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참가자 에린 휴즈 인터뷰
전 세계인 누구나 신명 나게 “얼쑤!”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한국살이 13년 차 영국인은 판소리로 우리 전통문화를 향한 애정을 고백했다
2019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참가자 에린휴즈 2019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참가자 에린휴즈
국악이 선사한 감동

단지 해외에서 살고 싶어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마치 운명처럼, 한국은 이방인의 마음을 오방색으로 따뜻하게 물들였다. ‘해외에서의 1년’이 ‘한국에서의 13년’으로 훌쩍 길어졌다. 자신의 오감을 사로잡은 이 나라의 전통문화가 궁금했고,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우다가 외국인국악아카데미를 알게 됐으며, 곧바로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국립극장과 연을 맺은 영국인 에린 휴즈 씨의 사연이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디자이너 겸 공예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문화도 배우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외국인국악아카데미에 다다랐죠. 저는 여러 가지 전통문화 중에서도 국악을 특히 좋아해요. 깊이 있는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가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고스란히 전달되니까요. 2019년 외국인국악아카데미의 판소리와 한국무용 강좌에 등록한 이유죠.”

3개월 동안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에 걸쳐 한국무용과 판소리를 배우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에린 씨는 오히려 두 강좌를 함께 수강하길 잘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판소리를 통해 익힌 국악 특유의 장단과 가락은 한국무용을 이해하고 배우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한편 한국무용을 배우며 어느덧 몸에 밴 움직임을 바탕으로 판소리의 ‘발림’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기에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국악 특유의 음률과 몸동작은 그 자체로 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어요. 판소리와 한국무용을 통해 얻은 영감은 저의 일상과 디자이너 및 공예 강사로서의 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죠. 외국인국악아카데미 덕분에 한국의 전통문화에 한층 푹 빠져들었고, 지금은 천연 염색 등으로 배움의 폭을 넓히고 있답니다.”

2019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료공연 2019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료공연
모두와 공유하고픈 국악의 매력

국악은 에린 씨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왔다. 2015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아마추어 소리꾼 경연대회 ‘나도야 소리꾼’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외국인 친구와 함께 KBS의 국악 프로그램 ‘국악한마당’에 출연해 민요를 합창,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외국인국악아카데미에서 동기들과 함께 완성한 수료 공연이다.

“국립국악원의 강좌는 국악 자체를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한발 더 나아가 국악 공연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데요.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 함께 국악을 배우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국악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어요. 타지 생활의 고충을 나누고 서로 돕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것도 외국인국악아카데미의 커다란 장점으로 다가왔죠.”

2019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료식 2019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료식

국립극장과 에린 씨의 두터운 인연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마련한 2021 외국인아카데미 ‘레츠 국악(Let’s Gugak)’의 판소리 편에 외국인 패널로 출연, 전 세계 네티즌에게 판소리를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소리꾼 문수현의 가르침에 따라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사랑가’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영상을 접한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과 용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에린 씨는 “지금껏 자신이 느낀 국악의 매력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며,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외국인이 국악으로 향하는 여정의 훌륭한 이정표”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의 국악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 있다면 누구든 외국인국악아카데미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음악적 재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열심히 배우다 보면 국악의 흥과 한국 전통문화의 멋에 흠뻑 빠지게 될 거라고 확신해요.”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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