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국립극장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창구를 넓힌 창극
‘보는 창극’을 넘어 ‘하는 창극’을 꿈꾸는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립극장이 올해 <청소년 창극아카데미>의 창구를 넓힌 이유다.
2023년,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0차시 수업

창극 교육 그 이상의 특별한 경험

창극은 판소리와 사뭇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반면, 창극은 각 역할을 맡은 여러 소리꾼의 판소리와 연극·무용·무대연출 등을 함께 지켜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요컨대 창극은 ‘판소리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창극의 종합예술적 면모는 다양한 예술 영역에 흥미를 느끼는 청소년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통예술에 대한 동경을 품은 아이들이라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한 번쯤은 창극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마련. 이들을 위해 국립극장은 2013년 <청소년 창극아카데미>를 개설해 10년째 운영하며 286명의 수료생을 배출, ‘창극의 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 창극아카데미>는 단순한 창극 실기교육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수료 공연이 그 중심에 있다. 무언가를 배우면서 얻은 설렘과 짜릿함은 세월의 풍화를 거치며 서서히 깎여나가지만, 직접 공연 창작 전반에 참여하고 국립극장 무대에서 스스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감동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는 아이들이 다음 예술 행보를 정하는 데 강력한 원동력이자 영감으로 작용한다.
<청소년 창극아카데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을 통해 창극의 면면을 깊숙이 톺아본 수강생 중 몇몇은 미래의 창극 인재로 거듭난다. 혹여 창극에 몸담지 않더라도 전통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이 되어 오랫동안 국립극장과 함께 행복한 여가를 보낸다. 창극과 전통예술의 든든한 동반자가 <청소년 창극아카데미>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 폭과 깊이를 더하다

그동안 국립극장은 20명 안팎의 수강생과 함께 8차시에서 13차시 사이의 일정으로 <청소년 창극아카데미>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11차시의 일정으로 교육을 꾸렸으며 정규 수업에 앞서 0차시 통합수업을 마련했다. <청소년 창극아카데미>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수강생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품기로 결정함에 따라 수강생 선발을 위한 인터뷰 시간을 ‘창극 맛보기 수업’으로 구성한 것이다. 수강생들은 0차시 수업을 통해 앞으로 배울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으며, 창극과 전반적인 수업 분위기가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지 스스로 가늠할 수 있었다. <청소년 창극아카데미>가 수강생의 적극적인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총 30명의 청소년이 창극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수강생 수 증가에 따라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했다. 창극의 토대인 판소리 수업을 기초에서 심화까지 접할 수 있도록 대폭 강화하고, 대본 읽기와 움직임 수업 또한 촘촘하게 편성했다. 특히 판소리(장단), 연극놀이, 무용(움직임) 분야 강사진이 한마음으로 꾸리는 통합수업 시간을 늘린 것이 주요 특징이다. 매 수업에 참여하는 강사진 인원에도 변주를 줬다. 기존에는 수료 공연 위주로 참여하던 무용(움직임) 강사가 올해부터는 매 수업 상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극놀이를 이끌 강사가 2명에서 4명으로 2명이 추가 투입됐다. 결국 이번 <청소년 창극아카데미>의 수업은 0차시 수업을 포함해 총 12차시에 걸쳐 진행, 총 10명의 강사진이 함께하며 교육에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2023년,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0차시 수업

미리 맛본 창극의 즐거움

지난 4월 1일 진행된 0차시 수업은 그야말로 온갖 감정의 복합체였다. 국립극장 뜰아래 연습장에 도착한 수강생과 학부모의 표정에는 한결같이 긴장과 설렘이 뒤섞여 있었다. 각자 이름표를 가슴께에 붙이고 대기실에 들어선 이들은 서로 인사를 건네며 어색함을 달랬다.
반가움 가득한 눈으로 수강생을 맞은 강사진은 그동안 <청소년 창극아카데미>를 진행해 온 관록을 바탕으로 능숙하게 분위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안내에 따라 동그랗게 둘러앉은 수강생 앞에 자기소개 요령을 담은 종이가 한 장씩 전달됐다. 곧이어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북장단이 깔렸고, 수강생들은 그 위에 떨리는 목소리를 올리며 리듬감 넘치게 자신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기소개에 장단을 얹은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수강생들의 어깨를 누르던 긴장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는 것. 덩달아 수강생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전통예술에 담긴 신명이 알게 모르게 힘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이어진 ‘소리 듣고 반응하기’와 ‘몸으로 말해요’ 시간은 이제 막 피어난 흥을 무럭무럭 돋우게 하기에 충분했다. ‘덩’ ‘쿵’ ‘딱’ ‘따닥’ 등 네 가지 북장단에 맞춰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는 사이 웃음이 벚꽃처럼 여기저기에서 활짝 피어났다. 흥겨움은 단어와 속담을 몸짓으로 표현하며 절정에 다다랐으며, 수강생들은 앞으로 <청소년 창극아카데미>가 선사할 기쁨과 행복을 머릿속에 미리 그려볼 수 있었다.
0차시 수업의 마지막 50분은 이번 수료 공연 주제가 ‘심청가’인 만큼 ‘심청가’ 중 ‘만좌맹인 눈 뜨는 대목’을 배워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동안 보고 듣기만 하던 판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신기함과 놀라움이 수강생들의 얼굴을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갔다. 그 끝에서 즐거움이 일출처럼 슬며시 떠올랐다. 이번 <청소년 창극아카데미>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리는 청신호였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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