

<원술랑> 프로그램 표지
※ 공연 정보
· 공연명
<원술랑>
· 공연일자
1950년 4월 30일~5월 9일
· 공연장소
국립극장(구, 부민관)
· 출연진
김유신 박경주 | 원술 김동원 | 지소부인 황정순 | 담릉 주선태 | 진달래 김선영 | 문무왕 이해랑 | 공주 백성희 | 대아창 효천 장훈 | 아창 의문 고설봉 | 원각대사 전두영 | 문지기 박제행 | 처사 박상익 | 사신 박상호 등

※ 공연예술박물관 이용 안내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45만 점의 공연예술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공연예술 아카이브 플랫폼 ‘별별스테이지(http://archive.ntok.go.kr)’를 통해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이 가능하며, 박물관으로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 | 공연예술자료실 02-2280-5834

참고자료
오영진, 「원술랑을 보고」, 『경향신문』, 1950년 5월 3일, 2면.
원영초, 「국립극장인상기」, 『조선일보』, 1950년 5월 9~10일, 2면.
유민영, 『한국 인물연극사 2』, 태학사, 2006.
김남석, 『백성희의 삶과 연극』, 연극과 인간, 2015.
국립극장, 『국립극장 70년사』, 국립극장, 2020.

글. 설인재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